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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알려 하지마" 간판도 없는 골프장

중앙일보 2017.10.08 07:00
로스앤젤레스 컨트리 클럽 [로스앤젤레스 컨트리 클럽]

로스앤젤레스 컨트리 클럽 [로스앤젤레스 컨트리 클럽]

미국 캘리포니아주 비버리 힐스에 있는 LA 컨트리 클럽. 입구에는 골프장 간판이 없다. 대신 10101번지라는 주소만 있다. 골프장을 알리기는커녕 일반인에게 존재를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폐쇄적인 골프장이다. 헐리우드 인근에 있지만 영화배우 등 연예계 스타는 회원으로 받지 않는다.  

세계의 폐쇄적인 프라이빗 골프장들
헐리우드 LA 컨트리 클럽, 연예인 안받아
사이프러스, PGA 잔소리 싫어 대회 중단
내셔널 링크스, 회원 사망해도 새 자리 안나와
한국에선 안양, 나인브릿지, 트리니티 등

이 골프장이 지난달 미국-영국·아일랜드의 공식 골프대회인 워커컵을 치르면서 일반에 공개됐다. LA 클럽은 63년 전인 1954년 US주니어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치렀다. 그러나 갤러리가 소란을 피우자 이후 문을 잠갔다. 이 골프장은 2023년 US오픈을 개최하기 위한 테스트 이벤트 형식으로 올해 워커컵을 치렀다.  
골프장의 격식은 매우 엄격하다. 남성은 코스 이외의 지역에서는 타이와 재킷을 착용해야 한다. 여성은 스커트를 입어야 한다. 모자는 똑바로 써야 하고 핸드폰은 자동차에 둬야 한다. 클럽하우스에서도, 코스에서도 전화를 쓸 수 없다는 의미다. 회원과 동반하지 않으면 라운드를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프로샵 등에서 물건을 사지도 못한다.  
여러 배우들과 엔터테이먼트 비즈니스의 거두들이 클럽회원이 되려다 좌절했다. 배우 출신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회원이었는데 그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 빅토르 매쳐라는 이름의 배우는 몇 차례 회원이 되려다 좌절된 후 “나는 배우가 아니다. 영화 70개가 이를 증명한다”라고 농담도 했다. 재계 인사 및 프레드 커플스 등 스포츠 스타 등이 회원이다.    
 
사이프러스 포인트[몬터레이 반도 골프닷컴]

사이프러스 포인트[몬터레이 반도 골프닷컴]

LA 컨트리 클럽이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폐쇄적인 클럽이 아니다. 사이프러스 포인트가 최고로 문턱이 높다. 오거스타 내셔널을 설계한 알리스터 매켄지가 만든 이 골프장은 샌프란시스코 인근 몬터레이 반도에 있다. 이웃한 페블비치 보다 경관이 훨씬 뛰어나며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라운드하는 낭만있는 골프장으로 알려졌다. 일반인들은 방문하기가 어려워 그 파도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존 F. 케네디가 회원을 신청했다가 거부된 곳이기도 하다. 회원 수는 250명에 불과하다. 적은 수의 회원들이 독점적으로 이용하다보니 연회비가 매우 비싸다. 라운드를 하지 않아도 똑같은 비용을 낸다. 과거 PGA 투어 대회를 열었다. PGA 투어가 소수 인종 등에게 문호를 개방하지 않는 곳에서는 대회를 개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만들자 회원 규칙을 바꾸는 대신 아예 대회를 열지 않는다.  
 
내셔널 골프 링크스 오브 아메리카. [더 빈티지 골퍼]

내셔널 골프 링크스 오브 아메리카. [더 빈티지 골퍼]

고루한 것으로 치면 미국 동부의 오래된 클럽들이 더 심하다. 뉴욕에서는 내셔널 링크스 오브 아메리카의 폐쇄성이 악명 높다. 코스도 멋지고 클럽하우스에서 먹을 수 있는 랍스터가 아주 맛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역시 회원과 동반하지 않으면 들어가기가 어려우니 먹을 기회가 거의 없다. 서양 명문 코스는 회원 중 누군가 세상을 떠나면 자리가 하나씩 나게 되지만 이 곳은 다르다. 가족들간에 회원 자격이 대물림되어 시장에 나오는 것은 없다고 봐야 한다. 주로 월가의 거물들이 회원들이다. 뉴욕과 롱아일랜드 등 부유층 거주지역의 오래된 프라이빗 골프 클럽들은 대부분 폐쇄적이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 [로이터=연합뉴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남부에서는 당연히 마스터스를 개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클럽이 최고다. 회원 수는 300명이 안 된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회원이다. 돈이 많다고 회원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5000만원 정도의 연회비를 낼 재력은 있어야 한다. 여러 가지 규칙이 많다. 옷을 제대로 입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뛰어서도 전화를 이용해서도 안된다. 회원은 반드시 회원 위원회에서 적당한 사람을 초청하는 형식을 쓴다.  
 
나인브릿지 골프장 [나인브릿지 골프장]

나인브릿지 골프장 [나인브릿지 골프장]

 
한국에서는 나인브릿지(제주, 해슬리), 안양, 트리니티, 잭 니클라우스 등이 폐쇄적인 프라이빗 클럽이다. 일본은 히로노 클럽과 도쿄 클럽이 유명하다.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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