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석 연휴에 16시간 연속 일하고 쓰러진 응급실 간호사

중앙일보 2017.10.08 22:40
추석 연휴 내내 근무하다가 5일 집에 돌아가는 길에 쓰러졌다는 A씨의 스케줄표와 쓰러진 뒤 입원해 있음을 알리는 인증 사진. [사진 간호사 페이스북 커뮤니티 캡처]

추석 연휴 내내 근무하다가 5일 집에 돌아가는 길에 쓰러졌다는 A씨의 스케줄표와 쓰러진 뒤 입원해 있음을 알리는 인증 사진. [사진 간호사 페이스북 커뮤니티 캡처]

 
남들에게는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자 최장 10일에 달하는 황금 연휴 기간이지만 병원에서는 응급실이 가장 바쁜 때다.
 
그런 가운데 연휴 내내 응급실에서 3교대로 일하던 간호사가 하루는 16시간 연속으로 일한 뒤 쓰러져 뇌파 검사를 앞두고 있다는 자신의 소식을 온라인 상에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7일 간호사들의 페이스북 커뮤니티에는 "과로로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 중인 2년차 응급실 간호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가 자신의 추석 연휴 기간 근무표를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A씨는 추석 연휴 기간 오프 없이(쉬는 날 없이) 일한 데다 실신한 날(5일)은 더블 뛰었고(Double·3교대 근무 중 8시간 씩 두 번 일한다는 의미) 집에 가는 길에 쓰러진 뒤 집에서 또 쓰러졌다고 설명했다.  
 
쓰러진 뒤 경련(Seizure) 증세까지 보인 A씨는 병원에 입원 중 뇌파 검사를 앞두고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렇게 일하다가 쓰러졌는데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Epilepsy(뇌전증) 진단을 위해 뇌파검사를 기다리는 중인데 만약 진단이 나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그런 A씨에게 병원은 월요일에 예정된 나이트 근무(밤샘 근무)를 하라는 연락을 해왔다. A씨는 "(쓰러진) 다음날 전화가 왔다"며 "목요일에 쓰러졌으니 금·토·일 쉬고 월요일 나이트 근무를 하라고 하더라. 정말 너무하다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병원 측의 불합리한 간호사 근무 운영에 대해 한번 더 말한 뒤 "이런 식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도 병원은 처우 개선을 하지 않는다"며 "어쨌든 저는 퇴사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A씨가 쓰러진 5일은 추석 다음날로, 4일과 5일은 통상 병원 응급실이 가장 바쁜 때다. 지난해 기준으로 추석 연휴 동안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약 12만 8000명이었고 그 중에서도 명절 당일과 그 다음날 이용 환자가 가장 많았다. 게다가 4일은 전국 병원 중 가장 적은 수가 문을 연 날이었다. 5일은 응급실과 당직의료기관을 안내하는 '응급의료포털' 사이트가 먹통이 되기도 했다.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일부 대학병원의 간호사 첫 월급에 관한 실태 등이 여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가운데 단순히 간호사들의 높은 이직률과 근로 조건만이 문제가 아니라 의료계의 전반적인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고양시의 한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 A씨(31)는 중앙일보에 "간호사 뿐 아니라 의사 수련생들도 마찬가지"라며 "병원 수가가 비현실적으로 책정돼 있어 대학병원이 전공의와 간호사들을 쥐어짜 수익을 개선하는 것이고 살인적인 노동강도도 그런 배경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