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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전성시대'…'2년차 마법사' 모리뉴 VS '전술혁명가' 과르디올라

중앙일보 2017.10.08 06:00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는 '맨체스터 전성시대'다. 특히 맨시티의 과르디올라 감독(위)과 맨유의 모리뉴 감독(아래)이 지략대결을 펼치고 있다. [사진 과르디올라 인스타그램, 맨유 트위터]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는 '맨체스터 전성시대'다. 특히 맨시티의 과르디올라 감독(위)과 맨유의 모리뉴 감독(아래)이 지략대결을 펼치고 있다. [사진 과르디올라 인스타그램, 맨유 트위터]

 
요즘 잉글랜드 프로축구는 '맨체스터 전성시대'다.  
 
영국 맨체스터를 연고로 둔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2017-2018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나란히 6승1무, 개막 후 7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 중이다.
 
맨시티는 7경기에서 22골을 퍼붓고 단 2실점했다. 4라운드~6라운드에서 5-0, 6-0, 5-0 대승을 거뒀다. '난적' 리버풀과 첼시도 잡았다.
 
 
맨유도 21골을 터트리고 단 2골만 내줬다. 4-0 대승만 4차례다.
 
 
맨시티(+20)가 맨유(+19)에 골득실에 1골 앞서 선두다. 5라운드까지는 맨시티와 맨유는 승점·골득실·득점·실점까지 모든 수치가 같아서 알파벳 순서로 중간순위를 표기했다. '시티(city)', '유나이티드(united)'순으로 1, 2위를 정할 만큼 선두 싸움이 치열하다.  
 
특히 조제 모리뉴(53·포르투갈) 맨유 감독과 펩 과르디올라(46·스페인) 맨시티 감독이 치열한 지략대결을 펼치고 있다. 지난 시즌 맨유를 맡아 6위에 그쳤던 모리뉴 감독은 '2년차 마법' 재현을 꿈꾸고 있다. 지난 시즌 프로감독 데뷔 후 처음으로 무관에 그쳤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스페인, 독일에 이어 잉글랜드를 접수하겠다는 각오다.  
 
23세에 축구선수를 그만 둔 모리뉴 감독은 통역을 거쳐 명장으로 우뚝섰다. 감독으로 지금까지 총 25회 우승을 이끌었다. [사진 모리뉴 인스타그램]

23세에 축구선수를 그만 둔 모리뉴 감독은 통역을 거쳐 명장으로 우뚝섰다. 감독으로 지금까지 총 25회 우승을 이끌었다. [사진 모리뉴 인스타그램]

 
밑바닥부터 정상까지 경험한 모리뉴
 
모리뉴는 23세에 일찌감치 축구선수를 그만뒀다. 1992년 보비 롭슨 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 감독의 통역으로 일했다. 롭슨 감독을 따라 바르셀로나(스페인) 통역도 맡았다. 모리뉴는 '잉글랜드 축구영웅' 롭슨 감독이 깜짝 놀랄 정도로 전술 분석에 능했다.  
 
2000년 벤피카(포르투갈)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모리뉴는 41세였던 2004년에 포르투(포르투갈)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전 세계를 놀라게했다. 같은해 첼시 감독으로 취임하면서 "난 유럽의 챔피언이고, 스페셜 원"이라고 당당하게 외쳤다. 이후 인터밀란(이탈리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등의 지휘봉을 잡고 지금까지 총 25회 우승을 이끌었다.  
 
『스페셜 원 무리뉴(저자 쿠베이로·가야르도)』에 따르면 모리뉴는 철저하게 경기를 준비한다. 모리뉴가 출연한 신용카드 광고도 그의 준비성에 착안했다. 모리뉴가 우산을 펼치면 비가 내리고, 동료가 셔츠에 커피를 쏟으면 여분의 셔츠가 나온다. 작전회의에서 지시한 코너킥이 경기 코너킥 골로 재현된다.  
 
특유의 거만함 탓에 적(敵)도 많다. 스페인 기자가 "통역관 출신인 주제에 왜 이렇게 무례한가"라고 물은 적도 있었다. 모리뉴는 "내가 통역관에서 명문팀 감독이 되는 동안 당신은 삼류기자에 멈춰 있다"고 맞받아쳤다.   
 
