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더,오래] 최재식의 연금 해부하기(12) 연금 받는데 지긋지긋한 일 왜 하냐고?

중앙일보 2017.10.08 04:00
은퇴 후 제2의 인생!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삶일까? [중앙포토]

은퇴 후 제2의 인생!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삶일까? [중앙포토]

 
돈 벌기 위해 노동을 하는 것도 일이고, 돈이 목적이 아닌 취미나 마음 채우는 활동도 일이다. 세상에 가치를 더하는 것이나 공동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일이다. 은퇴 후 제2의 인생!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삶일까?

생계 보태고 삶의 활력 위해 소득활동해야
나이 들어 써먹을 수 있는 재능에 투자를


 
은퇴하면 매달 연금이 나오기 때문에 여생을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공직생활을 마친 연금수급자 바우씨는 “얼마간의 연금이 매달 나오니 살아가는데 큰 걱정은 없다”고 한다.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만 버린다면, 채우기보다는 가볍게 덜어내기를 바란다면 연금만으로도 편히 살 수 있을 것 같다. 흔히 우리는 “노년에 요구되는 삶은 물질보다는 의미에 있으며, 은퇴 후에는 좀 적게 벌어 적게 쓰고 살면 된다”고 얘기한다.
 
 
생활이 될 만큼의 연금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중앙포토]

생활이 될 만큼의 연금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중앙포토]

 
하지만, 이런 좋은 이야기들은 벌어 놓은 재산이 많거나 바우씨와 같이 제대로 된 연금을 받는 경우에나 해당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과 같은 직역 연금 수혜자를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 생활이 될 만큼의 연금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경우 지급률도 낮지만 아직은 제도 가입 기간이 짧아 연금이 많지 않다. 그래서 많은 노년이 일해서 생계에 보태거나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젊을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적절한 소득활동을 해야 살아갈 수 있다.
 
 
연금도, 일도 있어야 
 
사실 연금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일을 갖는 것이다. 연금으로 경제적인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더라도 일이 없으면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 없는 노년은 자기 정체감의 위기와 우울증을 불러올 수 있다. 그래서 삶에 활력을 주기 위해 연금을 받으며 마냥 놀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한 중년 구직자가 채용정보를 기록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한 중년 구직자가 채용정보를 기록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현역 시절에 열심히 일한 대가로 인생의 마지막 3분의 1을 편히 지내려는 것이 지나친 욕심일 수는 없다. 하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일하는 노년이 훨씬 더 아름답다. 노년의 행복이란 무엇이겠는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공작새가 날개를 펴듯 자존감 있게 살아가는 것 아니겠는가.
 
더구나 연금만 받고 무작정 논다면 연금 비용을 부담하는 현역 세대들에게 부담만 지우는 미운 존재로 비칠 수 있다. 몸을 움직여 무엇이든 젊은 세대를 위해 기여해야 근로기간 중에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연금을 받더라도 덜 미안하지 않겠는가. 솔래솔래 곶감 빼먹 듯 연금만 빼먹고 사는 노년은 존경 받을 수 없다. 자신에게는 물론 사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잘사는 것이란
 
그냥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 만으로 행복한 은퇴생활을 할 수 있을까? 많은 은퇴자가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복지관에 가서 레크리에이션을 하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당구·탁구· 골프·등산 등을 즐기며 살아간다. 그러다 술에 의지하기도 한다. 고립감과 외로움이 클 때는 우울해지기도 하고 배타적이 되거나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주어진 상황에 맞춰 그냥 저냥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생활이 과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일까? 늘 똑같은 무의미한 삶을 사는 것보다는 다양성과 변화를 추구하면서 무엇인가 세상에 가치를 보태는 일을 하고 살아야 ‘잘사는 것’ 아닐까? 
 
 
어떻게 해야 '잘 사는 것' 일까? [중앙포토]

어떻게 해야 '잘 사는 것' 일까? [중앙포토]

 
영국의 작가 밀른의 우화 ‘곰돌이 푸와 아기 돼지 피글렛의 사냥 이야기’는 아무 생각 없이 일상에 갇힌 삶을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혹시 곰돌이 푸처럼 자기 발자국을 쫓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동심원에 갇힌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대 로마제국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세네카는 “우리는 수명이 짧은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100세 시대 은퇴자금 활용법 
 
100살 넘게 살지 모르는 상황에서 은퇴자금을 관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소위 ‘연금과 재산과 일’을 슬기롭게 조합하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같은 공적연금에 내는 보험료를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퇴직금은 중간정산을 받을 수 있더라도, 자녀의 결혼자금이나 유학자금으로 써 버리지 말자. 세재혜택을 받는 개인연금도 적당히 들어두면 필요할 때 보탬이 된다.
 
노후자금으로 재산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재산에서 고정적으로 나오는 임대소득도 좋고, 그 재산을 가지고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을 받는 것도 괜찮다. 죽을 때 다 가져가는 것이 아니니 형편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노후 연금저축. [일러스트=심수휘]

노후 연금저축. [일러스트=심수휘]

 
 
60~75세 ‘신중년’
 
노후를 위해 마련해 놓은 금융자산도 당연히 활용해야 한다. 노년기의 투자는 위험회피를 하면서 안정적으로 해야 한다. 고위험 상품을 좋아하다 거들날 수 있다. 수익은 위험과 비례하기 때문이다.
 
은퇴 후의 일은 삶의 의미를 찾아주는 동시에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러니 연금 드는 것 못지않게 나이 들어서까지 할 수 있는 자신의 재능에 투자하라. 1% 금리시대에는 은퇴 후 월수입 100만원이 무려 12억원의 예금자산과 같은 가치를 가진다. 
 
60세부터 75세까지를 YO(Young Old)세대, 즉 ‘신 중년’이라고도 한다. 이 시기는 아직 젊고 몸이 멀쩡한데 왜 놀아야 하는가? 그냥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만으로 행복한 은퇴생활을 할 수 없다. <백년을 살아보니>라는 책을 쓰신 김형석 명예교수도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고 하면서, 실제 100년 가깝게 살아보니 인생의 황금기는 60에서 75세라고 했다.
 
최재식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silver2061@hanmail.net 
 
  

[제작 현예슬]

관련기사
공유하기
최재식 최재식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필진

[최재식의 연금 해부하기] 오랜 세월 실무와 정책 경험을 닦은 연금 전문가다. 일반인이 연금에 대해 갖는 불신과 오해를 풀고, 어떻게 하면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지 길을 찾아줄 예정이다. 확신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의심도 하며 접근하려고 한다. 오늘날 연금제도가 처한 상황, 연금제도의 역사, 연금이 갖는 의미, 연금제도에 관한 편견, 연금재정 문제, 연금의 형평성, 연금정치와 정책 결정, 연금약속, 연금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한다.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