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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 75% “대학구조개혁평가, 대학교육에 도움 안 돼”

중앙일보 2017.10.11 10:59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학서열화 완화와 사교육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학서열화 완화와 사교육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육부가 대학을 평가해 등급에 따라 정원 감축 비율과 재정 지원 규모 등을 결정하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대해 현직 대학교수 중 대다수가 ‘중단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교수들은 향후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평가를 개선해 다시 시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대학 교육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수 511명 온라인 설문조사
교수들 "정부가 평가권으로 대학 통제, 자율성 훼손"
사교육걱정 "평가 중단. 대학교육 발전 방안 내놔야"

11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이런 내용을 담은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대한 대학교수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한국 사립대학교교수연합 등에 소속된 대학교수 511명에게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김성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연구소 정책위원은 "사교육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학 서열화"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대학구조개혁평가와 같은 정책이 대학 서열화 완화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알아보고자 이번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대학 구조개혁평가는 학생 수 감소에 따라 2023년까지 순차적으로 대학 입학 정원을 16만명가량 줄이기 위한 조치다. 1주기(2014~2016년) 4만명에 이어, 2주기(2017~2019년) 5만명, 3주기(2020~2022년) 7만명을 순차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계획이다.  
이미 마무리된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는 신입생 수 3000명 이상인 서울과 지방의 41개 대학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평가 이후 서울의 대학 14개 곳 중 9곳은 입학 인원이 증가했고 5곳은 소폭 감소에 그쳤다. 반면 지방의 27개 대학은 입학 인원이 모두 감소했다.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는 평가 하위 50%에 속하는 대학을 X, Y, Z 등 3개 등급으로 구분해 정원을 집중적으로 감축하고 최하위 대학의 경우 퇴출을 추진하는 게 골자다.
 
설문에 참여한 대학교수들은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대학 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었나’라는 질문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가 46.2%, ‘그렇지 않다’가 28.8%로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 중 75%가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반면 ‘도움이 되었다’는 9.2%, ‘매우 도움이 되었다’는 0.4%에 그쳐 긍정적인 응답은 10%가 채 안됐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정책 효과에 대해 부정적으로 응답한 이유는 ‘평가로 인한 대학의 학문적 자율성 훼손’으로 모아졌다. 이들은 대학구조개혁평가로 인해 ‘교육부가 대학을 통제하는 구조가 형성(72.7%)’ ‘대학이 교육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으로 변질(66.8%)’ ‘학문의 자율성 훼손(52.9%)’ 등을 우려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내년부터 시행되는 2주기 평가는 1주기 때와 방식이 다소 달라진다. 1주기 평가 결과, 서울 소재 대학에 비해 지방대학이 불리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2주기 평가부터는 전국을 5개 권역(수도권, 강원·충청권, 호남·제주권, 부산·울산·경남권)으로 나눠 진행하기로 했다. 1주기 때는 권역 구분없이 전국 대학을 일괄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응답자들은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대해서도 ‘대학 교육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64.1%)’이라며 여전히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대학교수들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모든 대학을 획일적 지표에 따라 평가하는 방식’은 1주기 때와 같다. 또 권역별로 경쟁하다보면 지방 대학에 비해 경쟁력 있는 수도권 소재 대학들이 강제적으로 정원 감축 대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학교수들은 현 정부가 시급히 해결할 대학교육 문제로 ‘교육부 통제로부터 자율성 회복(68.2%)’을 1위로 꼽았다. ‘사학 부패 비리 해결(53.3%)’과 ‘비수도권대학 존립 위기 해결(36.7%)’ ‘대학 서열 완화(35.9%)’ 등이 뒤를 이었다. 사교육걱정 관계자는 “대학교수들은 지난 4년간 진행된 대학구조개혁평가 등 교육부 정책으로 인해 대학의 자율성이 훼손됐고, 이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진단했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교육걱정은 이번 결과를 발표하며 “교육부는 대학을 지원하고 관리 감독해야 하는 기구이며, 대학은 전문가 집단으로 교육부의 정책에 대해 비판적 견제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하지만 현재는 교육부가 대학의 존폐가 달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손에 쥐고 있어, 대학은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갑을 관계로 왜곡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대학교수의 75%가 반대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조속히 중단하고 대학 교육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으라”고 말했다.
 
정부가 대학에 대한 평가권을 내려놔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사교육걱정은 “일본의 경우, 사립대학 비율이 70%에 달하고 2000년대 초반부터 학생 수 감소 위기를 겪었다”며 “이 시기 일본은 획일적 평가로 대학 입학 정원을 감축하는 대신 ‘사립학교법’을 도입해 대학의 자립성과 공공성을 높였다. 이런 일본의 대학 개혁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비수도권 대학의 존립 위기를 해결하고 대학 서열화를 완화하는 방법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대학체제 개혁을 위한 국공립통합 3단계 방안’을 조속히 추진하라”고도 했다. 대학체제 개혁을 위한 국공립통합 3단계 방안이란 지역의 국립대학을 명문대로 집중 육성(1단계)한 뒤, 국립대학의 연합체계를 구축해 공동선발·공동학위를 수여(2단계)한다. 그리고 국립대학 연합체와 사립대가 연계하고 협력하는 구조(3단계)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연구소 소장은 “새 정부가 들어선 지 5개월이 지났다. 대학교육 개혁을 위해 본격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며 “대학 구성원이 원하지 않는 대학구조개혁을 중단하고, 대학 교육 발전을 위한 교육 개혁을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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