기자회견에서 암투병을 극복한 기자를 발견한 모리뉴 감독은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welcome back(돌아온 걸 환영한다)"이라고 말한적도 있다. [사진 모리뉴 인스타그램]

기자회견에서 암투병을 극복한 기자를 발견한 모리뉴 감독은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welcome back(돌아온 걸 환영한다)"이라고 말한적도 있다. [사진 모리뉴 인스타그램]

 
독하고 강하고 자기중심적인 것 같지만 따뜻한 인간미도 있다. 5개 국어를 구사하는 무리뉴는 면담 때 선수의 모국어를 쓴다. 선수들에게 'motivation(동기부여)+ambition(야망)+team(팀)+spirit(정신력)=success(성공)'라고 쓴 편지를 보낸적도 있다.  
 
 
모리뉴를 거쳐간 선수들 대부분이 그에게 존경심을 표한다. 2010년 '악동' 마르코 마테라치가 인터밀란을 떠나는 모리뉴 감독을 끌어안고 한참 동안 눈물을 흘린 건 유명한 일화다. 인터밀란과 맨유에서 사제지간이었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스웨덴)는 2013년 펴낸 자서전 『나는 즐라탄이다』에서 "모리뉴 감독이 '굶주린 사자, 검투사처럼 싸우자'고 말하면 선수들은 '죽을 각오로 뛰겠다’라고 답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모리뉴 감독은 팀을 맡은지 2년 안에는 늘 리그 우승을 거뒀다. 포르투, 첼시,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에서 집권 2년차에 리그를 제패했다. 올 시즌 맨유에서 영광스런 기록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사진 모리뉴 인스타그램]

모리뉴 감독은 팀을 맡은지 2년 안에는 늘 리그 우승을 거뒀다. 포르투, 첼시,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에서 집권 2년차에 리그를 제패했다. 올 시즌 맨유에서 영광스런 기록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사진 모리뉴 인스타그램]

 
박지성(36)이 2005년부터 7시즌간 활약했던 당시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최강이었다.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은 1986년부터 27년 동안 각종대회에서 38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퍼거슨 은퇴 후 맨유는 리그에서 7위→→4위→5위→6위에 그쳤다.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모리뉴 감독은 맨유에 6장짜리 편지를 보냈다. 자신이 맨유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러브레터였다. 모리뉴 감독은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에 이어 올 시즌 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다. '맨유 전설' 웨인 루니(에버턴) 등을 떠내보내고, 공격수 로멜로 루카쿠, 미드필더 네마냐 마티치 등을 데려와 퍼즐을 맞췄다. 루카쿠는 리그 7경기에서 7골을 뽑아냈다.  
 
모리뉴 감독은 중원을 장악하고 측면을 공략해 문전에서 마무리하는 공격을 추구하고 있다. 빠른 역습과 함께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 퍼거슨 감독 시절 맨유는 질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를 이겼다. 당시 '위닝 멘털리티(winning mentality)'가 있었다. 모리뉴 감독은 '위닝 멘털러티'를 다시 깨우고 있다.  
 
 
그동안 모리뉴 감독은 팀을 맡은지 2년 안에는 늘 리그 우승을 거뒀다. 포르투, 첼시,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에서 집권 2년차에 리그를 제패했다. 올 시즌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겠다는 각오다.
 
선수 시절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한 과르디올라는 감독으로 변신해 '스승' 크루이프의 토털사커를 계승했고 더욱 진화시켰다. [사진 과르디올라 인스타그램]

선수 시절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한 과르디올라는 감독으로 변신해 '스승' 크루이프의 토털사커를 계승했고 더욱 진화시켰다. [사진 과르디올라 인스타그램]

 
진화하는 '전술 혁명가' 과르디올라
 
과르디올라는 모리뉴와 달리 화려한 선수시절을 보냈다. 과르디올라는 스페인 명문 바르셀로나에서 1990년부터 2001년까지 활약했다. 1988년부터 8년간 바르셀로나를 이끈 故 요한 크루이프 감독은 과르디올라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용했다.  
 
