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종문화회관 뒤편 공원에 앉은 고수희 배우. 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 연습을 위해 두 달 동안 매일 온 곳이다. 그는 “나에게 연기 연습은 다른 사람을 많이 관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0/10/8ac564f7-d8c3-4132-b497-08def12f759c.jpg)
서울 세종문화회관 뒤편 공원에 앉은 고수희 배우. 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 연습을 위해 두 달 동안 매일 온 곳이다. 그는 “나에게 연기 연습은 다른 사람을 많이 관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 주연 고수희
을끼리 싸우는 찌질한 현실 풍자
‘친절한 금자씨’ 마녀 등 신스틸러
덩치 큰 옆집 언니도 연애는 하듯
멜로 연기에 꼭 도전해보고 싶어
![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 연습 모습. [사진 서울시극단]](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0/10/10a14a2c-e336-48c7-92ed-1ea1cd5cc76c.jpg)
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 연습 모습. [사진 서울시극단]
고수희는 “내 연기가 드세고 못된 아줌마처럼 보이는 데 머무를까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흔한 권선징악이 돼버릴까 두렵다”는 것이다. 그가 해석한 현자는 “가장 인간적인 사람”이다. “현자의 대사 중 ‘왜 목소리 높은 사람들 편만 들어주나’는 대목이 있다. 현자의 답답한 마음이 확 느껴졌다. 관객들도 그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현자에 완전히 동화됐다. “못돼 보이게 연기하지 말아야지 했다가도 상대 배우가 흥분하면 나도 모르게 못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감정 조절이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는 “모든 배역은 비중이 크든 작든 다 주인공”이라며 “극중 역할에 자신을 담으려고 하는 게 배우의 습성”이라고 했다. 그가 입체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은 현자는 미워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그의 꿈은 “연기 잘하는 배우”다. 소박하고 원대하다. 롤모델을 묻자 올 2월 폐암으로 별세한 고 김지영 배우를 들었다. 이유는 “연기를 제일 잘하신 것 같아서”다.
![영화 ‘타짜’의 한 장면.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0/10/2c30672b-89c0-4533-90f4-e80beac68591.jpg)
영화 ‘타짜’의 한 장면. [중앙포토]
“처음엔 음향 보조일을 시켰던 박근형 연출자가 ‘너 감각 있다’며 창작극 주인공을 하라고 했다”는 게 시작이다. 그렇게 연극 ‘청춘예찬’(1999)으로 데뷔한 이후 일거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청춘예찬’ 공연을 보러온 봉준호 영화감독이 자신의 첫 작품 ‘플란다스의 개’(2000)에 그를 캐스팅했고, 영화를 본 운군일 SBS 드라마 PD가 그를 일일드라마 ‘자꾸만 보고 싶네’(2000)에 출연시킨 것이다.
#“멜로 연기 하고 싶다”=이후 그는 연극·영화·드라마를 넘나드는 연기파 배우로 자리잡았다. 연극 ‘경숙이, 경숙아버지’로 동아연극상 연기상(2006)을 받았고, 2008년엔 한일 합작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으로 요미우리 연극상 여자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데뷔 이후 줄곧 탄탄대로를 걸어오며 “흔히 말하는 배고픈 연극배우의 고충은 모른다”고 했지만, 슬럼프조차 없었던 건 아니다. 그의 얼굴을 대중에게 알린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 이후 3~4년을 그는 힘들었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영화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한동안 극악스러운 역할만 들어왔다. 뚱뚱해서 바보같이 그려지거나 덩치가 커서 억세 보이는 역할은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이 여럿이다. 연출도 직접 해보고 싶어 2012년엔 15분짜리 단편영화 ‘옥빛 슬픔’을 제작하기도 했다. 멜로 연기에도 꼭 도전하고 싶다. 그는 “키 크고 뚱뚱한 옆집 언니도 사랑을 할 거 아니냐”면서 “그렇게 흔히 있을 수 있는 얘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g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