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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가즈오 이시구로 “굉장한 영광…아주 멋진 찬사다”

중앙일보 2017.10.05 21:58
가즈오 이시구로. [연합뉴스]

가즈오 이시구로. [연합뉴스]

올해 노벨문학상은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63)에게 돌아갔다.  
 

장편 『남아 있는 나날』로 89년 맨 부커상 수상
스웨덴 한림원 “세계와 닿아있다는 환상 밑의 심연 드러내”

노벨상 발표 기관인 스웨덴 한림원은 5일(현지시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를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이시구로는 위대한 정서적 힘을 가진 소설들을 통해, 세계와 닿아있다는 우리의 환상 밑의 심연을 드러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은 이시구로의 문학적 스타일에 대해 “일상에 대해 매우 정밀하고 민감하며 때로는 정감 있게 접근한다”면서 “그는 매우 자제하고, 잘난 체 하지 않는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러 면에서 매우 흥미로운 작가”라며 “(영국 여류 작가) 제인 오스틴(특히 오스틴의 풍속 희극과 심리적 통찰)과 독일 작가 프란츠 카프카를 뒤섞은 듯한 소설가가 이시구로”라고 덧붙였다.
 
수상자 발표 직후 이시구로는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이 “굉장한 영광”이라며 “내가 위대한 작가들이 걸어온 길을 따른다는 뜻이기 때문이고, 그것은 아주 멋진 찬사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 노벨위원회 한림원 트위터 캡처]

[사진 노벨위원회 한림원 트위터 캡처]

이시구로는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1960년 영국으로 이주한 일본계 영국인이다. 여섯 살 때 아버지를 따라 일본에서 영국으로 건너온 그는 영국에서 자라고 공부하며 작가가 됐다. 그는 현재 영어로 글을 쓰는 작가들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78년 켄트대를 졸업하고 스물 여덞 살이던 1982년 영국 시민권을 얻은 이시구로는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1982)을 발표하자마자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소설은 영국에 사는 일본 여성의 눈을 통해 본 나가사키의 피폭과 재건 과정을 통해 전쟁 후 상처와 현재 상황을 그렸다.  
 
그는 자신의 두 번째 소설 『부유하는 세상의 예술가』(1986)에서 사회적 격동과 변화하는 문화적 가치에 타협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전후 일본의 뜬구름 같은 세상을 묘사했다. 제국주의 시대에 선전 예술가로 일했던 화가 오노마스지의 이야기를 통해 전시 일본 역사와 과거의 실수들로 인해 겪게 되는 어려움을 풀어나간다. 이 소설로 휘트브레드상과 이탈리아 스칸노상을 받으며 일본 고전 문학의 스타일과 닮아있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영화 ‘남아있는 나날’의 한 장면. [사진 해당 영화 스틸컷]

영화 ‘남아있는 나날’의 한 장면. [사진 해당 영화 스틸컷]

이시구로는 전후 영국을 배경으로 한 그의 세 번째 소설 『남아 있는 나날』(1986)로 그해 맨 부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 책에서 그는 환경에 의해 감정을 억누르도록 강요당한 개인을 드러냈다. 저택에서 34년간 일해온 집사가 등장하는데, 감정 표현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는 저택 주인이 완벽한 신사였지만 나치 지지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맹목적으로 충성했던 자신의 모습, 그리고 사랑도 솔직하게 느끼지 못했던 자신의 삶을 뒤늦게 자각하는 고정이 그려진다. 이 소설은 이후 영국 유명배우 앤서니 홉킨스ㆍ엠마 톰슨 주연, 이후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로도 제작돼 화제를 모았다. 
영화 ‘네버 렛미고’의 한 장면. [사진 해당 영화 스틸컷]

영화 ‘네버 렛미고’의 한 장면. [사진 해당 영화 스틸컷]

이후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1995), 『나를 보내지 마(네버 렛미 고)』(2005) 등 다양하고 개성 있는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나를 보내지 마』는 복제 인간의 슬픈 운명과 사랑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에 의문을 제기한 그의 대표작으로, 1990년대 후반 영국의 기숙학교 ‘헤일셤’에서 복제된 인간의 사랑과 성(性), 슬픈 운명 등을 그린 소설이다. 타임에 의해 ‘100대 영문소설’과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화로도 제작된 동명의 영화 ‘네버 렛 미고’를 통해 ‘복제 인간’들의 삶을 통해 ‘진짜 인간’의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가장 최근 발표한 소설 『파묻힌 거인』(2015)까지 그는 모두 8권의 장편소설과 영화와 드라마 각본 등을 썼다.
 
이시구로는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을 특유의 문체로 녹여낸 작품으로 주목받으며 현대 영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1995년 대영제국 훈장을, 1998년에는 프랑스 문예훈장을 받은 데 이어 올해 노벨상 수상의 영예까지 거머쥐었다.
 
노벨상 부문별 상금은 900만 크로나(약 12억7000만원)이며 매년 시상식은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ㆍ한영혜 기자 
▶국내 소개된 가즈오 이시구로의 주요 작품
국내 소개된 가즈오 이시구로의 주요 작품. [사진 해당 도서 출판사]

국내 소개된 가즈오 이시구로의 주요 작품. [사진 해당 도서 출판사]

『창백한 언덕 풍경(A Pale View of Hills)』(김석희 옮김)
-전쟁과 원폭 후 일본의 황량한 풍경을 투명하고 절제된 감성으로 그려 낸, 현대 영미 문학의 거장 가즈오 이시구로의 데뷔작.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The Unconsoled)』(김석희 옮김)
-유명 피아니스트인 주인공 라이더가 성공을 위해 저버려야 했던 가치들, 즉 사랑, 가족, 부모, 어린 시절의 우정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나 결국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
 
『녹턴(Nocturnes-Five Stories of Music and Nightfall)』(김남주 옮김)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려 노력하며 스스로를 치유해 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본질을 음악과 함께 그려낸, 사랑과 세월에 관한 다섯 가지 이야기.
 
『남아 있는 나날(The Remains of the Day)』(송은경 옮김)  
-영국 귀족의 장원을 자신의 세상 전부로 여기고 살아온 한 남자 스티븐스의 인생과, 그의 시선을 통해 가치관의 대혼란이 나타난 1930년대 영국의 격동기를 묘사한 작품.
 
『나를 보내지 마(Never Let Me Go)』(김남주 옮김)  
-1990년대 후반 영국, 외부와의 접촉이 금지된 기숙 학교 ‘헤일셤’을 졸업한 후 간병사로 일하는 캐시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되어 온 클론들의 사랑과 성, 슬픈 운명을 그린 작품.
 
『우리가 고아였을 때(When We Were Orphans)』(김남주 옮김)  
-부모의 실종 사건을 해결하여 명성을 얻은 크리스토퍼 뱅크스라는 탐정이 1900년대 초 중국과 일본에 이주하여 겪는 사건들과 그곳에서 다시 부모의 비밀을 추적하는 추리 소설.
 
『부유하는 세상의 예술가(An Artist of the Floating World)』(김남주 옮김)  
-세계 대전 시절, 선전 예술을 통해 정치에 휘말리게 되는 마스지 오노라는 화가 이야기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적 환경에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해 나가야 하는지, 과거 행동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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