 
'크루이프 애제자' 과르디올라는 단순히 1차 저지선 역할만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니었다. 수비할 때는 압박에 가담하고, 공격할 땐 볼을 뿌려주는 후방 조율사였다. '토탈사커(전원 공격 전원 수비)'를 펼친 크루이프 감독 전술의 중심축 역할을 했다. 과르디올라는 선수 시절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6회, 유러피안컵 1회 우승 등을 이뤄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축구의 아름다움'과 '성적'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는 감독이다. [사진 과르디올라 인스타그램]

과르디올라 감독은 '축구의 아름다움'과 '성적'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는 감독이다. [사진 과르디올라 인스타그램]

 
과르디올라는 감독으로 변신해 '스승' 크루이프의 토탈사커를 계승했고 더욱 진화시켰다. 2007년 바르셀로나 2군 감독으로 지도자를 시작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듬해 바르셀로나 A팀 지휘봉을 잡았다. '축구천재' 리오넬 메시와 함께 티키타카(Tiki-Taka·탁구 치듯 짧고 빠른 패스 플레이)를 구사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부임 첫해 트레블(리그·컵대회·챔피언스리그)을 달성했다. 2008-2009시즌에는 각종 대회에서 6관왕을 이뤄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2013년부터는 독일 바이에른 뮌헨을 이끌고 3시즌 연속 분데스리가 우승을 지휘했다.  
 
과르디올라는 '축구의 아름다움'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감독이다. 그의 전술은 전 세계적으로 유행을 탄다. 축구전술 패러다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키타카와 메시를 폴스 9(False 9)으로 기용하는 전술이 대표적이다. 폴스 9(가짜 9번)은 가짜 공격수가 최전방과 미드필더를 오가며 수비수를 교란하며 적극적으로 골도 노린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8년간 총 21회 우승을 이끌었다.  
 
맨시티는 지난시즌 세계 최고연봉 219억원을 주고 과르디올라 감독을 영입했다. 2년차 과르디올라 감독은 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다. [사진 과르디올라 인스타그램]

맨시티는 지난시즌 세계 최고연봉 219억원을 주고 과르디올라 감독을 영입했다. 2년차 과르디올라 감독은 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다. [사진 과르디올라 인스타그램]

 
2008년 아랍에미리트(UAE) 석유재벌 셰이크 만수르가 인수한 맨시티는 '오일머니'를 앞세워 스타 선수들을 줄줄이 영입했다. 맨시티는 2012년과 2014년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번번이 좌절을 맛봤다. 맨시티는 지난 시즌 세계 최고연봉 1500만 파운드(약 219억원)를 주고 과르디올라 감독을 데려왔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프로감독 데뷔 후 처음으로 무관에 그쳤다.    
 
'프리미어리그 2년차' 과르디올라 감독은 한층 더 진화했다. '힘과 스피드를 앞세운 잉글랜드 축구'에 '스페인 패스축구', '독일의 역습축구'를 결합시켰다. 전형적인 윙포워드 대신 중앙 미드필더 성향이 강한 선수들을 중용하고 있다. 볼 점유율을 높이면서 강력한 압박을 펼쳐 골을 넣는 축구를 펼치고 있다. 세르히오 아게로(6골), 가브리엘 제주스(5골), 라힘 스털링(5골) 등 득점 분포가 다양하다. 미드필더 케빈 더 브라위너와 다비드 실바가 지원사격한다.
 
 
과르디올라는 평소 차분하며 합리적이다. 모리뉴 감독처럼 거침없는 발언으로 상대의 기를 꺾는 성격이 아니다. 하지만 자기만의 철학은 확실하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다. 팀과 전술에 맞지 않는 선수는 과감히 내친다.
 
일각에서는 지금도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도력을 폄훼하기도 한다. 바르셀로나에서는 메시와 함께했고, 바이에른 뮌헨은 독일 극강팀이라는 게 이유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올 시즌엔 보란듯이 잉글랜드 프로축구를 정복하겠다는 각오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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