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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최고의 속편, 다시 인간다움을 묻다

중앙일보 2017.10.11 01:00 종합 24면 지면보기
1982년 개봉한 ‘블레이드 러너’의 속편 격인 ‘블레이드 러너 2049’. [사진 소니 픽처스]

1982년 개봉한 ‘블레이드 러너’의 속편 격인 ‘블레이드 러너 2049’. [사진 소니 픽처스]

최고의 SF영화 중 한 편으로 꼽히는 ‘블레이드 러너’(1982, 리들리 스콧 감독)의 명성에 걸맞은 속편이 탄생했다. 12일 개봉하는 ‘블레이드 러너 2049’(드니 빌뇌브 감독)다. ‘대부2’(1974,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와 함께 ‘최고의 속편’의 반열에 올려도 손색이 없다. 전편은 2019년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폭동에 가담한 레플리컨트(Replicant, 복제 인간)를 쫓는 특수 경찰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해리슨 포드)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뒤 속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2049년 미국 LA의 블레이드 러너 K(라이언 고슬링)가 그 주인공이다.
 

내일 개봉 ‘블레이드 러너 2049’
운명과 희망 사이 비장한 줄타기
화면·연출·스토리 모두 만족할 만

레플리컨트 해방 운동에 가담한 구모델의 레플리컨트(데이브 바티스타)를 처리하던 중, K는 놀라운 증거를 발견한다. 인간에게 무조건 복종하며, 노동력을 제공하는 레플리컨트의 존재를 새롭게 정의할 만한 증거 말이다. K는 이것이 30년 전 행방을 감춘 데커드(해리슨 포드)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레플리컨트를 생산하는 월레스 기업의 총수 니안더월레스(자레드 레토) 역시 K의 비밀 수사를 주시한다. 결국 K는 온갖 사건 끝에 데커드를 만나고, 새로운 진실을 마주한다.
 
영화는 K의 눈동자에 찍힌 일련번호를 비추며 시작한다. 그는 레플리컨트다. 이 영화를 위대한 속편으로 만든 결정적 한 수다. 전편에서 인간 데커드는 레플리컨트 레이첼(숀 영)과 사랑에 빠지고, 레플리컨트 로이(룻거 하우어)와 사투를 벌이며 진정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배웠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그와 퍽 대칭적이다. K는 인간에게 절대 복종해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잘 알고 있지만, 수사를 계속하며 자신이 특별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품는다. 목적에 따라 대규모로 생산되고 일련번호를 부여받은 존재가 아니라, 사랑으로 잉태된 단 하나의 생명체, 고유한 기억을 지닌 특별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조심스럽게 그 희망에 취하는 K의 모습을 통해 인간다움을 일깨우는 솜씨가 전편 못지않다.
 
한층 절제되고 세련된 미술로 완성한 사이버펑크(기술은 고도로 발전했지만 삶의 질은 떨어진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SF 장르의 하나)의 세계, 고요함 속에 긴장을 폭발시키는 드니 빌뇌브 감독 특유의 웅장한 연출, 적재적소에서 전편과 시적으로 조우하는 이야기 모두 훌륭하다. 그 모든 아름다움이 모여 진정한 인간다움의 가치를 그려 보인다. 그것은 인간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다움을 끈질기게 고민하고 추구하는 노력에서 피어난다. 전편의 리들리 스콧 감독이 이 영화의 총괄 제작자로 나섰다.
 
함께 보면 좋은 영화
① 블레이드 러너 (1982)
감독 리들리 스콧. 전편을 상세히
기억할수록 이 영화의 감동은 배가 된다.
 
② 드라이브 (2011)
감독 니콜라스 윈딩 레픈. 세상의 모든
고독을 짊어진 남자의 대명사, 라이언 고슬링.
 
③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 (2015)
감독 드니 빌뇌브. 빌뇌브 감독의
최고작을 직접 고르고 싶다면.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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