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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대북 제재 이렇게 뚫렸다… 쑨쓰둥 남매의 북한과 은밀한 거래

중앙일보 2017.10.08 18:24
지난해 8월 이집트 수에즈운하에서 나포된 지슌호는 북한에 미사일부품 등을 수출한 쑨쓰둥(단둥둥위안산업 대표) 남매 소유 배였다. 이 배에는 북한산 철광석 2300톤아래 로켓추진수류탄 3만정이 숨겨져 있었다.[유엔 전문가 패널 보고서]

지난해 8월 이집트 수에즈운하에서 나포된 지슌호는 북한에 미사일부품 등을 수출한 쑨쓰둥(단둥둥위안산업 대표) 남매 소유 배였다. 이 배에는 북한산 철광석 2300톤아래 로켓추진수류탄 3만정이 숨겨져 있었다.[유엔 전문가 패널 보고서]

지난해 8월 11일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던 캄보디아 국적의 화물선 지슌(捷順)호가 나포됐다. 같은해 7월 23일 북한 해주항을 떠나 이곳에 도착한 선박에선 2300톤의 철광석아래 3만개의 북한산 로켓추진수류탄(RPG-7)이 숨겨져 있었다. 유엔 제재이래 북한 무기밀수가 적발된 최대 규모였다. 북한인 군관·선원 23명이 탑승한 선박의 소유주는 홍콩 광성(廣勝)무역, 대표는 쑨쓰훙(孙嗣红)이란 중국 국적 여성이었다. 2012~2014년까지 이 배의 소유주였던 지슌해운 대표 쑨쓰둥(孙嗣东)과 홍콩의 같은 아파트 단지에 주소지를 둔 여동생이었다.
지슌호의 실소유주 쑨쓰둥 남매는 지난8월 미국 재무부 제재대상에 지목된 북한산 석탄수입업체 단둥지청금속을 포함해 다른 대북 무역,해운업체들과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미국 고등방위연구센터]

지슌호의 실소유주 쑨쓰둥 남매는 지난8월 미국 재무부 제재대상에 지목된 북한산 석탄수입업체 단둥지청금속을 포함해 다른 대북 무역,해운업체들과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미국 고등방위연구센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전문가 패널이 남매를 추적했더니 오빠 쑨쓰둥은 2013년부터 북한에 2854만달러(327억원)어치의 전자제품을 보낸 단둥 둥위안(丹东东源)산업의 대표로 나타났다. 2016년 6월엔 탄도미사일 부품으로 전용할 수 있는 레이다 항법장치 79만 달러어치를 선적해 보냈다. 미국 민간 고등방위연구센터(C4ADS)는 중국 기업 등록부상에서 지난 8월 유엔과 미국 재무부가 제재 리스트에 올린 북한산 석탄의 최대 수입업체, 단둥지청금속과 같은 e메일로 등록한 사실도 찾아냈다. 하지만 단둥 둥위안을 포함해 쑨쓰둥 남매와 관련된 10여개 중국·홍콩소재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대상에 포함된 적이 없었다. 유엔 전문가 패널이 찾아낸 57개 북한 핵·미사일개발을 지원한 북한·중국·말레이시아 가운데 미국 재무부의 제재대상에서 누락된 기업이기 때문이다. 유엔 전문가들은 북한이 쑨쓰둥과 같은 중국 무역업체들을 통해 미사일 부품과 전자장비 등을 수입하면서 제재를 회피하는 게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광물 수출대금 대신 필요한 물품을 받는 방식이다. 
쑨쓰둥은 또 2015년엔 뉴욕 플러싱에 둥위안 엔터프라이즈란 기업을 설립해 롱아일랜드에는 100만 달러가 넘는 고급 주택을 구매해 거주하기도 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주변 이웃들을 통해 "약 40세인 쑨쓰둥이 임신한 부인, 두 자녀와 지냈으며, 부인과 자녀들은 남겨둔 채 지난 8월 회사를 정리하고 중국으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VOA는 " 쑨쓰둥이 수개월 전부터 미국 수사기관이 자신을 추적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북한과 거래해온 쑨쓰둥 단둥 둥위안산업 대표가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거주하다가 지난 8월 130만 달러에 매각한 주택[구글]

북한과 거래해온 쑨쓰둥 단둥 둥위안산업 대표가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거주하다가 지난 8월 130만 달러에 매각한 주택[구글]

C4ADS는 "중국을 거점으로 북한을 지원한 순스동이 미국에서 업체를 설립하면서 북한과 관련된 물품을 거래하거나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종업원의 비자를 신청하는 등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쑨쓰둥외에도 유엔 전문가들은 중국 민간 회사들이 소유·운영하는 여러개의 북한내 은행들도 찾아냈다. 나진·선봉 경제특구내 홍콩 우나포르테(香港旺福特有限公司)소유의 둥다은행(东大银行), 다렌 금무역거래소가 설립한 중국상업은행 등이다. 이들은 중국이나 북한 어느 곳에도 설립신고나 인허가를 받지 않고 북한내 이같은 은행을 설립한 후 중국내 은행들과 국제 금융거래를 하면서도 제재 대상에선 빠졌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달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행정명령을 발표하기 직전 자국 은행들에 북한과 신규거래를 중단했지만 이들은 제재대상에서 빠질 수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사실확인을 요청한 유엔 전문가들에게 "이들 중국 기업들은 북한내에서 기업활동 허가나 은행 설립 및 영업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답변했지만 최근까지도 폐쇄조치 등을 취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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