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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체포 부부 머그샷, 국내 언론사는 왜 ‘모자이크 보도’ 했나

중앙일보 2017.10.08 17:20
괌에서 체포된 한국인 부부의 머그샷. [괌 뉴스 캡처]

괌에서 체포된 한국인 부부의 머그샷. [괌 뉴스 캡처]

 
지난 3일(현지 시각) 괌 현지 매체 ‘괌 뉴스(KUAM NEWS)’에 아동을 차량에 방치한 한국인 판사·변호사 부부가 체포됐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이 기사엔 체포된 부부의 실명은 물론 ‘머그샷(mugshot·피의자 식별용 얼굴사진)’과 마트 주차장에서 촬영한 동영상이 함께 게재됐다. 아이들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됐지만 부부의 모습은 여과 없이 대중에 공개됐다.

현지에선 ‘노모자이크’ 국내에선 ‘모자이크’
미국에선 정보자유법에 따라 머그샷 공개
국내에선 '명예훼손'에 해당될 소지가 있어

 
이후 같은 사건을 보도한 국내 언론 중 부부의 실명을 언급하거나 모자이크 없이 사진을 내보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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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범죄의 종류, 피의자의 국적과 관계 없이 경찰에 체포될 경우 머그샷을 촬영하고 이를 공개한다. 머그샷이 정보 자유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에 따라 공개정보(public domain)로 분류돼 있어서다.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 인사에게도 예외는 없다. 지난 1977년 미국 뉴멕시코에서 교통법규 위반으로 체포된 빌게이츠의 머그샷은 지금도 인터넷 상에서 회자된다. 언론사에서 머그샷을 신문에 보도하거나 인터넷 등에 게재하는 경우에도 형사 처벌을 할 근거가 없다.
 
1997년 자신의 포르쉐911을 과속으로 몰다가 체포된 빌 게이츠의 머그샷

1997년 자신의 포르쉐911을 과속으로 몰다가 체포된 빌 게이츠의 머그샷

 
머그샷은 재판 전 피의자 신분에서 찍는 사진이지만 이후 무죄 판결이 나더라도 그대로 보존된다. 미국 현지에선 웹사이트 운영자가 고의로 머그샷을 게재한 뒤 삭제하는 대가로 약 200달러를 지불하게 하는 ‘꼼수’가 생겨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4년 이후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선 이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국내에서도 피의자가 체포되면 식별용 사진을 촬영한다. 하지만 이를 언론이나 수사기관 등에서 대중에 공개하는 것은 불법이다. 머그샷 뿐 아니라 언론사에서 자체 촬영한 사진이나 검찰에 소환된 피의자의 모습을 모자이크 없이 공개하기도 쉽지 않다.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형법 307조 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형사 소송 뿐 아니라 손해 배상 등 민사 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경찰은 흉악 범죄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각 지방 경찰청 심의위원회에서 범죄의 잔인성, 범죄 예방 효과 등 40여개 항목을 따져 얼굴 사진을 공개하기도 한다. 영장 발부 전이라도 사회적 파장이 크거나 증거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공개가 가능하다. 
 
언론사들의 ‘모자이크 보도’엔 대법원 판례(1998년)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990년 남편을 살해해 재산을 상속 받을 목적으로 남편의 친구를 감금한 뒤 거처를 대라며 폭행한 혐의를 받은 일당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주요 언론사에서는 이들의 얼굴 사진을 보도했고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렸다. 대법원은 “범죄 보도에 있어 반드시 범인이나 범죄 혐의자의 신원을 명시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언론사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 범죄 혐의자의 얼굴 등 신상 공개에 대한 판단과 책임은 모두 사진을 사용한 언론사나 개인에게 맡겨지게 됐다. 중앙일보는 지난 2009년 1월 31일 흉악범죄 발생 억제와 추가 범죄 제보의 효과를 고려해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얼굴을 신문 지면 등에 공개했다. 흉악 범죄자 외에도 이미 신상이 널리 알려진 유명 기업인,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에 대해선 판결 확정 전이더라도 얼굴이 드러난 사진을 사용하는 게 최근 주요 언론의 태도다.

 
한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정치인이나 선출직 공무원 등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 인사나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대형 범죄자의 경우 언론사에서 실명과 사진 등을 보도하더라도 판결 시 참작을 할 수 있다”며 “다만 칼로 무 자르듯 명확한 기준이 정립돼 있지 않기 때문에 보도 당시의 상황과 공익성 등을 고려해 담당 판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머그샷(mugshot)이란
머그샷은 체포된 피의자의 인상 착의 등을 식별하기 위해 찍는 수용기록부 사진이다. 번호가 써있는 판을 든 정면 사진과 측면 사진으로 나눠 찍는다. 머그샷은 18세기 머그(mug)란 단어가 얼굴을 뜻하는 은어로 쓰였던 데서 유래했다. 19세기 미국의 형사 앨런 핑커톤이 처음으로 머그샷을 도입했다고 알려져 있다. 정식 명칭은 ‘Police Photograph’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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