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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바닥 검은 반점, 악성 흑색종 의심을

중앙선데이 2017.10.08 01:00 552호 24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피부암의 일종인 악성 흑색종은 색소를 만들어 내는 멜라닌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면서 주로 피부에 검은 반점 형태로 나타난다. 미국·호주 등 서방 국가에서는 발생 빈도수가 매우 높은 암에 속하지만 국내에서는 희귀암으로 분류되는 암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극히 드문 암은 아니며 증가 추세에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3년에 연간 신규 환자가 3000명을 넘어선 이래 2015년 3258명, 2016년 3484명 등으로 꾸준히 환자가 늘고 있다.
 

멜라닌 세포가 암세포로 변해
두경부·위·대장서도 발생
희귀암이지만 환자 증가세
초기 피부에, 말기엔 원격전이
점이라고 여겨 뒤늦게 발견

병명은 피부암이지만 악성 흑색종은 특히 국내 환자에게는 피부에 국한되지 않고 두경부 (뇌 아래에서 가슴 윗부분 사이), 식도, 위, 대장, 항문 등 멜라닌 세포가 존재하는 다른 장기에서도 드물지 않게 발견되는 특징이 있다.
 
자료: 통계청

자료: 통계청

악성 흑색종은 악성흑색점흑색종, 표재확산흑색종, 말단흑자흑색종, 결절흑색종 등 크게 4가지로 구분되는데, 유럽연합(EU)의 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흑색종의 진단 당시 병기(깊이)와 국민소득이 정비례한다고 한다. 즉, 국민소득이 높은 국가일수록 본인 건강에 관심이 많으며, 피부 병변에 변화가 있으면 병원을 찾는다고 한다. 그러나 아시아인에게 나타나는 흑색종은 서구의 흑색종과는 발생 부위와 발생 원인이 전혀 다르다.
 
백인에게 가장 흔한 표재확산흑색종은 자외선 노출이 많이 되는 부위에 주로 생기는 경우가 80% 이상이어서 환경적 요인이 크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나타나는 흑색종은 70% 이상이 손바닥, 발바닥, 손톱, 발톱에 발생하는 말단흑자흑색종이다. 손·발바닥에서는 처음에는 검은 점처럼 발생하지만 진행함에 따라 경계가 불규칙한 모양으로 커지고 헐거나 피가 날 수 있다. 손발톱에서는 처음엔 검거나 진한 갈색의 줄무늬가 세로방향으로 길게 발생하여 점차 폭이 넓어지고 손발톱의 변형이 동반되기도 한다. 하지만 상당히 커질 때까지 가렵거나 쑤시고 아픈 증상이 없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대부분 처음에는 그저 점이라고 여겨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국내 흑색종의 약 20%에서는 점막이 있는 부위, 즉 두경부, 식도, 위, 대장, 직장, 항문 등에서 처음 발생하는 결정흑색종인데 대부분 아무 증상이 없어서 상당히 병이 진행된 후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피부에 생기는 암 중에서는 악성도가 높지만 특히 피부 병변의 변화에 평소 관심을 갖는다면 비대칭적, 불규칙한 색깔로 변하거나, 균일하지 않고 크기가 커질 때 의심해 피부과를 찾는다면 초기에 발견되어 수술로 완치될 수 있는 암이기도 하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 새로 검은 반점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조직검사를 받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병기 구분은 종양의 두께와 조직 침범 정도를 기준으로 0~4기로 나뉘는데 0기는 상피내암 단계, 1~2기는 피부에 국한된 단계, 3기는 국소림프절로 전이된 단계, 마지막으로 4기는 최초의 국소림프절을 넘어서 원격전이가 발생한 단계이다. 이를 근거로 수술적 치료법이 결정되므로 병기 결정은 치료의 가장 중요한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흑색종은 악성도가 높은 편이지만 대부분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흑색종의 치료 원칙은 조기 발견하여 암 부위 주변까지 광범위하게 절제술을 시행하는 것이다. 수술이 잘 되었어도 재발률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재발률을 낮추는 보조 면역치료를 시행하기도 하는데 이는 전체 재발률을 약 8~10%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다만 고령이거나 부작용 위험성이 높을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권유하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악성 흑색종은 발생부위와 멀리 떨어진 타 부위로 전이가 되어 있거나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실 악성 흑색종은 흔히 종양내과 전문의들에게 “악병(bad disease)”이라고 불려질 정도로 효과적인 항암제가 없는 질환이기도 했다. 적어도 최근까지는 그랬지만 공교롭게도 악성 흑색종은 차세대 항암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유전체기반 정밀의학 및 면역관문억제제 시대의 첫 문을 여는 역할을 하는 질환이 되었다.
 
즉, 베무라페닙·다브라페닙 등 최근 개발된 BRAF억제제(암을 유발하는 유전체를 억제하는 약)는 악성 흑색종에서 효과가 입증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드문 질환이면서 환자들이 질환 때문에 고생을 다소 많이 하는 질환이기도 한 흑색종을 진료하는 종양내과 의사로서는 이러한 건강보험 적용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또한 정밀의학시대에 뒤를 이어 면역관문억제제의 시대가 시작되는 상황이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인체의 면역체계를 이용해서 면역세포가 선택적으로 암세포만을 공격하도록 하는 약제인데, 가장 먼저 흑색종에서 옵디보, 키투르다 등 면역관문억제제의 임상 효과가 입증되었다. 지난 10년 동안 전이성 악성 흑색종의 치료약제 발전 내용을 보면, 비록 전이된 암은 완치는 쉽지 않지만 유전체 검사를 바탕으로 한 BRAF 억제제와 같은 다양한 유전체 기반 표적 치료제 및 키투르다, 옵디보 등 면역관문억제제를 적절히 사용한다면 암환자의 생존율은 계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희망 섞인 전망을 해 본다.
 
 
이지연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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