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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간다] 워게임에서 스마트 군까지 … 국방정책 밑그림 그리는 KIDA

중앙일보 2017.10.12 01:00 종합 24면 지면보기
김환영의 지식의 현장
국방부 위촉을 받아 국방정책 연구와 개발을 하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근래 북핵위기를 맞아 더욱 긴장된 분위기다. 서울 동대문구 연구원 전경. [우상조 기자]

국방부 위촉을 받아 국방정책 연구와 개발을 하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근래 북핵위기를 맞아 더욱 긴장된 분위기다. 서울 동대문구 연구원 전경. [우상조 기자]

“그는 ‘전쟁을 장군들에게 일임하기에는 너무 중요하다’고 말했다. 50년 전에는 맞는 말이었겠지만 오늘엔 전쟁은 ‘정치인들에게 일임하기에는 너무나 중요하다’고 말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전략적 사고를 위한 시간·훈련·의향이 없다.” 여기서 ‘그’는 조르주 클레망소(1841~1929) 프랑스 54대 총리다. 명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64)에 나오는 대사다. 이 말을 21세기형 버전으로 패러디해 이렇게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전쟁은 군인이나 정치인에게 일임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하다. 국민·유권자의 감시와 참여가 필요하다.’

국방 연구 수행 싱크탱크지만
국방부에 ‘아니오’ 하기도 해

객관성이 생명인 연구원에게
원장도 ‘이래라 저래라’ 자제

인성 검사, 병영생활 개선 등
매년 200여 건 국방연구 수행

 
국방의 목표는 전쟁을 막는 것, 전쟁이 터지면 피해를 최소화하며 승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관·군의 협업을 통한 국방정책의 설계와 실행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민·관·군 협업 현장의 중심에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동대문구 홍릉수목원 인근에 있는 KIDA에서 국방 지식이 생산되는 현장의 여러 모습을 살폈다. 안보전략·군사기획·국방획득·국방운영 연구센터로 구성된 KIDA의 관계자들을 만나 약식 직격 인터뷰도 했다. KIDA는 민(民)이다. KIDA 인력은 450명이다.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일부 영관급 현역 인력을 제외하고는 모두 민간인이다.
 
민간인 연구진으로 구성된 KIDA는 관(官)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다. 이 점을 일반인이 믿는 게 쉽지는 않다. KIDA의 독립성에 대해 노훈 KIDA 제13대 원장에게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예상외로 연구자들은 컨트롤이 안 된다. KIDA는 일방적인 상부의 지시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 원장인 저도 연구 책임자에게 ‘과제를 이렇게 바꿔라 저렇게 바꾸라’고 못한다.” 그래도 미심쩍어 “프로젝트를 맡기는 기관에서 뭔가 시그널을 보내는 경우는 없는가”라고 되물었더니 노훈 원장은 “있을 수 없다. 만에 하나 과제 제목부터 편향됐다면 KIDA는 ‘못한다’고 할 수 있는 거부권이 있다. 특정 내용에 편향되면 빼버린다. 여기 사람들은 엄청나게 객관적이다. 연구원은 또 그게 생명이다.”
 
KIDA는 관(官)이다. 인력·군수·시설·정책·전략·정보화·예산, 워게임(war game) 개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스마트 군대, 인성검사, 병영 생활 여건 개선 등 그야말로 ‘국방의 모든 것’을 연구하는 ‘작은 정부’다. 국방부 산하 기관인 KIDA는 국방부 등 국방·안보 기관의 위촉을 받아 매년 200여 편의 연구보고서를 작성한다. 그중 절반이 비밀문서다. 미묘한 숫자 딱 한 개 때문에 공개할 수 없는 단행본 분량의 보고서도 있다.
 
연구원들의 전공 분야는 국제정치·산업공학·사회학·행정학·통계학 등 다양하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이기 때문에 국방부에서 제기한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KIDA가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연구과제도 40% 정도 된다.
 
KIDA 연구원들은 연구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자료·데이터는 어디서 확보하는 것일까. 국방부에서 제공받는 것일까. 관계자의 귀띔에 따르면 이곳 연구원들은 사방으로 뛰어다닌다. 엉덩이로 일하는 게 아니라 발로 뛰며 일한다.
 
KIDA는 국방외교도 수행한다. 20여 개국 50여 개 기관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KIDA를 모범 사례로 삼아 벤치마킹하고 있다.
 
KIDA는 군(軍)이다. KIDA 시설은 군사통제구역에 속한다. 군사비밀을 다루기 때문에 수차례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일반인들의 출입이 자유롭지 않다.
 
주요 연구시설을 안내 받아 돌아다니며 기자가 물은 질문에 대해 KIDA 관계자들은 솔직하게 답변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했다. “재래식 무기만 가지고 싸웠을 때에는 항상 한국이 이기는 것으로 나오는가”에 대해 한 관계자가 “답변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남북은 각기 승리의 의미가 다르다. 북한은 김정은만 지키면 된다. 우리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을 우선시한다. 전쟁 억제를 근본으로 삼는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월 28일 국방부 업무보고서에 대해 “그 많은 국방예산을 갖고 뭘 했는지 근본적으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많은 국민이 품을 수 있는 의문이다. KIDA는 무기 구입과 관련된 사항 등 각종 국방 프로젝트의 사업성 평가를 시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지적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KIDA의 입장이 궁금했다. 한 관계자는 이런 입장을 내놓았다. “같은 무기를 만들어도 비용이 북한이나 옛소련 등 공산주의 체제에서 소요되는 비용과 우리가 만들 때 비용은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난다. 인건비부터 모든 것이 차이 난다. 공산권과 달리 자유 서방세계 국가들의 무기체계는 시스템의 안정성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다. 다른 경제활동에 비해 특히 국방 부문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솔직히 진보보다는 보수 정부 때가 일하기 더 편한가”라고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왔다. “왼발·오른발이 다 있어야 걸을 수 있다. 민주사회에서 정권이 바뀌는 것은 자연스럽다. 간혹 어젠다가 충돌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다 해결된다. 결국엔 진정성 문제다.” KIDA가 하는 일 중에는 국회의원들에게 국방정책을 설명하는 것도 포함된다. 정권이 바뀌면 전(前) 정권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새 정부는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들은 코멘트는 이렇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설명한다. 하지만 ‘프레임’이 있는 대상에게는 설득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국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핵무장론에 대해 한 관계자는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은 줄 것이다. 아마 유일한 장점이다. 그러나 핵무장으로 가는 과정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거리가 멀다. 그래서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근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이 급발전하는 배경에는 ‘성공하면 큰 보상을 내리고, 실패하면 죽여버린다’는 관측이 있다. 이에 대한 KIDA 관계자의 의견은 다음과 같았다. “북한이 꼭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거기도 인재들은 귀한 자원이기 때문에 함부로 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도 무기 개발에 실패하면 연구자들에게 ‘피해’가 간다.”
 
KIDA가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민·관·군의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KIDA가 자임한 기능 중 하나는 정부·국방부와 국민 사이의 가교 역할이다. 대(對)국민 소통의 창구로는 일차적으로 KIDA 웹사이트(www.kida.re.kr)가 있다. 웹사이트에서 공개 가능한 국방 연구 성과들을 제공한다. 매일 평균 1100명, 연간 40만 명이 다녀간다. 공적 기관 중에서는 국방부 다음이다. 하지만 민간인들이 만든 군사 정보 웹사이트는 누적 방문자 수가 3억에 육박했다. 여전히 KIDA는 베일 속에 가려진 조직처럼 남아 있는 것이다.
 
김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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