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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악마성 범죄...효자손으로 때려죽이고, 한살배기 아이 사체유기...숨겨진 아동학대 실태

중앙일보 2017.10.10 17:04
 
 #.친아들이었다. 아버지 K씨(당시 22세)는 2014년 11월 24일 전남 여수 자택에서 만 1세의 둘째 아들을 때렸다.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였다.아들은 실신했고 깨어난 뒤엔 손이 꼬이는 경직 증세가 나타났다. 아동학대가 발각될 것을 두려워해 병원에도 데려가지 않았다. 아이는 다음날 집에서 숨졌다. 외상성뇌출혈이었다.
K씨는 아들의 시신도 훼손해 여수 앞바다에 버렸다. 이런 사실은 언론에 공개된 적이 없는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이다. K씨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지난 8월 아동학대치사와 사체 훼손 혐의를 적용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 H양은 8세였다. 아버지 N씨(당시 35세)는 2013년 8월 21일 서울 은평구 아파트에서 H양이 집을 어지럽히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골프채로 온 몸을 수십 차례 때렸다. 계모(당시 33세)도 가세했다. 골프채, 효자손, 플라스틱 안마기로 몸과 다리, 팔 등을 폭행했다. H양은 이틀뒤 광범위한 피하출혈과 외상성 쇼크로 숨졌다.H양의 친모는 딸의 시신 사진을 보고 그 자리에서 실신했다고 한다.재판부가 압수한 H양 살해에 사용된 흉기는 9개에 달했다. N씨와 계모는 형법상 학대치사죄로 각각 징역 5년과 8년의 형을 받았다.
아동학대특례법에 따르면  아동학대치사죄의 형량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하지만 이 법률은 2014년 9월29일부터 시행이 됐는데, 이 사건의 경우 그 전에 판결이 난 것이라 소급 적용이 안됐다.
 서혜정 아동학대피해가족협의회 대표는 “H는 몸이 한 군데도 성한 데가 없었다. 부검을 했는데 며칠을 굶겼는지 위 속에는 내용물이 하나도 없었고, 입에서만 핫도그 한 조각이 나왔다"고 전했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게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건수는 2012년 6403건에서 2016년 1만5873건으로 증가했다. 최근 5년새 3배로 아동학대 건수가 증가하는 가운데 K씨나 N씨 사건과 같은 반인륜성 '악마성 범죄'도 있다르고 있다.
아동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동 수는 2012년 8명에서 2013년 17명, 2014년 14명, 2015년 16명, 2016년 36명으로 급증했다.
 아동학대의 가해자는 대부분 부모로 나타났다. 10명 중 8명 꼴이었다. 2012년 발생한 아동학대의 83.87%(5370건), 2016년의 80.69%(1만4986건)가 부모에 의한 학대였다.
 황옥경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는 “최근 아동학대 범죄가 증가하는 것은 학대가 늘었다기보다 발견율이 높아진 것”이라며 “법률이 강화되면서 아동학대를 신고해야 된다는 대중의 민감성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신고가 늘어난 반면 실제 부모들의 양육 태도는 전혀 바뀐 게 없다”며 “아동 학대 관련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실제 이를 근절하기 위한 예방사업이 더 강조돼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박사는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아동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소유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며 "가정에서 이뤄지는 아동학대를 훈육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 의원들도 12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아동학대 예방대책을 이슈화할 계획이다. 
 인재근 의원은  "국민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학대 문제는 더 심각하다"며 “지금까지 정부의 예방 대책은 변죽만 울린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정부에서 실효성 있는 아동학대 근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석진 자유한국당 의원도 “친부모에게서 학대받는 아이가 없도록 피해 아동보호 특별법 제정과 전면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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