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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력 10배 증강 원해” NBC 보도에 트럼프 “방송 인가 갱신 문제 삼아야”

중앙일보 2017.10.12 07:02
 “NBC 인가 갱신 문제삼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NBC를 향해 분노의 트윗을 날렸다. NBC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안보 수뇌부 회의에서 미 핵전력의 10배 증강을 희망한다고 해 회의 참석자들을 경악하게 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한 격한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런 모든 가짜뉴스가 NBC와 그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어느 시점에서 그들의 라이선스(인가)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겠나? 나라를 위해서도 나쁘다!”라고 썼다.

NBC “트럼프, 7월 국방부 회의서 핵무기 현재 10배 수준 증강 희망”
트럼프 “순전한 소설”“가짜 뉴스 양산하는 NBC 인가에 이의 제기가 적절하지 않나?”
매티스 국방도 성명 통해 “핵무기 증강 보도 모두 틀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트윗은 권력남용”“언론자유 지켜야”

11일(현지시간) NBC의 보도를 비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트럼프 트위터 캡쳐]

11일(현지시간) NBC의 보도를 비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트럼프 트위터 캡쳐]

 
NBC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의 ‘핵전력 10배 증강’ 발언은 지난 7월20일 국방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나왔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계속되고 핵 협정을 둘러싼 이란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는 미국의 글로벌 군사 전략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960년대 후반부터 미국 핵무기 보유량이 지속해서 감축된 상황을 보고받은 뒤 “보다 많은 양을 희망한다”며 최고치를 기록했던 60년대의 3만2000기 수준으로 증강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미국은 4000여 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전력 10배 증강을 희망했다는 NBC의 11일(현지시간) 보도. [NBC 홈페이지 캡쳐]

트럼프 대통령이 핵전력 10배 증강을 희망했다는 NBC의 11일(현지시간) 보도. [NBC 홈페이지 캡쳐]

NBC는 당시 렉스 틸러슨 장관과 합참 의장단이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제조약 준수와 예산 제약 등으로 볼 때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라며 법적ㆍ현실적 장애물이 존재하며 현재의 미군이 핵 개발 절정기보다 훨씬 강하다는 점을 설명하며 제동을 걸었다고 NBC는 설명했다. 또한 이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주한미군에 관한 보고를 받고 “한국인들이 미국의 방어 지원에 대해 왜 더 고마워하지 않고 더 환영하지 않느냐”고 물어봤으며 이에 대해 군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지원이 미국의 국가안보에도 궁극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설명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회의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매티스 국방장관,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 스티브 배넌 당시 백악관 수석 전략가, 숀 스파이서 당시 백악관 대변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등이 참석했다.  
 
NBC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의 불화설을 증폭시켰던 ‘멍청이’ 발언도 이 회의가 끝나고 일부 참석자가 다시 모였을 때 틸러슨 장관의 입에서 나왔다. 일부 참석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틸러슨 장관이 ‘멍청이’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이런 발언은 물론 불화설도 일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멍청이’ 보도가 나왔을 때 “NBC는 해시태그(#) 가짜뉴스다. 심지어 CNN보다 더 부정직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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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11일 NBC보도가 나간 직후 트위터에 “가짜 NBC 뉴스가 내가 미국의 핵무기 10배 증강을 원했다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순전한 소설”이라며 “내 품위를 떨어뜨리려고 만든 이야기”라고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또 기자들과 만나서도 “역겨운 언론은 쓰고 싶은 것은 뭐라도 쓸 수 있다”고 NBC를 비난했다.
매티스 장관 역시 성명을 내 “대통령이 미 핵무기의 증강을 요구했다는 최근 보도들은 완전히 틀렸다”며 “이러한 종류의 잘못된 보도는 무책임하다”고 밝혔다.
 
NBC보도와 관련한 파장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NBC 인허가 갱신 문제를 거론하자 주식시장에서는 NBC 모회사인 NBC유니버설을 소유한 컴캐스트의 주식이 0.7% 하락했다. 미 언론들은 대통령이 언론사의 인가 갱신에 직접 관여한 것은 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뿐이라고 지적했다.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폭로로 궁지에 몰리자 워싱턴포스트의 플로리다 방송국 인가 갱신에 개입했다. 해당 방송국은 인가 갱신을 위해 100만 달러(약 11억원) 이상을 써가며 2년 넘게 법정 싸움을 벌여야 했다.
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방송 인가권을 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를 향해 “대통령의 요구에 저항하라. 언론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톰 우달(뉴멕시코) 의원도 “대통령의 트윗은 권력남용”이라고 비난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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