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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아빠’ 여중생 살해 미스터리…남은 퍼즐조각은

중앙일보 2017.10.11 17:47
'어금니아빠' 이영학에 대한 경찰의 현장검증이 11일 진행됐다. 경찰관들이 범행 장소인 서울 중랑구 망우동 집 앞에서 마스크를 쓴 이영학을 호송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어금니아빠' 이영학에 대한 경찰의 현장검증이 11일 진행됐다. 경찰관들이 범행 장소인 서울 중랑구 망우동 집 앞에서 마스크를 쓴 이영학을 호송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어금니아빠’ 이영학(35)이 중학생 딸(14)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는 인정했지만 남은 의혹은 여전히 많다. 범행 동기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았고,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의 퍼즐은 맞춰지지 않은 상태다. 
 
① 희귀병 딸 후원금 유용했나
이영학은 2005년부터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딸 치료비를 모금했다. 특별한 직업이 없이 후원금으로 생활해온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2009년부터 자신의 블로그와 카페, 트위터 등에 “딸을 살리려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월세와 공과금이 밀려 걱정이다”고 생활고를 호소했다. 범행 장소인 중랑구 월세 집은 7~9월 전기료 47만원이 밀려 있었다.
 
'어금니아빠' 이영학은 인터넷에 생활고를 호소하는 글을 올려 딸의 후원금을 모금했다. [이영학 개인홈페이지]

'어금니아빠' 이영학은 인터넷에 생활고를 호소하는 글을 올려 딸의 후원금을 모금했다. [이영학 개인홈페이지]

 
그러나 이영학은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입차를 사고 개조하거나 혈통견을 분양하는 등 값비싼 취미생활을 즐긴 흔적이 있다. 그는 부인이 숨진 다음날인 지난달 7일에도 JTBC 등에 아내 시신과 영정을 껴안고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보내며 후원을 요청했다.
 
② 부인이 자살한 이유는
'어금니아빠' 이영학이 지난 9월 아내의 사망 이후 영정사진을 들고 후원금 모금을 위해 유튜브에 게제한 영상. [유튜브 화면 캡처]

'어금니아빠' 이영학이 지난 9월 아내의 사망 이후 영정사진을 들고 후원금 모금을 위해 유튜브에 게제한 영상. [유튜브 화면 캡처]

이영학은 일식집에서 일하던 지난 2003년 부인 최모씨(당시 16세)를 만나 딸을 낳았다.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이들은 2005년 10월까지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만 유지했다. 당시 이들 부부를 만났던 A씨는 “부인 최씨가 주눅들어 보였다”고 기억했다. 딸을 치료했던 주치의 이종호 서울대 치의대 교수 역시 “너무 어린 나이에 출산해서 그런지 부인이 기가 죽어보여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달 1일 이씨의 의붓아버지로부터 지난 2009년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한 뒤 닷새만에 투신자살했다. “성적 학대에 시달려 왔다. 지속된 폭행이 견디기 힘들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경찰도 최씨의 죽음에 의문점이 있다고 보고 이영학의 자살방조 등 혐의를 수사 중이다. 경찰은 최씨 시신에 있는 상처가 이영학의 폭행으로 인한 것인지 조사하고 있다.
 
③왜 딸의 친구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나
'어금니아빠' 이영학이 지난 1일 자신의 딸과 함께 피해자의 사체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차량에 옮겨 싣는 CCTV 화면. [사진 서울중랑경찰서]

'어금니아빠' 이영학이 지난 1일 자신의 딸과 함께 피해자의 사체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차량에 옮겨 싣는 CCTV 화면. [사진 서울중랑경찰서]

이영학은 범행 하루 전 딸 이양에게 "친구인 김모(14)양을 집으로 데려오라"고 한 뒤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먹이라"고 시켰다. 처음부터 김양을 범행 대상으로 특정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김양은 초등학생 때부터 딸 이양과 친하게 지냈고, 과거에도 집에 자주 놀러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의 부인과도 친밀한 관계였다고도 한다.
 
유력한 범행동기로 거론됐던 성폭행의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경찰은 이씨가 수면제를 복용한 김양을 상대로 성폭력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시신의 1차 검안 결과에서는 갈비뼈가 부러져 있었고 목 졸림 흔적이 발견됐고, 강원도 영월의 야산에 유기된 시신은 수습 당시 옷을 입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은 이씨의 자택에서 일반적으로 접하기 힘든 성적 도구가 발견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④형과 누나의 관계는
경찰에 압수된 시신 유기 차량은 이영학 친형의 지인 명의 차량이었다. [연합뉴스]

경찰에 압수된 시신 유기 차량은 이영학 친형의 지인 명의 차량이었다. [연합뉴스]

경찰이 이영학의 범행 동기와 심리 상태 등을 파악하기 위해 그의 가족을 조사 중이다. 친형과 누나는 평소 가깝게 지낸 것으로 조사됐다. 3남매 중 막내인 이영학은 평소 본인 명의의 포드 토러스 차량 뿐 아니라 누나 명의로 된 에쿠스와 친형 지인의 명의로 되어 있는 BMW 차량을 타고 다녔다. 딸의 치료를 지원했던 사회복지법인 관계자에 따르면 이영학의 가족들은 2005년과 2006년에는 형과 함께 누나의 집에서 함께 살았다고 한다.
 
특히 친형 이모씨는 후원금 모금을 위해 자전거 대장정이나 미국으로 떠날 때마다 언론 인터뷰에 등장해 그를 지원했다. 2006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10여 년 전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면서 1000원으로 남매 세명이 살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영학이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마련하게 된 치킨 가게의 일을 도왔다. 이영학은 범행 이후 도피 과정에서 친형에게 유서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최규진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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