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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 5·18 집단발포 근거로 삼은 경찰 상황일지는 조작”

중앙일보 2017.10.12 01:15 종합 12면 지면보기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들의 경찰 총기·탄약 탈취 및 무장이 집단 발포의 원인이었다는 군의 주장이 허위라는 경찰의 판단이 나왔다.
 

전남경찰청, 5·18 기록·증언 보고서
전두환 회고록 속 주장 계기로 조사
“시위대 먼저 총기 탈취 무장은 허위”

전남지방경찰청은 11일 ‘5·18 민주화운동 과정 전남경찰의 역할’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4월 나온 『전두환 회고록』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사태 초기 경찰력이 무력화되고 계엄군이 시위진압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은 전남경찰국장의 중대한 과실 때문이었다’고 주장한 것을 계기로 작성된 보고서다.
 
관련 자료 확보·분석, 5·18 당시 경찰관을 비롯한 137명에 대한 면담 조사 등을 한 경찰은 그동안 군 당국의 5·18 관련 주장 가운데 상당수가 거짓이거나 왜곡·과장된 것으로 결론 내렸다.
 
특히 계엄군이 시민들의 총기·탄약 탈취와 무장에 따라 자위권 차원에서 집단 발포를 했다는 주장은 조작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허위로 판단했다.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조사결과보고서에 인용된 ‘全南道敬 狀況日誌(전남도경 상황일지)’에는 시위대가 1980년 5월 21일 오전 8시 나주군 반남지서에서 총기 3정과 실탄 270발을 탈취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옛 경찰이 5·18 직후 생산한 ‘전남사태 관계기록’에 따르면 경찰관서 최초 무기 피탈 시점은 5월 21일 오후 1시30분 남평지서다. 계엄군이 전남도청 앞에서 집단 발포를 한 시점인 같은 날 낮 12시59분 이후다. 경찰은 군이 집단 발포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위대가 먼저 무기와 실탄을 피탈한 것처럼 ‘전남도경 상황일지’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타자기로 생산한 이 문서의 활자체는 당시 경찰이 사용하던 것과도 다르다고 했다. 또 표지 제목 ‘全南道敬 狀況日誌(전남도경 상황일지)’ 중 ‘敬’(공경 경) 자가 잘못 쓰였다. 경찰은 ‘警’(경계할 경) 자를 사용한다. 경찰은 이 문서가 88년 5·18 청문회를 앞두고 군에서 조작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전 전 대통령이 지휘권을 포기한 것처럼 표현한 고(故) 안병하(당시 전남경찰국장) 경무관이 실제로는 적극적으로 시민들을 보호하고 상황을 관리해온 사실도 파악했다. 
 
무안=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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