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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특집] 한국 바둑 전설들의 명장면(상)

중앙일보 2017.10.08 17:12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2~4일 바둑TV에서 방영된 '연기 대국 3인 3색'에서 '바둑의 전설' 조치훈·이창호·서봉수·유창혁 9단을 한 자리서 만나 볼 수 있었다. 이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여성 선수, 어린이 선수와 팀을 이뤄 연기 대국을 펼쳤다. 한국 바둑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어우러진 무대였다.
 
아쉽게 출연하지 못한 조훈현 9단을 포함, 조치훈 이창호 서봉수 유창혁 9단 등 다섯 명은 화려했던 한국 바둑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주역들이다. 이들이 활약하던 시기, 변방국이었던 한국 바둑은 당당히 세계의 중심이 됐다. 전설들의 명장면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1. '바둑 황제' 조훈현 9단의 세계 제패 

제1회 응씨배 결승전에서 맞붙은 녜웨이핑 9단과 조훈현 9단(오른쪽) [사진 한국기원]

제1회 응씨배 결승전에서 맞붙은 녜웨이핑 9단과 조훈현 9단(오른쪽) [사진 한국기원]

<제1회 응씨배 결승 5국>
-대국자: ●조훈현 9단 ○녜웨이핑 9단  
-날짜: 1989년 9월 5일
-결과: 145수 흑 불계승

 118이 패착성., 119로 흑이 안정을 취하자 형세는 흑에 완전히 기울기 시작했다. 네웨이핑은 124수로 승부를 걸어왔으나, 절묘한 수순으로 백 다섯점을 조 9단이 포획해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118이 패착성., 119로 흑이 안정을 취하자 형세는 흑에 완전히 기울기 시작했다. 네웨이핑은 124수로 승부를 걸어왔으나, 절묘한 수순으로 백 다섯점을 조 9단이 포획해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전설의 명국을 꼽으면 이 바둑이 빠질 수 없다. 한국바둑에서 가장 영광된 순간이자 한국바둑의 세계 제패를 예고하는 기념비적인 승리였다.  

 
1980년대 중반만 해도 한국은 바둑의 변방국이었다. 당시 세계 바둑계의 스타는 중국의 녜웨이핑 9단이었다. 녜웨이핑 9단의 활약에 힘입어, 대만의 잉창지는 1988년 세계대회인 응씨배를 만들었다. 조훈현 9단은 한국에서 홀로 이 대회에 출전했는데, 조 9단을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조훈현 9단이 일본의 고바야시 고이치 9단, 중국의 린하이펑 9단을 연파하고 결승까지 오른 거다. 조 9단은 결승전에서 녜웨이핑 9단을 3대 2로 꺾고 초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1989년 9월 6일 응씨배 우승컵을 안고 한국에 돌아온 조훈현 9단은 공항에서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기자회견을 했다. 또 프로기사 사상 최초로 종로에서 한국기원까지 카퍼레이드를 했다. 이 우승으로 조훈현 9단은 문화훈장까지 받는다.
 
바둑사를 바꿔놓은 이날 승리로 조훈현 9단은 한국의 일인자에서 세계의 바둑 황제가 된다. 또한 이 우승은 한국 바둑이 세계 최강이 되는 기폭제가 됐다.   
 

2. '영원한 2인자' 서봉수 9단이 세계 일인자로 우뚝 선 날 

제2회 응씨배 결승전에서 맞붙은 서봉수 9단(왼쪽)과 오다케 히데오 9단 [사진 한국기원]

제2회 응씨배 결승전에서 맞붙은 서봉수 9단(왼쪽)과 오다케 히데오 9단 [사진 한국기원]

<제2회 응씨배 결승전 제5국>
- 대국자 : ●서봉수 9단 ○오다케 히데오 9단 
- 날짜: 1993년 3월 9일 
- 결과 : 219수 흑 불계승
 61~65까지 흑의 실리가 크지만 이장면에서는 좋지 않았다. 백의 우세. 89는 흑의 승부수였으나 백의 응수가 침착하다. 133이 승부수. 182가 착각. 189로 막고 흑을 잡으려 해도 143의 약점이 있어 흑이 잘 안 잡힌다. 183으로 백 대마 절명. 승부 끝.

61~65까지 흑의 실리가 크지만 이장면에서는 좋지 않았다. 백의 우세. 89는 흑의 승부수였으나 백의 응수가 침착하다. 133이 승부수. 182가 착각. 189로 막고 흑을 잡으려 해도 143의 약점이 있어 흑이 잘 안 잡힌다. 183으로 백 대마 절명. 승부 끝.

서봉수 9단은 '잡초 바둑'이라는 특유의 바둑 스타일을 구축한 인물이다. 하지만 조훈현 9단의 그늘에 가려, '2인자'라는 수식어가 항상 서 9단을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가 당당히 세계 일인자로 웅기한 때가 있었다. 바로 제2회 응씨배에서다. 서 9단은 제2회 응씨배 결승전에서 일본의 오다케 히데오 9단을 상대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보여주며 우승을 일궈냈다. 

 
최종국은 서 9단이 거의 패배한 바둑이었다. 오다케 히데오 9단은 종반 초입까지 필승의 형세를 짜놓았다. 하지만 중앙 백 대마를 방치한 것을 꼬투리 삼아 서봉수 9단이 변화의 빌미를 만들었고, 오다케 히데오 9단의 결정정 실수가 있었다. 서 9단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종국을 가져갔다. 
 
이날 승리로 서봉수 9단은 응씨배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자신의 존재를 만 천하에 입증했다. 아울러 한국 바둑의 저력을 세상에 알렸다. 이렇듯 '조-서' 시대는 찬란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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