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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예슬의 만만한 리뷰] (10) 선택불가능한 두 개의 답안지,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중앙일보 2017.10.07 06:00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두 가족의 가족사진.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두 가족의 가족사진.

 
아이를 낳았는데 알고 보니 내 아이가 아니었다?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쓰이는 소재입니다. 거기에 재산 상속 문제까지 끼고 그에 따라 배신과 암투가 벌어지면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죠.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었다?
막장 소재로 다르게 접근
가족의 의미란 무엇인가
낳은 정과 기른 정 선택은?

 
일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 흔한 소재를 가지고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많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졌죠. 낳은 정과 기른 정. 두 개의 답안지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답안지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영화는 내용은 이렇습니다.  
누가 봐도 남부러울 것 없는 성공한 비즈니스맨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 분)에게는 현모양처인 아내 미도리(오노 마치코 분)와 귀여운 아들 케이타(니노미야 케이타 분)가 있죠. 평범한 일상을 살던 어느 날, 6년 전 아들 케이타를 낳았던 산부인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아이가 바뀌었다는 거죠.  
 
처음으로 친자의 얼굴을 확인하게 된 아빠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 분)와 엄마 미도리(오노 마치코).

처음으로 친자의 얼굴을 확인하게 된 아빠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 분)와 엄마 미도리(오노 마치코).

 
친자 류세이를 만나러 간 료타는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아이가 사는 환경이 그의 마음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죠. 한눈에 보기에도 허름한 전파상을 운영하는 유다이(릴리 프랭키 분)는 경제적 능력도 없어 보일뿐더러 게으르고('내일 할 수 있는 건 오늘 하지 말자' 주의. 개인적으론 명언이라고 생각 ^^;;), 심지어 아들이 바뀌었다는 데도 돈(병원 위자료) 얘기를 먼저 꺼냅니다. 료타는 케이타는 물론 류세이까지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고 싶어하죠.
 
영화를 보다 보면 이 두 아버지가 확실히 비교됩니다. 먼저 료타는 성공한 비즈니스맨답게 항상 바쁘고,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자신처럼 자신의 아이도 그렇게 되길 원합니다. 따라서 높은 교육열을 보이죠. 하지만 아들 케이타가 승부욕이 없는 게 자신의 마음에 차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바뀌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역시...'라며 안도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케이타의 친부 유다이(릴리 프랭키 분)와 류세이의 친부 료타.

케이타의 친부 유다이(릴리 프랭키 분)와 류세이의 친부 료타.

 
반면 유다이는 경제적인 능력이 부족할진 몰라도 아버지로선 만점짜리 아빠입니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죠. 아이들이 뛰어놀 땐 그 속에서 뒹굴고, 전파상인 자신의 장점을 한껏 살려 못고치는 장난감이 없습니다. 그리고 항상 아이들과 목욕을 함께 하죠. 아이의 눈높이에서 진심으로 대하며, 아이들이 행복한게 뭔지 아는 아빠 입니다.  
 
영화 속 그들의 대화만 봐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관점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유다이 "애들한테는 시간이에요."

료타 "내가 아니면 안되는 일이 있어서요."
유다이 "아버지란 일도 다른 사람은 못하는 거죠."
 
아이들은 각자 원래 서로의 집에서 생활해 보게 되는데요. 살아온 환경이 달랐던 두 아이는 갑자기 맞닥뜨리게 된 이 상황이 도무지 적응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서로의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면서 정이 들게 되는데요. 그들 가족은 이제 낳은 정이냐 기른 정이냐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합니다.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아들 케이타(니노미야 케이타 분)를 바라보는 료타.

아들 케이타(니노미야 케이타 분)를 바라보는 료타.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혈연을 중시해왔습니다. '내 핏줄을 이어야 한다' 또는 '대를 이어야 한다' 라는 생각 때문에 결혼해서 첫째는 무조건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압박(!)이 지금까지도 은연중에 나타나고 있죠. 
 
그렇지만 피가 그렇게 중요할까요? 6년동안 내 아이인 줄 알았다가 단지 피가 연결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내 아이가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보게 됩니다. 
 
전파상에서 유다이와 케이타가 함께 있는 모습.

전파상에서 유다이와 케이타가 함께 있는 모습.

 
저는 평소에 ‘낳았다고 다 부모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며 ‘기른다고 다 부모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내가 저 상황이라면. 6년동안 기른 내 아이가 사실 다른 사람의 아이였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라고 되물었지만 쉽게 답을 내지 못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답을 낼 수 없을 것 같네요.  

 
 료타 역의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료타 역의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 작품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실제 ‘아버지’가 된 후 갖게 된 경험과 감정이 녹아 있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세계적인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전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라며, 이 영화를 극찬하기도 했죠. 저도 스필버그 감독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추석연휴의 끝자락에서 '좋은 아버지란 무엇일까' 또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영화 한편 감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포스터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포스터

감독·각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후쿠야마 마사하루, 오노 마치코, 마키 요코, 릴리 프랭키
촬영: 타키모토 미키야
장르: 드라마, 가족  
상영 시간: 121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2013년 12월 19일
 
현예슬 멀티미디어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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