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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매맞는 119구급대원… 소방청, 경찰 동시출동 대책 추진

중앙일보 2017.10.11 12:00
지난 7월 20일 충남의 한 소방서에 근무하는 구급대원은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환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환자인 신모(53)씨는 구급대원의 부축을 받으며 119구급차로 이동하던 중 성적 모욕을 주는 폭언을 한 뒤 휴대전화로 폭행을 가했다. 폭행을 당한 구급대원은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2017 을지연습 기간인 지난 8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드론테러 및 재난 대응 종합훈련에서 119구급대원들이 부상자 이송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 을지연습 기간인 지난 8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드론테러 및 재난 대응 종합훈련에서 119구급대원들이 부상자 이송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년간 662건, 이틀에 한 번꼴 발생… 절반이 벌금형 처벌
범죄의심 발생 신고때 경찰과 동행, CCTV 설치 등 장비도 확충

소방서 특별사법경찰관은 구급차 CCTV(폐쇄회로TV)에 녹화된 영상을 근거로 환자를 소방활동방해 혐의(소방기본법 위반)로 구속했다. 현재 신씨는 교도소에 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다.
 
소방청은 끊이지 않는 구급대원 폭행을 근절하기 위해 ‘현장활동 구급대원 폭행 근절대책’을 추진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2014년부터 올 7월까지 모두 622건의 구급대원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에 한 번꼴이다. 연도별로는 2014년 131건, 2015년 198건, 2016년 199건 등이다. 올해 들어서도 7월까지 93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폭행사범 10명 중 5명(622건 중 314건·50.5%)은 벌금형 이하의 가벼운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 집행유예를 포함한 징역형은 30.7%인 191건에 불과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춘천소방서 구급팀 대원들이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소방서 구내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춘천소방서 구급팀 대원들이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소방서 구내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신고자나 환자가 술에 취해 있거나 상해·자해·자살소동·범죄의심 등 각종 위험 상황은 물론 예상하지 못하는 우발적 폭력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게 소방청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소방청은 119 신고 접수단계부터 구급대원 출동, 피의자 수사, 폭행피해 대원 관리 등 단계별 폭행방지 대책을 마련 추진할 방침이다.
 
우선 119상황실에서는 신고자자 주취 상태이거나 상해 등 범죄 의심이 있는 경우 반드시 경찰에 통보, 구급대와 경찰이 동시에 출동하도록 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이 주취 등 상황에 대응하도록 폭행방지 대응 매뉴얼도 제정, 운영하고 있다.
지난 7월 19일 강원도 양양 수산항 방파제에서 파도완충재(일명 TTP) 사이로 추락한 관광객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속초해경과 양양소방서 119구조대가 구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19일 강원도 양양 수산항 방파제에서 파도완충재(일명 TTP) 사이로 추락한 관광객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속초해경과 양양소방서 119구조대가 구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든 119구급차(1357대)에 CCTV(폐쇄회로TV)를 설치하고 헬멧부착·안경형 웨어러블 캠도 보급하는 등 채증장비도 보강했다.
 
구급대원 단독 폭행사건은 소방특별사법경찰관이 직접 수사하도록 경찰과 협조하고 무관용 원칙에 따라 조치할 방침이다. 소방기본법상 소방(구급)대원을 폭행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방청은 상습 주취신고자와 폭행 경력자 등은 긴급구조시스템에 등록, 119에 신고와 동시에 접수요원·현장 구급대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지난 7월말 기준 상습 주취와 폭행·폭언 경력으로 등록된 사람은 2210명에 달한다.
지난 8월 17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구역에서 인천공항 소방대원들이 응급환자 발생 시험운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17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구역에서 인천공항 소방대원들이 응급환자 발생 시험운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급차 3인 탑승(환자에게 전문적인 응급처치 및 폭행 피해 예방 효과) 비율도 인력 증원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대(2016년 31.7%→2017년 44.8%·예정)할 방침이다. 
 
소방청 윤상기 119구급과장은 “매년 증가하던 구급대원 폭행이 올 들어서는 감소하는 추세”라며 “구급대원 폭행이 근절되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보도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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