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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단 두 인물을 둘 다 충신으로 만들기 까지 400년 걸렸다"

중앙일보 2017.10.11 16:37
영화 '남한산성' 원작자 김훈(오른쪽)과 감독 황동혁. [사진 라희찬(STUDIO 706)]

영화 '남한산성' 원작자 김훈(오른쪽)과 감독 황동혁. [사진 라희찬(STUDIO 706)]

“극단에 있는 두 인물을 둘 다 충신으로 평가하는 데 400년이 걸렸다.” (김훈) “누구의 말이 옳다고 얘기하는 대신 풍경ㆍ인물ㆍ사건을 있는 그대로 세밀히 표현하고 싶었다.”(황동혁)
 

'남한산성' 원작가 김훈·황동혁 감독 인터뷰

1636년 남한산성에서 일어난 사대부들의 대립을 보는 소설가와 영화감독의 시선이다. 소설『남한산성』(2007), 같은 제목으로 이달 3일 개봉한 영화는 병자호란에서 청나라와 맞서 싸우자는 척화파(김상헌), 순간의 치욕을 견뎌 다툼을 피하자는 주화파(최명길) 중 어떤 편도 들지 않는다. 둘 모두 사사로운 감정 대신 나라와 백성을 우선으로 두고 팽팽히 맞서는 인물로 그린다. 11일 만난 작가와 감독은 한 주장만 옳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읽는 감각이 필요하다는 데에 뜻을 같이 했다.
 
관객수가 300만을 넘었다.
김훈(이하 김)=나는 영화를 잘 안 보는 사람이다. 하지만 최근 영화의 흐름은 알고 있다. 특히 많은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는 관객을 몰아넣는다. 이념의 프레임에 갇혀있다. 선과 악, 좌와 우의 대결이다. 하지만 ‘남한산성’은 그런 프레임에서 벗어나있다. 극단에 있는 두 인물을 둘 다 충신으로 만들어놨다. 그렇게 하는 데 40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당시에는 한 쪽이 무너져야 한 쪽이 살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그것을 바라보는 어른다운 시선이 들어있다.
황동혁(이하 황)=보통 영화는 관객을 한 인물에 몰입시키고 목적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누구의 말이 옳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묘사와 스케치를 하고 싶었다. 지금 관객들은 그게 새로워서 열광하거나 그게 낯설어서 싫어하는 것 같다. 한 명에게 몰입하고 싶은데 중간 지점에 서 있게 하니까 관객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낯선 공간에 서 있는 느낌이 있지 않을까 한다.
 
정확한 프레임이 없어 상업적으로는 위험할 수 있다.
김=내 소설이 많이 읽히리라 꿈에도 생각 안 했다. 영화도 상업적으로 대박나려면 프레임을 모두 김상헌에게 대면 됐다. 자존심, 민족의 영광으로 틀을 잡으면 지금보다 더 많은 관객이 왔을 것이다. 우리는 그게 우리의 영광이라고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인조의 투항은 영광이 아니다. 치욕이다. 선도 악도 아니고 삶의 길이다. 임금은 그 길 밖에 없고 그 길로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독자를 기대하지 않았는데도 독자들이 많이 따라왔다.
황=상업적으로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감독이 되기 전부터 내 가슴을 뛰게 했던 할리우드의 클래식 영화 같이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이 소설을 읽는 순간 들었다.
 
한 쪽을 옳다하는 것을 뛰어넘는 시각이 영화에서 보인다.
김=조선은 성리학의 세계였고 시대에 대한 감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시대에 대한 감각이 정확해야 된다. 그들은 주자학의 도그마에 빠져 그걸 못 봤다. 명과 청의 대립을 힘과 힘, 문명과 야만의 대립으로 봤다. 현실이 안 보이는 것이다. 관념의 무서움이다. 지금도 그런 관념에 빠져있는사람이 많다. 프레임에만 빠져서는 존망의 기로를 돌파하기가 어렵다. 전환을 해야 한다. 어떤 문제가 오는가 내다 보면서 살아야 하는 시대라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소설의 세계는 영화로 어떻게 옮겼나.
황=제일 어려운 건 대사였다. 소설 속 대사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게 많지만 내가 만들어낸 대사도 그것과 같은 품격을 가져야 했고, 최소한 비슷하게 보여야 한다는 점이 어려웠다.
김=조선 사대부의 언어를 영화로 과연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을 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니 인간의 표정과 말이 같이 나오기 때문에 이해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영화가 소설가의 문체를 그대로 따라올 수는 없지만 카메라로 보여줄 수는 있다. 나도 글을 쓸 때 바싹 사물에 들이닥칠 때가 있다. 사물을 바라보는 높이도 있다. 내려다보거나 평행으로 본다. 글 속에 영상이 들어있다. 감독이 그걸 카메라로 했더라. 당기거나 멀어지고 내려다보는, 글 쓸 때의 전략을 감독이 했다. 특히 영화 첫 장면의 살인에서 폭력적인 것을 최대한 제거하면서 인간의 비극을 보여준 것이 내가 글을 쓸 때 가졌던 시각과 일치했다.
 
새로운만큼 낯설고 지루할 수도 있는 이야기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김=패배와 치욕에 관한 일이다. 이걸 가지고 이해를 받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그렇게 훈련이 안 돼 있다. 하지만 강대국 틈바귀에서 시달리는 현실의 운명이 다가온다. 하지만 이 정도 이해를 받은 것은 성공이고 충분하다.
황=어느 하나가 제대로 풀려가지 않는 게 지금 우리 나라의 현실이고, 민족의 가장 비참한 순간을 다룬 이야기라 깊은 인상을 받거나 혹은 낯설어 하는 상반된 반응이 보인다. 이렇게까지 나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두 그룹이 어떻게 스미고 만나게 될지가 가장 궁금하다.
 
장성란ㆍ김호정 기자 hairp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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