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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노벨과학상의 연령 공식 … 20대에 박사, 40대에 연구 완성, 50대 후반 수상

중앙일보 2017.10.12 01:15 종합 18면 지면보기
노벨상 발표가 끝났다. 올해 노벨상은 미국이 휩쓸었다. 특히 노벨 과학상은 수상자 9명 중 7명이 미국인이었다. 가위 과학계의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수준이다. 지난해와 2015년 일본·중국 등 아시아 국가를 비롯한 비교적 다양한 국가에서 노벨상이 나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은 이로써 과학상 기준 총 26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2위인 영국(87명)과 3위 독일(68명)을 다시 한번 멀찌감치 밀어냈다. <표 참조>
 

늦어도 30대에 독자적 연구 시작
50대 중반 주목, 비중있는 상 받아
역대 최연소는 1915년 상 탄 25세
올해는 68세로 평균치 훌쩍 넘어

국가별 노벨 과학상 수상자 현황

국가별 노벨 과학상 수상자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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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노벨상은 현재가 아닌 과거의 뛰어난 성과에 대한 상이라는 점에서 올해 미국이 거둔 노벨상이 현재의 미국 과학계의 수준을 보여준다고 말할 순 없다. 한국연구재단이 최근 공개한 ‘노벨과학상 수상 현황 및 트렌드’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자는 ‘30세 이전에 박사학위를 마치고 독자적 연구를 시작해 40대에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연구를 완성한 사람’이 많다. 그들의 연구결과가 50대 중반에 학계에 주목을 받고, 울프상 등 노벨상에 버금가는 관련 상을 받은 뒤 50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그 분야에 최고 권위자가 되고 노벨상을 받게 된다.
 
올해 노벨 과학상 최연소 수상자는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마이클 영(68) 록펠러대 교수로, 어느 때보다 평균 연령이 높다.
 
예외는 있다. 역대 최연소 수상자는 1915년 ‘결정에서 X선을 이용한 회절에 관한 법칙’으로 물리학상을 받은 영국의 윌리엄 로런스 브래그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만 25세에 불과한 학생 신분이었다. 연구를 시작한 첫해에 얻는 성과였다. 케임브리지대 지도교수였던 그의 아버지 윌리엄 헨리 브래그 교수와 공동수상이었다.
 
2017 노벨 과학상 수상자

2017 노벨 과학상 수상자

이번 노벨상의 또 다른 특징은 해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공동연구’ 경향이다. 과학상 세 분야인 생리의학상·물리학상·화학상 모두 각 3명의 수상자가 발표됐다. 노벨재단에 따르면 노벨상은 최대 3명까지 공동 수상할 수 있다. 그 외 차점자는 노벨재단 정관에 따라 아무리 뛰어난 업적을 쌓아도 수상할 수 없다. 특히 물리학상을 받은 중력파의 경우 전 세계 1200명의 연구자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국제 공동협력 연구다. 한국도 15명의 과학자가 연구진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 중력파연구협력단 소속인 강궁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은 “중력파 연구는 장비 설치와 이론·실험·분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학문이 참여하는 대표적 분야”라며 “중력파 검출을 위해 지금껏 연구해 온 연구자 입장에서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 선정 과정

노벨 과학상 수상자 선정 과정

노벨상은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될까. 노벨재단은 정관에 선정을 위한 과정을 명시해 놨다. 우선 노벨위원회는 수상식 2년 전부터 전년 8월까지 노벨상 수상 후보를 추천할 추천인 2000~3000명을 선정한다. 이들 추천인은 노벨상 수상 발표가 되는 해의 1월 말까지 추천서 제출을 마감한다. 여기에서 약 200명을 후보자로 결정한다. 노벨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3월 1일까지 후보자를 20~30명으로 압축하고, 다시 외부 국제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정밀 평가를 진행한다. 이들은 8월 말까지 후보자 1차 지명과 최종보고서를 작성한 후 이를 각 스웨덴 왕립과학원 등 분야별 노벨상 선정 기관에 올린다. 선정 기관은 9월 한 달 동안 최종보고서를 검토하고, 10월에 다수결 투표를 통해 노벨상 수상자를 최종 선정해 곧바로 발표한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사망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또 이와 별도로 매년 12월 6~14일을 노벨 주간으로 지정해 수상자들의 강연과 회견이 이뤄진다. 여기서 나온 내용은 이듬해 책으로 출간된다.
 
