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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수주전 성패 가르는 'OS 요원' 정체는...한 달 카드비만 1000만원

중앙일보 2017.10.12 01:00 경제 6면 지면보기
지난달 공사비가 2조6000억원에 달하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 시공권을 둘러싸고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치열한 수주전을 벌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은 조합원 대상 금품 살포 등 강남 재건축 부패 여부를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재건축 수주전은 이번 국정감사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과열 수주전의 속 들여다보니
조합원 총회, 세입자 현황 등 관리
선물공세?친분 쌓으며 건설사 홍보
투표장 동행 여부 따라 시공사 갈려

GS건설은 지난달 말 ‘도시정비 영업의 질서회복을 위한 GS건설의 선언’을 내놓으며 재건축 수주전 자정 결의를 밝혔다. ‘선물제공’ ‘사회적 상식에 반하는 마케팅’ ‘현혹적인 조건’ ‘이면에서의 음성적인 조건제시’ 등을 언급하며 앞으로 위법사례가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이 끝난 직후인 지난달 29일 위법 행위에 대해 시공사 수주 입찰 배제 등 강력한 조처를 하겠다고 업계에 경고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재건축 수주전이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동원되고 법에서 금한 금품·향응 제공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혼탁한 수주전의 밑바닥에서 ‘악역’을 맡아 활동하는 인물이 ‘OS요원’이다. 이름마저 생소한 이들은 누구인가.
 
원래 OS(outsourcing)요원의 일은 조합의 용역을 받아 업무를 보조하는 것이다. 재건축뿐 아니라 재개발·지역주택조합 등 조합 사업에 필수적인 존재다. 사업 과정이 워낙 복잡해 전문성이 부족한 추진위나 조합만으로 일을 모두 처리하기 힘들어서다. 1990년대 말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이 시작됐을 때 생겼다. 처음엔 고객을 상대해 본 경험이 있는 보험설계사가 OS요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재건축 수주 용역회사가 전국적으로 수백 곳에 이르고 OS요원 수는 수천 명으로 추정된다. OS요원은 일용직 근로자이지만 정신적·육체적으로 만만치 않은 일이어서 일당 15만~20만원 선으로 다른 일용직보다 많은 편이다.
 
크게 세 가지 일을 한다. 동의서 수집(징구)이다. 재건축은 사업을 진행하는 데 여러 단계를 거치고 그때마다 일정한 비율의 주민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음은 재건축 사업을 좌우하는 조합원 총회 관련이다. 재건축은 중요한 사업 내용을 총회로 결정한다. 조합 설립, 시공사 선정, 관리처분(일반분양 포함한 최종 재건축 계획 확정) 때다.
 
재건축 공사에 앞서 철거를 위해 세입자 현황을 조사하고 단지에 사는 조합원과 세입자 이주를 관리하는 일도 이들 몫이다.
 
문제가 되는 OS요원의 활동은 수주전 용역이다. OS요원은 용역 회사 소속으로 ‘홍보직원’으로도 불린다. 1인당 조합원 5~10명을 맡아 건설사를 홍보하는데 사실상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기본이 선물 공세다. 고객과 친분을 쌓으면서 필요한 것을 파악해 고가의 가전제품이나 명품 쇼핑백 등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조합원은 대개 처음엔 5만원짜리 선물도 부담스러워하지만 나중엔 수십만원, 수백만원짜리도 선뜻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집단 중독’인 셈”이라며 “혼자만이 아니라 옆집, 윗집, 아랫집 대부분 받기 때문에 거리낌이 없고 밖으로 알려질 가능성도 작다”고 말했다.
 
이들 비용은 대개 OS요원 개인 카드로 지불된다. 나중에 용역 회사에 청구해 돌려받는다. 한달 개인 카드비로 1000만원씩 쓰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OS요원이 개인적인 용도로 쓰고 청구하다 말썽을 빚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합원이 대놓고 금품 등을 요구하는 경우도 잦다.
 
OS요원은 몇달 간 공을 들인 뒤 시공사 선정 투표 때 직접 조합원을 투표장으로 안내하며 표 굳히기를 한다. 이때 현금을 주기도 한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투표장소에 동행하는 OS요원이 어느 회사 측인가에 따라 사실상 투표결과가 정해진다”고 말했다.
 
선물 등으로 조합원에 들어가는 비용이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많을 때는 조합원당 1000만원은 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행 법은 시공사 선정을 위해 금품·향응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건설사가 책임을 지는 일은 드물다. 용역 업체의 잘못으로 떠넘기며 ‘꼬리 자르기’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용역 업체는 ‘꼬리’이고 건설사가 ‘몸통’”이라며 “건설사의 조장·방조·묵인 없이는 용역 업체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금품·향응을 통한 과열 수주전은 분양가 인상을 초래해 주택시장을 불안하게 하기 때문에 규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에만 영향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위화감 조성 등 사회적인 문제도 크기 때문에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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