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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대박난 전주 한옥마을 비결은? "오버투어리즘은 숙제"

중앙일보 2017.10.12 11:41
추석 황금연휴 막바지인 지난 8일 헬기에서 내려다본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옥마을 모습. [전북사진취재단/연합뉴스]

추석 황금연휴 막바지인 지난 8일 헬기에서 내려다본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옥마을 모습. [전북사진취재단/연합뉴스]

개천절이자 추석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전북 전주시 풍남동 한옥마을 태조로.
전날 서울에서 명절을 쇠러 전주에 내려온 박정민(42)·송화경(42·여)씨 부부가 초등학교 3학년인 딸(9)과 세 살배기 아들(3)을 데리고 한옥마을 구경에 나섰다. 전주 한옥마을은 도심 한복판(29만8260㎡)에 한옥 600여 채가 자리한 국내 최대 규모의 한옥 주거지다.  

열흘간 전주시 인구 절반 30만명 몰려
한옥마을 문화시설 입장객 수만 집계
닷새인 작년 추석 연휴 하루 평균의 2배
숙박업소 만실, 음식점 만원 '추석 특수'
대박 배경엔 높은 인지도·브랜드 가치
다양한 먹거리·볼거리 등 원스톱 제공
객리단길 등 주변 핫플레이스도 매력
최영기 교수 "최적 관광객 수 산출해
'오버투어리즘' 부작용 대책 세워야"

 
전주가 고향인 박씨는 20여 년 만에 찾은 전주 한옥마을의 달라진 풍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거리마다 사람들이 산과 바다를 이룬 데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마치 '별세계'에 온 듯해서다. 전동휠을 타고 거리를 누비는 사람들도 신기하게 비쳤다. 일본에서 대학을 나오고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해온 박씨에게 전주 한옥마을은 더 이상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한적하게 거닐던 '고즈넉한 동네'가 아니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전주 한옥마을 거리. [연합뉴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전주 한옥마을 거리. [연합뉴스]

박씨 가족은 향교와 최명희문학관 등 한옥마을 명소들을 둘러봤다. 거리를 걷다 오밀조밀하게 들어선 기념품 가게에서 '아이쇼핑'을 하거나 꼬치구이·아이스크림 등 군것질하는 것에 아이들은 즐거워했다. 박씨 가족은 태조 이성계의 어진((御眞·임금의 초상화)을 모신 경기전 앞에서 윤종신의 '좋니'를 부르는 아마추어 가수의 버스킹(busking·거리 공연)도 감상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맛집으로 소문 난 음식점에서 산 만두를 인도 벤치에 앉아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교사인 아내 송씨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에서 명절을 보낸 것만으로도 값진 추억이 될 것 같다"며 "내년 추석엔 온 가족이 한복을 빌려 입고 전동휠을 타보고 싶다"고 말했다.  
 
전주 한옥마을이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다. 박씨 가족처럼 올해 추석 연휴에 고향을 찾은 귀성객과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이 몰리면서다. 숙박업소는 연일 만실(滿室)이었고, 음식점 등은 가게 밖까지 긴 줄이 이어졌다.
 
12일 전주시에 따르면 추석 연휴인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9일까지 열흘간 30만8493명이 전주 한옥마을을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전 등 대부분 한옥마을 안에 있는 전주 지역 16개 주요 문화시설을 찾은 이용객 수를 집계한 결과다. 하루 평균 3만849명 꼴로 닷새였던 지난해 추석 연휴(총 7만4178명)의 하루 평균 이용객(1만4836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전주시는 문화시설을 이용하지 않은 사람까지 합하면 실제 전주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 수는 4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과 열흘 사이에 전주시 인구(65만명)의 절반가량이 관광지 한 곳에 집중된 셈이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옥마을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옥마을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한옥마을에 있는 문화시설들은 연휴 내내 다채로운 전통문화 행사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모았다. 경기전 한 곳만 열흘간 9만1900여명이 찾았다. 무료로 목판 인쇄 및 옛책 만들기 등의 체험을 진행한 완판본문화관도 가족 단위 관광객들로 붐볐다. 완판본(完板本)은 조선시대 전주에서 찍어낸 책을 뜻한다. 완판본문화관을 찾은 관광객들은 마당에서 투호와 제기차기 등 전통놀이도 즐겼다. 완판본문화관 관계자는 "5일 하루에만 687명이 찾는 등 평소 주말보다 방문객이 두세 배 많았다"고 말했다.
 
숙박시설은 빈 방이 없을 정도로 '추석 특수'를 누렸다. 허광회 전주시 관광산업팀장은 "샘플로 (한옥마을 인근에 있는) 호텔 업주 두세 명과 통화했는데 연휴 기간 '방이 거의 100% 찼다'며 굉장히 만족스러워했다"며 "한 호텔은 '빈 방이 있냐'는 문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백 통씩 폭주했다"고 전했다.
 
