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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아내살해로 '사형'구형된 의사 남편에 법원판단은?

중앙일보 2017.10.11 00:01
아내 명의로 된 수억원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자신이 직접 수면제를 처방해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구형된 비정한 의사 남편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11일 오후 2시 대전지법 서산지원에서 열린다.
 

검찰 "재혼한 아내 재산 빼앗으려 계획적으로 저지른 범행" 주장
변호인 "죄책감 시달려 자살 시도, 재산 노린 살인 아니다" 반박
법원 11일 오후 2시 약물 주입해 아내 살해한 의사에 대한 선고

앞서 지난달 20일 대전지법 서산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한경환) 심리로 열린 의사 남편 A씨(45)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A씨는 지난 3월 11일 오후 9시30분쯤 충남 당진시 자신의 집에서 아내 B씨(45)에게 수면제를 먹여 잠들 게 한 뒤 약물을 주입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법원 이미지. [중앙포토]

법원 이미지. [중앙포토]

 
당시 검찰은 “A씨는 재혼한 아내의 도움으로 병원을 개업한 뒤 수억원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 아내를 살해하는 등 극단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이 내린 처방으로 수면제를 구입하고 독극물도 준비하는 등 치밀하게 범죄를 계획했다”며 “죄질이 불량하고 유족 등에게 씻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법정 최고형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법정에 나온 A씨는 “씻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 진심으로 사죄하고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A씨 변호인은 “죄책감에 시달리던 피고인이 자살을 시도하고 자백했다”며 “재산을 노린 살인이라는 검찰의 주장은 논리적인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A씨는 범행 다음 날인 3월 12일 “아내가 숨졌다”며 119에 신고했다. 평소 심장병 치료를 받았던 B씨의 사인은 ‘병사(病死)’로 처리됐다. 범죄 혐의점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전경. [연합뉴스]

대전지법 서산지원 전경. [연합뉴스]

 
하지만 B씨 유족은 “사인이 의심스럽다. 조사해달라”며 사망 8일 만인 3월 20일 직접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를 찾아 진정서를 제출했다. 자신들의 거주지인 당진에도 경찰서가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승용차로 1시간가량 걸리는 충남 내포신도시(예산·홍성)까지 찾아온 것이다. 
 
경찰은 A씨 집과 병원 등을 압수 수색한 뒤 타살 의심 정황을 포착했다. A씨에게 소환 통보를 앞둔 시점이었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A씨는 지난 4월 4일 오전 자취를 감췄다. 자신의 차를 몰고 도주한 것이다.
 
강원도로 달아나던 A씨는 같은 날 오후 2시50분쯤 영동고속도로 강릉휴게소(강릉 방향)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도주 직전 자신의 부모에게 “내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A씨는 검거되기 직전 자살을 시도하기 위해 약물을 투약하기도 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법원 판결봉 이미지. [중앙포토]

법원 판결봉 이미지. [중앙포토]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A씨가 지난해에도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실패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A씨 부부는 지난해 4월 결혼했다. 두 사람 모두 재혼이었다. 결혼 후 A씨는 B씨 연고가 있는 당진으로 내려와 병원을 열었다. 살림은 B씨 소유의 원룸 건물에 차렸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원만하지 못했다고 한다. 두 사람 사이에 자녀는 없었다.
 
경찰 조사 결과 가정불화가 계속되자 A씨는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8시30분쯤 수면제를 탄 물을 B씨에게 먹인 뒤 잠이 든 틈을 이용해 약물을 주입했다. 약물이 주입되자 B씨는 심정지가 발생했다.
 
약물을 주입한뒤 태연하게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A씨는 쓰러져 있던 B씨를 상대로 심폐소생술을 했다.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B씨가 살아나자 119에 신고했다.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가 B씨를 병원으로 후송,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충남지방경찰청 전경. [중앙포토]

충남지방경찰청 전경. [중앙포토]

 
당시 병원에서는 B씨의 심정지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차와 2차 범행 때 사용한 약물은 동일한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A씨는 경찰에서 “성격차이와 잦은 부부싸움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의사인 A씨가 전문지식과 도구를 이용해 아내를 살인한 뒤 병사(病死)로 위장한 범행”이라며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으로 한쪽의 진술만을 듣고 수사를 진행해야 해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서산=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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