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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4) 고령자를 위한 새 주거 대안 '따로 또 같이'

중앙일보 2017.10.11 02:00
1인가구. [중앙포토]

1인가구. [중앙포토]

 
1인 가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그 증가속도는 서울보다 지방이 더 빠르다. 최근 어느 연구원의 향후 30년간의 전망에 따르면 1~2인 가구는 큰 폭으로 증가하는 반면 4인 이상 가구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1인 가구의 주요인으로 청년층은 결혼의 지연과 포기, 중장년층은 이혼·경제위기·기러기가족·비혼 등으로 분석됐다. 나홀로족의 증가와 함께 새로운 문화가 많이 생겨났다. 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혼 밥, 혼 술과 더불어 혼자서 하는 쇼핑, 운동, 영화 보기, 여행, 드라이브 등이다. 
 
2030년이 되면 두 명 중 한명은 나홀로족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혼자 사는 사람의 일상을 보여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인기다. 마트에는 혼자 사는 사람이 먹기 적당한 크기로 포장된 제품도 많다. 
 
농촌진흥청에서는 1인 가구를 위해 탁구공보다 조금 큰 사과를 개발했다. 온라인을 통해 처음 만난 사람과 혼자 먹기 부담스러운 족발, 피자, 치킨을 사서 나눠 먹거나 각종 생활용품을 공동구매해서 나눠 쓰기도 하는 소위 ‘하프 셰어 족’도 탄생했다.  
 
 
1인 가구 대안으로 떠오른 셰어하우스. 카페 등 공유공간을 넣은 1인 가구 주택 '송파 마이크로하우징' 내·외부 모습. [중앙포토]

1인 가구 대안으로 떠오른 셰어하우스. 카페 등 공유공간을 넣은 1인 가구 주택 '송파 마이크로하우징' 내·외부 모습. [중앙포토]

 
이렇게 먹거리나 생활용품을 나눠 쓰는 것처럼 집의 일부 공간을 여러 사람이 나눠 쓰는 개념의 주거유형을 공유주택, 셰어하우스(share house)라고 한다. 주로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주거형태다. 침실은 독립된 공간으로 되어있고 거실·주방·식당·욕실·세탁실 등은 공유한다. 
 
 
일본서 유행하는 셰어하우스 
 
우리보다 고령화가 빨리 진행된 일본에는 특히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셰어하우스가 많다. 개인 방은 아주 작다. 가구는 침대와 작은 옷장, 책이나 컴퓨터를 놓을 수 있는 책상이 전부다. 대신 같이 모여서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이나 주방, 거실 등은 큰 공간으로 마련돼 있다. 같이 모여서 식사를 하고 거실에서 담소를 나누거나 취미활동도 할 수 있으니 혼자사는 외로움을 덜고 타인과 함께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셰어하우스 보린주택. 함께 사는 노인 임대주택.[중앙포토]

셰어하우스 보린주택. 함께 사는 노인 임대주택.[중앙포토]

 
1인가구가 급증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셰어하우스는 주거난민으로 전락한 청년층에게도 필요하지만 특히 고령자에게 꼭 필요한 주거형태다. 우리나라 고령자의 자가 소유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자가 소유 비율이 높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살던 곳에서 살 수 있는 거주 안정성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자녀들이 출가하고 난 후 또는 홀로되었을 때 큰 집을 팔고 이사갈 만 한 곳이 지금 사는 아파트보다 작은 아파트거나 오피스텔 외에는 대안이 별로 없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가장 큰 장점은 프라이버시가 잘 보장된 나만의 주거공간에 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장점이 고령자에게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1인 가구 고령자는 자칫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 가능성이 높다. 고독사는 이렇게 외부와 단절된 주거형태에서 사는 1인가구의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셰어하우스 보린주택. 함께 사는 노인 임대주택. [중앙포토]

셰어하우스 보린주택. 함께 사는 노인 임대주택. [중앙포토]

 
이런 관점에서 보면 셰어하우스는 홀로된 고령자에게 꼭 필요한 주거유형으로 생각된다. 내 공간은 작지만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고 대신 공유공간은 넓게 사용하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더불어 사는 삶을 살 수 있다. ‘따로 또 같이’는 셰어하우스에서의 삶을 잘 표현한다.  
 
서울의 예를 보면 대학생이나 젊은 여성들을 위한 셰어하우스는 대학가나 역세권에 많다. 주로 아파트를 리모델링해 사용하는데 방 하나를 두 세 명이 같이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젊은 층을 위한 셰어하우스가 성행하는 것은 어쩌면 그들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절박한 수요자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젊은이라고 침실이나 욕실을 타인과 같이 사용하는 것이 편하겠는가.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는 고령자를 위한 셰어하우스가 등장하지 않는가. 고령자 1인가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자금여유가 있는 수요자가 많음에도 사업자들이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셰어하우스를 꺼리는 이유가 있다. 그 주된 이유는 그들의 관계형성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나는 작게 우리는 크게'
 
 
셰어하우스 보린주택. 함께 사는 노인 임대주택. [중앙포토]

셰어하우스 보린주택. 함께 사는 노인 임대주택. [중앙포토]

 
셰어하우스는 공간을 공유해야하는데 그것은 심리적인 공유도 포함한다. 공유는 소유가 아니라 나눔의 개념이다. 대화의 본질이 경청이듯 공유의 본질은 양보와 배려다. 결국 시니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로 간의 관계에 대한 불안해소가 공유주택 성공의 핵심요인이다. 
 
같이 산다는 것은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같이 살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서로 풀어가려면 결국 나를 내려놓는 것이 우선이다. ‘나는 작게 우리는 크게’ 살 수 있는 주거유형인 셰어하우스의 좋은 모델이 많이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손웅익 프리랜서 건축가 badaspace@hanmail.net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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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웅익 손웅익 프리랜서 건축가. 수필가 필진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더위와 추위를 피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한 집, 투자와 과시의 대상으로의 집에서 벗어나 집은 살아가는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건축가이자 수필가인 필자를 통해 집의 본질에 대해, 행복한 삶의 공간으로서의 집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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