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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물관리 일원화, 더는 늦출 수 없다

중앙일보 2017.10.12 01:00 경제 9면 지면보기
이병호 녹색환경지원센터연합회장 울산대 교수

이병호 녹색환경지원센터연합회장 울산대 교수

오늘 아침 밥상에 아내가 아기 배추 된장국을 준비했다. 다시마의 풍미와 배추 향이 잘 익은 된장 맛과 어우러져 일품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맛있는 된장국을 끓일 때 된장 준비하는 사람, 야채 준비하는 사람, 간 맞추는 사람, 물 준비하는 사람이 각각 본인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대로 양을 정하고 그릇에 넣어 끓이면 오늘 아침 된장국 같은 맛이 날까 생각해 봤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귀중한 수자원을 그와 비슷한 방법으로 4개 부처에서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환경부는 수계의 수질, 지방상수도, 하수도, 대체 수자원을, 국토부는 수자원 개발, 하천관리, 다목적 댐, 광역 상수도를, 행정안전부는 소하천 관리와 자연재해 대책을, 그리고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용 댐 및 저수지를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사실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조차 어디서 무엇을 관리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런 시스템에선 부처 간 갈등이 쉽게 발생하고 정책들이 상충·중복돼서 효율성이 떨어진다. 수질을 개선하고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며, 유역 간 물 분쟁 발생 시 사회갈등을 심화시킨다.
 
세계 각국은 기후 변화로 인해 더욱 심화하는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령과 제도를 정비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00년 12월 발효된 ‘물관리 기본지침’을 통해 수량과 수질의 통합관리 및 유역 중심 물관리를 해법으로 제시했고, 회원국들은 이 지침을 이미 시행 중이다. 유엔 산하 물 관련 기구인 유엔워터에 따르면 전 세계 68% 이상의 국가에서 ‘통합 물관리’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도입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 워터마켓에 따르면 세계 물산업 시장 규모가 2014년 675조원에서 2025년 1066조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EU 등 선도 국가들은 민관협력을 강화하며 물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내 물 관련 기업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1997년과 2006년, 그리고 2009년에 물관리 일원화를 위한 ‘물관리기본법(안)’이 마련됐으나 번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번 정부에서 대통령 업무지시로 다시 추진 동력을 얻었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안 가운데 물관리 일원화 부분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만큼은 4개 부처로 나눠진 물관리 기능을 하나의 부처로 통합해야 한다. 일원화된 물관리조직이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법정 계획을 통합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차제에 국가 수자원의 절반이 넘는 농업용수를 물관리 일원화 대상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더 이상 부처 이기주의나 여야 정당 간의 당리당략으로 물관리 일원화를 늦출 수 없다.
 
이병호 녹색환경지원센터연합회장 울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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