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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10여명과 조건만남서 AIDS 걸린 여중생 어떡하나?

중앙일보 2017.10.11 14:23
에이즈 원인균인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이미지. [자료 (사)한국에이즈퇴치연맹]

에이즈 원인균인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이미지. [자료 (사)한국에이즈퇴치연맹]

지난 5월 경기도 용인의 한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A양(16)은 갑자기 아랫배 통증을 느껴 가까운 병원을 찾았다. 병원 검사결과 A양의 건강상태는 충격적이었다.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일으키는 병원체인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부터 3개월간 30~40대 남성과 조건만남 가져
10여차례 성매매 과정서 에이즈 원인균 감염 가능성 커
성매수 남성 찾지 못하면서 전파자 등 역학조사 어려워
누가 옮겼는지, 퍼지진 않았는지 확인 안돼 관리 '구멍'
에이즈 원인균 등 신고자 지난해 1199명...10대 36명

병원은 즉시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했고, A양은 HIV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사실을 통보받은 용인보건소는 A양이 어떻게 바이러스에 걸렸는지 역학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정확히 누구에게 감염됐는지는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전파 경로를 ‘성매매’로 추정할 뿐이다. 
 
에이즈 진단장치. [중앙포토]

에이즈 진단장치. [중앙포토]

 
A양은 지난해 8월부터 3개월간 30~40대 남성 10여명과 각각 ‘조건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조건만남은 돈을 받고 성관계를 맺는 성매매를 암시한다. A양이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걸린 사실을 안 보호자는 A양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동네 오빠 B씨(20)를 경찰에 고소하기에 이른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감염 경로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됐다. 성 매수 남성들을 검거해 HIV 감염 여부를 검사하면 A양에게 누가 HIV를 옮겼는지, 옮긴 남성이 HIV 보균자인지 또는 에이즈 환자인지, A양이 이후 또 다른 남성에게 HIV를 전염시키지는 않았는지 등 구체적인 역학조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 에이즈예방법은 에이즈 감염자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벌금형은 없다.  
모텔 자료사진. * 본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중앙포토]

모텔 자료사진. * 본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중앙포토]

 
하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A양이 조건만남에 나선 시점이 1년이 넘어 신체에 남아 있는 성 매수자의 DNA를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스마트폰 채팅 앱을 이용, 익명으로 만나 추적이 어렵기 때문이다. 해당 채팅앱은 서버를 해외에 둬 접속기록 확보도 쉽지 않다. 경찰은 A양 등의 통화기록도 조회해봤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 이미 삭제된 상태다.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매매 처벌과는 별도로 전파경로를 파악할 역학조사가 실패한 셈이다. 다만 경찰은 B씨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 지난달 11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이 접수돼 성 매수 남성을 추적했지만, 검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할 보건소는 A양에게 에이즈 예방교육을 제공하고 치료비를 지원 중이라고 한다. 에이즈는 인체 내의 방어기능을 담당하는 면역 세포가 파괴, 면역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병의 이름이다. 이로 인한 특유의 임상증상이 나타났을 때 에이즈 환자로 분류한다. A양은 에이즈 환자가 아닌 ‘HIV 보균자’다. 만성질환처럼 꾸준히 관리하면 에이즈로까지 병 악화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인체 면역세포(적색)를 파괴하고 나오는 에이즈 바이러스(녹색). [중앙포토]

인체 면역세포(적색)를 파괴하고 나오는 에이즈 바이러스(녹색). [중앙포토]

 
용인보건소 한 관계자는 “A양과 같은 HIV 감염자에게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치료를 맡은 병원의 청구금액을 통해 치료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 확인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A양 사건을 통해 에이즈 예방 관리에 구멍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누군가 A양에게 HIV를 감염시킨 게 분명한데 정부에 등록 관리된 HIV 보균자인 지, 아니면 미등록 보균자인 지, 또는 에이즈 환자였는지 등 전혀 확인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이뤄진 신규 HIV·에이즈 신고자 수는 1199명(내국인 1062명·외국인 137명)이다. 이중 10대 청소년도 36명(3%)으로 나타났다. 신규 신고는 2013년부터 매년 1000명 이상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HIV·에이즈 현황은 1만1439명으로 남성이 93%인 1만618명을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서 스마트폰 채팅앱을 악용한 익명의 조건만남까지 이뤄지면서 추가 감염이 우려되는 게 현실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자신이 HIV 보균자인지 모르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성관계가 가장 큰 문제”라며 “등록된 HIV 보균자나 에이즈환자에 대해서는 만성질환처럼 꾸준히 관리하고 있고, 성(性) 관련한 교육도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A양이 다녔던 고등학교가 A양 자퇴과정에서 조건만남을 한 사실을 알고도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하지 않았는 지 감사에 착수했다.  
 
용인=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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