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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선 80대가 경로당 밥당번

중앙일보 2017.10.11 01:00 종합 19면 지면보기
노인 비율 전국 최고 전남 고흥군 
극과 극 … ‘고령사회’ 대한민국 
오일장이 열린 전남 고흥군 고흥읍에서 주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모두 노인들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오일장이 열린 전남 고흥군 고흥읍에서 주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모두 노인들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는 725만 7288명이었다. 전체인구(5175만3820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사상 처음 14%를 넘어섰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유엔 기준으로 ‘고령사회’에 공식 진입했다.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지 17년 만이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전국 기준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기초자치단체에 따라 고령화의 속도는 크게 차이가 난다. 65세 이상 인구가 가장 높아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간 전남 고흥군(38.1%)과 고령화사회에 진입을 앞둔 울산광역시 북구(6.9%)의 현재 모습을 비교해봤다.

군민 38.1% 65세 이상 초고령사회
초교 졸업생 대비 입학생 비율 65%
30년내 지역소멸 지수 고위험 분류


 
전남 고흥군 두원면 예동마을 경로당을 자주 이용하는 할머니는 9명이다. 이들 할머니 가운데 3명은 90대다. 최근 찾았던 이곳에서 점심 준비는 80대 할머니들이 맡는다. 이 경로당에서 세 번째로 나이가 많은 유경희(93) 할머니는 “80대 초반 할머니가 반찬을 하고, 이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할머니는 밥을 짓는다”며 “80대 후반 할머니들은 그릇을 놓거나 설거지를 한다”고 말했다.
 
고흥은 전국의 시·군·구 가운데 주민등록상 65세 이상 주민의 비율이 38.1%로 가장 높은 지역이다.
 
고흥에서도 두원면은 초고령화가 가장 극심한 지역이다. 전체 3285명의 주민 가운데 51%인 1708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고흥 지역 16개 읍·면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30% 아래인 곳은 고흥읍(19.9%)이 유일하다. 전국 평균은 14.0%다.
 
고흥읍 오일장은 초고령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현장이다. 생선과 야채를 파는 상인도, 장을 보러온 손님도 대다수가 60대 이상 노인이다.
 
거리에서도 지팡이를 짚거나 보행기를 이용해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걷는 노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고흥 지역 상당수 마을에서는 노동력에 한계가 있는 70~80대 노인들을 대신해 60대 주민들이 농사를 짓고 일부 수확물을 가져간다. 고흥 도화면 신기리마을 주민 은만덕(90) 할머니는 “우리 마을에서는 60대도 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전남 고흥군 초고령화 대책

전남 고흥군 초고령화 대책

노인의 수는 그대로인데 갈수록 줄어드는 아이들의 수는 고흥의 초고령사회화를 가속화한 요인이다. 고흥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 1학년 입학생은 321명으로 6학년 졸업생 357명에 비해 36명 적었다. 전국적인 추세로도 볼 수 있지만 고흥은 2013년의 경우 초교 졸업생(523명) 대비 입학생(344명)의 비율이 65.7%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게 교육당국의 설명이다.
 
고흥은 초고령사회를 넘어 지방자치단체 소멸 위기까지 몰린 상태다.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에 따르면 고흥의 소멸위험지수는 0.167로 경북 의성군(0.158)에 이어 전국 시·군·구 가운데 두 번째다. 30년 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65세 인구 대비 20~39세 여성 비중인 소멸위험지수가 0.2 미만일 경우 ‘소멸 고위험’으로 분류된다. 고흥군 정귀인 인구정책 담당은 “고흥 초고령화의 가장 큰 원인은 젊은 세대의 도심 이주”라며 “출산율 자체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낮지 않은 만큼 청년들이 정착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사업들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흥=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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