호텔뿐 아니라 '한옥체험업'으로 등록된 업소들도 호시절을 보냈다. 김홍석 전주한옥숙박체험업협회 사무국장은 "한옥마을과 명절이 잘 어울려서인지 (한옥체험시설) 대부분이 만실이었다"며 "보통은 1박 코스가 많은데 연휴가 길다 보니 이번엔 관광객들이 2박3일로 많이 왔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전주한옥숙박업협회는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옥체험업으로 등록된 업체 대표 140여 명이 모인 단체다. 김 국장은 "시설은 호텔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집집마다 다도(茶道)나 염색 등의 체험을 진행하고 조식도 집에서 먹는 가정식으로 차려내는 게 한옥체험업의 특징"이라며 "이번 명절엔 한과와 송편 등을 제공해 호응이 좋았다"고 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전주 한옥마을에서 관광객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전주 한옥마을에서 관광객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음식점들도 밥때와 상관없이 밀려드는 손님들을 받느라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한옥마을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논란 속에서도 이른바 '먹방 투어'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꼬치구이점 10여 곳은 가게마다 문전성시를 이뤘다. '문꼬집' 김기필(38) 사장은 "이번 추석 연휴엔 하루에 많게는 1000명 정도 손님을 받았다"며 "평소 주말이나 지난해 추석 연휴의 2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주시에 따르면 현재 한옥마을에는 식당과 카페 170여 개, 숙박업소 180여 개, 기념품 판매소 100여 개, 한복대여점 50여 개 등 총 520여 개 업소가 운영되고 있다.
 
치명자산에 마련된 한옥마을 임시주차장도 지난해 추석 연휴보다 붐볐다. 지난해 추석 연휴는 하루 평균 340여 대가 주차장을 이용했지만 올해는 680여 대로 2배 늘었다. 전주시에서 무료로 운행하는 한옥마을 셔틀버스도 연휴 기간 내내 하루 평균 이용객 수(1720명)가 관광객이 평소 제일 몰리는 주말 수준을 유지했다. 한옥마을 임시주차장과 오목대 등을 오가는 셔틀버스는 평일엔 1대, 주말엔 4대가 운행되는데 이번 연휴엔 3~4대가 가동됐다.  
 
이번 황금 연휴에 전국의 내로라하는 관광지 중에서도 유독 전주 한옥마을이 인기를 모은 배경은 뭘까. 전문가들은 '관광 상품'으로서 전주 한옥마을의 인지도와 브랜드 가치가 워낙 높은 데다 명절이라는 시기적 호재가 맞물려 인파가 몰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더구나 판소리·한지·공예·한식 등 전통문화가 잘 보존된 데다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체험거리가 한 공간에 집중돼 모든 성별과 연령층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다른 관광지를 압도하는 매력으로 꼽힌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국제슬로시티연맹이 정한 '슬로시티(slow city)', 유네스코의 '음시창의도시'란 타이틀도 한옥마을의 위상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다. 지난해에는 미국 여행잡지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이 '1년 안에 가봐야 할 아시아 10대 명소'에 전주시가 포함되기도 했다. 한옥마을 주변에 청년몰과 야시장으로 유명한 전주 남부시장과 객리단길 등 젊은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핫플레이스(hot place·인기 장소)가 포진해 있는 것도 강점이다. 전주시 다가동 1~2길 인근을 일컫는 객리단길은 조선시대 유적인 '객사'와 서울의 '경리단길'을 합쳐 만든 신조어다. 지난해부터 청년 창업가들이 개성 넘치는 맛집을 열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의 인기는 내비게이션 검색어 순위에서도 확인됐다. 전주시에 따르면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 '원내비'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검색어 데이터와 실제 이동기록 등 사용자 이용 기록 464만8000여 건을 분석해 발표한 '추석 연휴 많이 찾은 관광지' 순위에서 전주 한옥마을은 삼성 에버랜드와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등을 누르고 1위에 올랐다. 또 '카카오내비'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8일까지 9일간 3038만 건의 길안내 정보 등을 종합해 발표한 검색어 순위에서도 인천공항과 스타필드 고양 등 교통 거점과 쇼핑몰을 제외한 목적지로는 전주 한옥마을이 가장 높은 자리(8위)를 차지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옥마을에서 관광객들이 정자에 앉아 쉬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옥마을에서 관광객들이 정자에 앉아 쉬고 있다. [연합뉴스]

 
최영기 전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전주 한옥마을은 각종 조사에서 '여행하고 싶은 곳' 상위에 꼽히면서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많이 탔다"며 "하지만 담을 수 있는 그릇보다 넘치게 관광객이 오는 '오버투어리즘(over tourism·과잉관광)'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지 않으면 관광지로서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객이 물리적으로 많이 오는 것보다 이들이 만족하고 가는 게 더 중요하다"며 "전주시는 한옥마을에서 쾌적하게 여행할 수 있는 최적의 관광객 숫자를 산출해 숙박과 음식 등 공급자의 서비스 질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전주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 수가 한 해 10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부터다. 전주시는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와 함께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간 한옥마을에서 사용된 이동통신 기록과 SNS 등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066만9427명이 다녀갔다고 지난 2월 밝힌 바 있다. 전주시가 공식 집계를 시작한 2013년 방문객 508만명의 2배 규모다. 전주시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올해 전주 한옥마을 찾은 사람은 750만명이다. 9월과 10월의 방문객 수는 아직 빅데이터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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