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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현종 “미국 무리한 요구 땐 어쩔 수 없다” 초강수

중앙일보 2017.10.12 01:45 종합 3면 지면보기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산업통상자원부 제공=연합뉴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산업통상자원부 제공=연합뉴스]

김현종(사진) 산업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측에 “한국은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며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 실제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파기될 수도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더불어민주당 관계자가 전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4일 미 워싱턴DC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회의에서 협상을 했다.
 

민주당에 보고한 한·미 협상 뒷얘기
“한국은 모든 가능성 대비하고 있어”
한·미 FTA 파기 시사 ‘벼랑끝 전술’

김태년 “우리 요구사항 다 정해 놔
협상 깨지면 미 농산물 수입 안 돼”
야당 “재개정 없다더니 국민 속여”

김 본부장은 협상 뒤 지난 10일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 등과 비공개 회동을 하면서 미국과의 FTA 재협상 내용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김 본부장은 “미국 측에 ‘한국이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갖고 오면 우리도 어찌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고 민주당 관계자가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 협상단에 맞서 한국 협상단도 한·미 FTA 협상이 파기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벼랑 끝 전술’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1차 회의에서와 달리 2차 회의에서 김 본부장은 더 공세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한다. 김 본부장은 협상장에서 “한·미 FTA 협정이 깨졌을 때 득을 보는 건 미국 기업이 아니라 중국”이라며 “미국의 무역수지 불균형은 한·미 FTA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구조적 문제”라고 설득했다.
 
김 본부장은 이번 2차 회의 당시 미 USTR 대표뿐 아니라 백악관과 의회 관계자들까지 두루 접촉했다고 한다. 백악관의 의중과 미 산업계의 이해관계를 대표할 수 있는 의원들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김 본부장은 “미 공화당에서도 (FTA 폐기에)반대하는 여론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를 정말 깰 수 있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다. 다만 미국 정부가 준비가 많이 돼 있어 처음 한·미 FTA 재협상을 시작할 때는 지적재산권 등 구체적인 안을 내놨지만 오히려 지금은 그 정도로까지 구체적으로 진도가 나간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고 민주당 관계자는 전했다.
 
한국의 공세적 전략 배경과 관련해 김태년 의장은 김 본부장과 만난 뒤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품목에 대해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많다. 우리 정부가 무엇을 요구할지는 다 정해 뒀고, 책으로 2권 분량인데 미국이 어떤 카드를 들고나오느냐에 따라 우리도 요구조건을 내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FTA 협상이 깨지더라도 한국이 치명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며, 미국이 손해 보는 것에 비해 우리는 극복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장은 “협상이 폐기되면 미국 농산물 수입이 안 되고, 미국 로펌들이 철수해야 한다”며 “관세가 40% 이상 올라가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도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야권에선 연일 FTA 재협상과 관련해 여권을 비판하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미국의 통상 압력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는데 한·미 FTA 재개정은 없다고 국민을 속여왔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한·미 FTA 재협상은 정부가 말을 바꾸고 국민의 시선을 돌린다고 문제가 풀리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정의당은 다른 방향에서 협상 수장인 김현종 본부장의 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에서 “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 말고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태년 의장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경제적 실익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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