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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군 사격장 ‘납 범벅’...논산훈련소 사격장 납 오염 기준치 77배

중앙일보 2017.10.08 06:00
경기도 안양의 52사단 예비군 사격 훈련장. 산을 깎아 만든 사격장에는 10개 사로(射路)가 있다. 이곳에선 상시적으로 부대원과 예비군들의 사격 훈련이 실시된다.

 

52사단 예비군 사격훈련장 [사진=국토환경연구소]

52사단 예비군 사격훈련장 [사진=국토환경연구소]

 
국토환경연구소는 2015년 12월 약 5000㎡의 사격장 부지에 대해 토양 정밀 조사를 실시했다. 중금속 오염도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조사팀은 사격장을 21개 지점으로 나눠 총 86곳의 토양 시료를 채취했다. 최대 1.5m의 토양까지 시험대상이다.
 

토양오염도 검사 시료 채취 [사진=국토환경연구소]

토양오염도 검사 시료 채취 [사진=국토환경연구소]

 
분석 결과 토양 오염 납 기준치를 초과한 곳이 12개 지점으로, 이중 15번 지점의 납 농도는 허용 기준치를 최대 70배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르면 납 오염 허용 기준은 700mg/kg이다. 15번 지점의 납 농도는 2만 8005mg/kg, 8번 지점 1만 9522mg/kg, 9번 지점 1만 9215mg/kg 등이었다. 
 

사격훈련장 토양오염 정밀 조사 결과 [자료=국토환경연구소]

사격훈련장 토양오염 정밀 조사 결과 [자료=국토환경연구소]

 

 전체 오염 면적은 3292㎡로 축구장 넓이의 절반 수준이었고 오염 토양은 1톤 트럭 773대 분량이다. 조사팀은 “오염원인은 사격훈련에서 나온 탄두의 납 성분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오염면적 및 오염토량 산정[자료=국토환경연구소]

오염면적 및 오염토량 산정[자료=국토환경연구소]

 
 군은 지난 2013년 이후 22개 사격장에 대해 토양 오염 조사를 실시했다. 이중 육군 논산훈련소의 영점사격장이 토양 납 오염이 기준치의 77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논산훈련소의 상주인원은 간부와 훈련병 등 1만8000명이고 매년 육군 신병의 43%인 12만 여명이 훈련을 받는 최대 훈련소다. 강원도 양양의 8군단 308경비연대 사격장은 납 오염 기준치의 81배의 납이 검출됐다.  

 

 납은 주로 미세 분진을 통해 사람의 호흡기에 노출된다. 몸에 축적될 경우 빈혈이나 식용부진, 신장기능 장애, 기억력 손상 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아직까지 납 중독으로 인한 군 장병의 피해가 보고된 적은 없다.  
 

 문제는 군이 2013년 사격장이 납으로 오염된 사실을 파악하고도 이를 방치해 왔다는 점이다. 육군본부는 3억 원의 예산을 들여 2013년 6월부터 11월까지 18개 사격장에 대한 토양오염 조사를 실시했다. 납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군은 사용중인 사격장에 대해 별도 토양 오염 정화는 실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염이 가장 심한 강원도 양양 8군단 사격장은 2014년 이후로도 815회 사용됐고, 육군 논산 훈련소 역시 이후 487회 사용되는 등 18개 사격장에서 총 9401회 사격이 실시됐다. 육군본부 측은 이에 대해 탄피를 수거하고 수질 오염을 막기 위해 일부 사격장에 저류조를 설치하는 등 오염확산 방지대책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55사단 천덕봉사격장 탄두회수대 제작[자료=육군본부]

55사단 천덕봉사격장 탄두회수대 제작[자료=육군본부]

 
 반면 지방자치단체의 요구로 토양 오염 조사가 실시된 경기도 성남의 55사단 사격장과 경기 안양의 52사단 사격장, 경기 하남의 항공작전사령부 영점사격장에 대해선 2018년 토양 정화를 실시할 예정이다. 지자체에서 토양 오염 문제를 인식하고 군에 조치를 요구한 결과다.
 
최근 5년간 소총탄 사격장 오염조사 및 오염정화 활동[자료=민주당 이철희 의원실]

최근 5년간 소총탄 사격장 오염조사 및 오염정화 활동[자료=민주당 이철희 의원실]

 
 현행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르면 ‘토양오염을 발생시킨 경우 정밀조사 및 오염토양 개선 사업을 실시해야 한다’(10조의4항)고 명시돼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랫동안 사격장으로 사용해왔기 때문에 탄피 등의 문제로 중금속 오염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육군이 위법상태를 알면서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외부의 신고가 있어야만 어쩔 수 없이 정화작업에 나서는 모습은 군에 대한 불신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스스로 정화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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