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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청와대 해명이 잘못됐다

중앙일보 2017.10.11 01:42 종합 31면 지면보기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박근혜 대통령 시절 패션 담당 기자들은 애를 먹었다. 대통령 의상이 누구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어서였다. 그도 그럴 것이 비선 최순실의 ‘의상실 맞춤복’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김정숙 여사의 패션 관련 자료는 넘친다. 김 여사가 입고, 들고, 신은 적잖은 패션 아이템이 업계 관계자라면 알아볼 법한 유명 디자이너와 장인의 작품이라서다.
 
가령 한복 대신 화이트 투피스를 입어 화제가 된 취임식 패션은 파리 컬렉션에 수차례 섰던 양해일 디자이너 옷이다. 양 디자이너는 지난 6월 방미 당시 김 여사가 입었던 ‘푸른 숲’이 그려진 재킷과 공경할 제(悌) 자가 담긴 문자도 블라우스, 나전칠기 클러치백(손가방), 그리고 7월 독일 방문 때 든 토트백도 제작했다. ‘푸른 숲’은 정영환 작가와, 나전 클러치백은 김용겸 장인과 협업한 덕분에 두 사람도 덩달아 유명세를 치렀다. 그런가 하면 방미 당시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부인에게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줘 화제가 된 누비 코트는 무형문화재 김해자 누비장의 작품이다. 또 높낮이가 서로 다른 독특한 버선코 구두는 전태수 장인이 제작했다.
 
방미 당시 청와대는 ‘김정숙 여사, 패션외교 화제’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영부인 패션이 관심을 많이 받는 만큼 전통을 담은 아이템들이 널리 쓰이고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영국 디자이너 어맨다 웨이클리 옷을 입고 취임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가 취임식 당시 미국 브랜드 랄프 로렌을 입어 세계적 관심을 끈 것처럼 김 여사가 한국 패션에 기여하고자 한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널리 쓰이려면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텐데 청와대는 거꾸로 꽁꽁 감추기만 하니 말이다. 최근 제기된 영부인의 의상비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는 9일 ‘대한민국 대표로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도 구체적 설명 없이 홈쇼핑과 직접 수선만 강조했다. 차라리 이참에 누구 의상이고 얼마인지를 투명하게 밝혀 국내 패션산업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논란을 풀었으면 국민적 이해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영부인이 소화한 품격 있는 한국 디자인을 청와대가 ‘비선의 맞춤복’ 취급한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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