임경순 포스텍(포항공대) 과학문화연구센터장은 “노벨상이 미국 등 특정 국가와 대학에 치우치는 이유는 노벨상 후보 선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해외 전문가 평가단에 이들 초엘리트 집단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노벨상에 준하는 각종 과학상 수상 등 국가 전체의 브랜드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체시계 비밀 밝혀내 생리의학상
 
한편 지난 2일 노벨상으로는 제일 처음 발표된 생리의학상은 생체시계의 비밀을 밝혀낸 미국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제프리 C 홀(72) 메인대 교수, 마이클 로스배시(73) 브랜다이스대 교수, 마이클 영(68) 록펠러대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생체시계로 알려진 ‘서캐디언 리듬’을 통제하는 분자기구를 발견한 공로다. 노벨위원회는 성명에서 “이들의 발견은 식물과 동물, 인간이 어떻게 생체리듬을 조정해 지구의 회전과 일치시키는지를 설명한다”며 “이들은 생체시계의 내부를 엿보고 내부 작동 원리를 설명할 수 있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중력파 존재 실제로 확인해 물리학상


3일 발표된 물리학상은 아인슈타인이 1세기 전 주장한 중력파의 존재를 실제로 확인한 ‘라이고·비르고 협력단’ 연구진 3명에게 돌아갔다. 라이너 바이스(85·미국)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와 배리 배리시(81·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 킵 손(77·미국) 칼텍 명예교수가 주인공이다. 라이고는 미국이 주도하는 중력파 관측단, 비르고는 이탈리아·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주도하는 중력파 관측단이다. 라이고 연구진은 지난해 2월 공간과 시간을 일그러뜨린다는 ‘중력파’의 존재를 직접 측정 방식으로 탐지했다고 발표했다. 중력파의 간접 증거가 발견된 적은 있었으나 직접 검출이 이뤄진 것은 인류 과학 역사상 처음이었다. 노벨위원회는 “중력파 확인은 세계를 흔들었던 발견”이라며 “수상자들은 40여 년간의 노력 끝에 마침내 중력파를 관측하는 데 성공해 완전히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열었으며 천체물리학에서 혁명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저온전자 현미경 기술 개발해 화학상
 
4일 발표된 화학상은 자크 뒤보셰(75) 스위스 로잔대 생물물리학과 명예교수, 요아힘 프랑크(77) 컬럼비아대 생화학·분자생물학과 교수, 리처드 헨더슨(72) 영국 케임브리지대 의학연구위원회 연구원이 받았다. 생체분자를 고화질로 영상화할 수 있는 저온전자 현미경 관찰 기술을 개발해 ‘생화학의 새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저온전자 현미경이란 수분을 함유한 세포나 수용액에 존재하는 생체 고분자를 초저온 상태로 유지한 채 자연적인 상태로 관찰하는 전자현미경을 말한다. 기존 전자식 현미경으로는 생물 시료를 직접 관찰할 경우 강력한 전자선에 의한 손상 때문에 온전한 이미지를 얻기 어려웠다. 하지만 저온전자 현미경으로는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과정을 시각화할 수 있게 됐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에 대해 “생체분자 이미지를 단순화하고 개선해 생화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며 “신약 개발과 생체의 화학작용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노벨상의 A to Z
스웨덴의 다이너마이트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1901년부터 물리학·화학·생리의학·문학·평화 5개 부문으로 구분해 시상식이 열렸으며, 1969년 경제학 부문이 새로 추가됐다. 노벨상 기금은 노벨의 유언에 따라 만든 노벨재단에서 나오지만 선정과 시상은 내부 실무조직인 노벨위원회가 부문별 선정기관인 스웨덴왕립과학원(물리·화학·경제)·카롤린스카연구소(생리의학)·스웨덴한림원(문학)·노르웨이 노벨위원회(평화)와 함께 진행한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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