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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책? 내 나이가 어때서

중앙선데이 2017.10.08 00:02 552호 24면 지면보기
新부부의사가 다시 쓰는 性칼럼
일러스트=강일구

일러스트=강일구

근래 명절증후군은 의미가 많이 변했다. 과거엔 며느리들이 겪는 스트레스를 주로 말했지만, 요즘은 다른 가족의 스트레스도 많다. 젊은 자녀들은 취업·결혼·임신계획 등에 훈수와 압박을 일삼는 어른들을 피하고 싶다. 반면, 자식들 둘러보며 흐뭇해야 할 노년층도 명절이 힘들다. 나이 들어 웬 성생활이냐고 명절 집구석이 시끄럽다. 특히나 사별·이혼 후 홀로 남은 부모가 새로 이성을 만나면 마치 불륜을 저지른 것처럼 몰아세우는 자식들이 원망스럽고 재산문제로 복잡해지기 일쑤다.
 
노년기 부모의 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자식들은 늙어서 주책이라고 폄하하고, 노년층 스스로도 ‘내 나이에 무슨’이라고 자괴한다. 하지만, 안정된 상대라면 적극 권장할 내용이 노년층의 성생활이다. 노년의 나이에 성생활은 치매도 막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 공동연구에 따르면 노년에 성생활을 잘 유지하는 군에서, 단어표현·단어연상 등 언어기능 점수가 훨씬 높았고, 시공감각 등 인지기능이 앞섰다. 해당 연구는 성행위 시 활발히 분비되는 도파민과 옥시토신 등 신경전달물질이 다양한 뇌기능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한다. 비슷한 연구결과가 작년에도 있었는데, 성생활을 유지하는 노년층에서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뇌의 인지기능이 더 낫더라는 보고였다.
 
그런데 최근 또다른 연구는 노년의 성생활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년의 성생활 여부도 중요하지만, 노년층이 자신의 나이에 대해 어떤 관념을 갖느냐가 삶을 많이 좌지우지한다고 보고했다. 해당 연구는 미국의 40대 중반에서 70대까지 1170명의 중노년층을 10년 이상 관찰분석했는데, 자신이 실제 나이에 비해 젊다고 여기고, 노화에 대해 별 개의치 않는, 한마디로 ‘젊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일수록’ 실제 성생활의 빈도나 만족도가 높았다. 반면, 노화와 자신의 나이에 비관적인 사람일수록 성생활에 있어서도 부정적이었다.
 
바야흐로 우리도 고령사회다. 의료수준의 발달로 건강하고 수명도 늘어난 마당에 성생활은 혈기왕성한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특히 필자는 친밀한 배우자와의 성생활을 심신의 건강의 상징이자 행복의 중요한 요소로 늘 강조해왔다. 노년의 성생활은 무작정 격렬한 행위를 말하진 않는다. 남은 세월을 함께할 짝과 교감하며 나누는 가벼운 스킨십도 훌륭한 성생활이다. 중년 이후의 삶이 무척 중요한 이슈가 된 요즘, 누가 환갑을 노년이라 하겠는가. 앞서 언급한 연구들을 정리해 보면, 아래 노래 제목도 틀린 게 아니다.
 
“내 나이가 어때서!”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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