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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ㆍ호남ㆍ충청 의원이 전한 추석 민심, 적폐청산 놓곤 이견 안보 불안엔 공감

중앙일보 2017.10.08 16:23
 열흘간의 추석 연휴, 가족들이 둘러앉은 밥상에선 어떤 얘기가 오갔을까. 중앙일보는 추석 연휴에 지역을 발로 뛴 20대 국회 여야의 초선 의원 세 명이 마주한 민심을 전해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충남 아산을),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대구 북갑), 국민의당 손금주 의원(전남 나주화순)이다.
 
세 의원은 입을 모아 “체감 경기가 여전히 나쁘다” “국민 사이에 안보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고 걱정했다. 
 
◆ 손금주 "체감경기 최악", 정태옥 "최저임금 인상에 자영업자 곤욕", 강훈식 "정권 바뀌었는데 변화 체감 못해"


가장 큰 화두는 ‘먹고사는 문제’였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내수경기 위축에 대해 불만은 여야를 막론하고 전국에서 제기됐다. 국민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추석에도 “첫째도 둘째도 경제 회복”을 바랐지만 여전히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서다.

 
손 의원은 “체감경기가 최악”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작년, 재작년보다 경기가 더 나빠졌고 2일을 대체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오히려 전통시장이나 자영업자들은 더 어려웠다는 불만이 있었다”고 했다. 또 “김영란법 시행으로 농어촌 생산품은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도심도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했다.
최저임금에 대한 걱정도 나왔다. 정 의원은 "영세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때문에 고용인원을 줄이려고 한다"고 했다. "서문시장 이불가게는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 인상 도미노로 이어져 5명이던 직원을 4명으로 줄이고 한 명은 시간제로 고용하겠다고 하더라”면서다.
강 의원은 "시장의 활기가 예년만 못했다. 이명박 정권 말기부터 지금까지 계속 경기가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정권이 바뀌었는데 아직 특별한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는 얘기들도 하셨다"고 했다. 특히 "축산업, 화훼 농가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안 개정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달 15일 오전 6시 57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또 발사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의 도발은 이번이 11번째로, 이중 미사일 발사는 10차례, 핵실험은 1차례다. [JTBC 화면 캡쳐]

북한이 지난달 15일 오전 6시 57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또 발사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의 도발은 이번이 11번째로, 이중 미사일 발사는 10차례, 핵실험은 1차례다. [JTBC 화면 캡쳐]

 
안보 불안도 전국적 현상이었다. 계속되는 북의 도발 탓이다. 정 의원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데 우리 정부가 갈팡질팡해 실망감이 굉장히 크다”며 “특히 대북 800만달러 지원을 두고는 ‘정부가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전했다.
손 의원은 “큰 틀에서 북한과 대화를 해야한다는 의견이 있다”면서도 “정부가 대북, 대미, 대중 관계에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핵을 보유할 경우 한국도 결국 핵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하는 분도 있었다”고 전했다.
강 의원은 “주민들이 ‘전쟁은 안 나는 거지?’ ‘이러다가 정말 전쟁 나는 것은 아니지?’라고 확인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소식,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와 북한의 맞대응 등이 계속 보도되면서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적폐청산은 정치보복" 대 "전직 대통령 수사 필요 의견도" 
이명박 전 대통령(좌)과 지난달 28일 오전 국회에서 이명박 정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문서를 공개하고 있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우)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좌)과 지난달 28일 오전 국회에서 이명박 정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문서를 공개하고 있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우) [연합뉴스]

여권의 적폐청산에 대해선 의원들이 전한 지역의 정서가 조금씩 엇갈렸다. 충청권인 강 의원은 “전 정권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시정되길 희망하고 있었다”면서도 “'정치권이 너무 아웅다웅하는 것 아니냐' '너무 심하게 (수사)하면 상대방이 복수한다고 느낄 수 있다' 는 의견도 있었다"고 했다. 적폐청산이나 전 정권에 대한 수사가 국민을 편가르기 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강 의원은 이어 "주민들은 적폐청산이나 정치보복 같은 개념보다는 먹고사는 것이 수년째 어려워지고 있다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 더 컸다"고 했다.
 한국당의 정 의원은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으로 보고 있다. 가장 반발이 심한 부분”이라고 대구경북(TK) 지역의 정서를 진단했다. 정 의원은 “주민들이 ‘언제적 이명박 타령이냐’, ‘박근혜야 잘못했다지만 이명박까지 가는 것은 너무 심하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이명박 처럼만 해라’는 얘기까지 한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6개월 구속 만기가 됐으면 석방해야지 구속 시한을 연장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자유한국당을 약화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있다고 알렸다. 반면 호남권의 손 의원은 "주민들은 (현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정치보복 성격도 일부 있다고 보더라"면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손 의원은 “다만 적폐청산은 시스템 문제로 접근해야지 인적청산에 집중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기대" "실망" "기대속 불만"
문재인 대통령이 7월 26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임종석 비서실장, 이낙연 국무총리와 함께 세종실로 들어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7월 26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임종석 비서실장, 이낙연 국무총리와 함께 세종실로 들어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도 여야 의원들이 전하는 정서에서 차이가 났다. 여당인 민주당의 강 의원은 "(충청 지역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 역시 국토 균형발전을 추진할 것이라는 생각에 기대감이 살아있다"고 했다. 단 "반대만 하는 당, 이쪽저쪽 간 보는 당, 내부 싸움에 정신이 없는 당 때문에 여당이 정국을 리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주민들이 걱정하더라"고 주장했다. 다당제, 여소야대에 처한 민주당의 현실을 주민들이 안타까워 했다는 얘기다. 
 
 반면 한국당의 정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이 커지고 있고 한국당에 대한 민심이 전보다 확실히 좋아졌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지난 대선에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조카들이 ‘현 정부가 특별히 하는 게 없다. 생각보다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술자리에서 젊은이 넷을 만났는데 두 명이 민주당, 두 명이 한국당 지지자였다. 민주당 지지자는 ‘전 정부가 너무 못했다’고 지지 이유를 밝혔고, 한국당 지지자는 ‘이 정부가 한 일이 무엇이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연휴 후 여론조사를 하면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좀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손 의원은 "여러 사람들이 있을 때는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다가도 개인적으로 물어보면 불만이 적지 않은 분위기"라고 했다. 손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촛불집회로 만들어낸 정권이기 때문에 국정 운영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면서도 "민주당이 오만하다는 평가도 있었다"고 했다. 
 
채윤경ㆍ안효성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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