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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칼럼]소수정당에도 교섭단체 허용하자

중앙선데이 2017.10.08 01:00 552호 31면 지면보기
여·야·정 국정 협의체에 정의당이 참석하는 문제로 논란이 있었다. 지난달 27일 청와대 4당 대표 초청 만찬. 이런 자리를 자주 갖자고 합의하려 하자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두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국고보조금·상임위원장 자리
거대 정당들이 독차지

나머지는 투명인간 취급
진영 갈려 '닥치고 찬성·반대'

교차 투표하면 배신자 소리
소수 목소리에 설자리 줄 때

 
한 가지는 대통령이 주재하면 국회가 대통령 밑에 있는 것처럼 보이니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국회 교섭단체가 아닌 정의당은 빠져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청와대 모임에만 정의당이 참석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국회가 주도하는 모임에는 대통령 대신 총리가 참석하고, 정의당이 빠지기로 했다. 그런데 정작 문제를 제기했던 주 대표가 속한 바른정당이 교섭단체 지위를 잃어버릴 위기다. 국회 교섭단체는 국회의원 20명 이상이 모여야 한다. 바른정당의 의석수가 꼭 20석. 한 명이라도 이탈하면 교섭단체가 무너진다.
 
바른정당이 위태위태하다. ‘통합파’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영우 의원 등 3선 의원들은 자유한국당의 이철우 의원 등과 만나 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자강(自强)파’의 중심인 유승민 의원은 다음달 13일 전당대회에 대표 경선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당장에라도 갈라설 분위기다.
 
교섭단체가 왜 중요한가. 국회는 교섭단체가 움직인다. 돈도 자리도 교섭단체끼리 나눈다. 국고보조금은 먼저 절반을 떼어 교섭단체가 똑같이 나눠 갖는다. 나머지 5석 이상 정당에 5%씩을 나눠 주고, 남은 돈의 절반은 다시 국회 의석 비율, 절반은 총선 득표 비율로 나눈다. (정치자금법 27조)
 
국회 상임위원장도 교섭단체끼리 나눈다. 이것은 법적 근거도 없다. 국회 의사일정은 교섭단체끼리 합의해야 한다. 상임위원회 운영도 각 교섭단체에서 지명한 간사 협의로 이루어진다. 국고로 보조하는 정책연구위원 67명을 교섭단체끼리 나눈다. (국회법 34조) 입법 지원비도 받는다. 국회 대표연설은 교섭단체만 한다.
 
국회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협상 창구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거대 정당이 독식해 왔다. 나머지는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다. 개별 의원이 헌법기관이란 말이 무색하다. 당론에 따라 거수기 노릇을 하지 않으면 배신자 소리를 들었다. 교차 투표(크로스 보팅)는 구두선이었다.
 
그러나 정치 환경이 변하고 있다. 국민의 요구가 다양하다. 소수라고 깔아뭉개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넓어졌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비교섭단체가 주목받았다. 19대 대선 토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 줬다. 18대 대선 때도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분명한 역할을 했다. 교섭단체는 아니지만 주요 후보로 인정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서는 새누리당 내 비박(非朴·박근혜 대통령과 가깝지 않은 세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중 일부가 탈당해 바른정당을 만들었다. 같은 보수라 해도 정책이 자유한국당과 상당히 다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분열도 노무현 정부 때부터 끊임없이 당내 갈등을 겪어온 결과다.
 
굳이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선거 때문이다. 당장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표를 끌어 모으자는 전략이다. 선거 승리를 위해 소수파는 입을 다물라는 거다. 특히 대통령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대통령 중심제라는 생각이 하나의 보수, 하나의 진보를 절대 선으로 상정하게 만든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1일 “앞으로 양당제로 회귀하기보다는 3당 이상의 상황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역사는 전진해야 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양심을 버리고, 거대한 양대 진영으로 나뉘어 ‘닥치고 찬성’과 ‘닥치고 반대’만 하던 부끄러운 모습을 반복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극단적인 양대 진영 싸움은 지역정당화를 강화해 왔다. 특정 지역은 특정 정당이 단체장과 의회를 독식했다. 일당 독재 자치단체를 할 거면 지방자치는 왜 하나. 국회의원 선거도 말뚝을 꽂아 놓고 했다. 중앙당이 지역주민으로부터 국회의원 선출권을 빼앗은 것이다. 최소한 지역마다 경쟁 정당이 있어야 정치가 건강해진다.
 
거대 양당이 밀실에서 합의하는 것보다 다수당이 협의하는 것이 민주정치에 가깝다. 소수 목소리에도 귀를 막지 않아야 한다. 더구나 극단적인 대립 상황에서는 다수 협의체가 대화와 타협의 민주 정치에 가깝다.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권력체제를 대통령 중심제로 해서는 양당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 민주당도 집권 이후 개헌에 대한 의욕이 크게 떨어졌다.
 
대통령제를 유지하더라도 결선투표제로 다당제에 길을 터줄 수 있다. 다양한 목소리를 인정하면서 대통령 선거만은 하나로 합칠 수 있다. 개헌이 안 되더라도 정당 간 연대나 연합도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거법이 바뀌어야 한다. 특정 지역을 일당독재로 만드는 현 상황을 무너뜨리려면 소선거구제를 버려야 한다. 국회에서도 정치개혁특위가 이미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가급적 빨리 입법화해야 한다.
 
가장 쉬운 건 국회법이다. 국회의원 20명이라는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그동안 완화하려는 노력을 수없이 반복했다. 2000년 총선 직후 연립정권 파트너인 자민련이 17석밖에 못 얻자 민주당이 의원을 꿔 주는 일이 벌어졌다. 이때 아예 교섭단체 요건을 10~15석으로 줄이려 했다. 하지만 야당인 한나라당이 반대했다. 특히 진보정당은 교섭단체 요건을 5석으로 낮추라고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그러나 거대 정당들이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려 했다. 정치의 양극화와 소수 목소리를 틀어막는 구조다. 이제는 소수 정당이 설 자리를 내줄 때가 됐다.
 
 
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jink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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