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폐기 현실화 우려에... 한미FTA 개정, 자동차 철강 등 손질될듯

중앙일보 2017.10.05 10:13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결국 개정 수순을 밟게 됐다. 양국 통상당국은 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2차 FTA 공동위원회에서 개정협상에 착수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 
 

한미FTA 사실상 개정 수순 밟게돼,
정부 "개정 협상 필요 절차 밟을 것"
트럼프 '폐기'엄포에 정부, 물러나
자동차, 철강 주 '타깃'. 될 듯
법률 시장 개방 요구도 예상

양국 모두 국내 절차 밟아야 해.
연말 혹은 내년 초 협상 시작될 듯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후 배포한 자료를 통해 “‘통상조약의 체결 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경제적 타당성 평가ㆍ공청회ㆍ국회보고 등 한미FTA의 개정협상 개시에 필요한 제반 절차를 착실히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 두번째)이 4일 워싱턴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한미 FTA 특별회기 2차 회의를 하고 있다.[자료 산업통상자원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 두번째)이 4일 워싱턴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한미 FTA 특별회기 2차 회의를 하고 있다.[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는 ‘양측이 FTA 개정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는 언급만 있을 뿐 공식적으로 개정에 합의했다는 부분은 없지만, 개정을 염두에 두고 관련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상을 벌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 후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다음 주 국회에 보고, 설명하고 (개정 협상) 절차 개시를 위한 절차를 밟는다”고 말했다.
 
한국으로선 개정협상에 앞서 한미FTA의 효과부터 분석하자는 기존 입장보다 한발 양보한 셈이다. 한국이 개정협상 절차에 사실상 합의한 건 개정 요구를 거부할 경우 자칫 폐기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까지 이를 수 있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발언은 단순한 엄포가 아닌 실질적인 위협으로 해석됐다.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 개최 요청 서한   (서울=연합뉴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앞으로 보낸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 개최 요청 서한. 2017.7.13 [한국무역협회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 개최 요청 서한 (서울=연합뉴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앞으로 보낸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 개최 요청 서한. 2017.7.13 [한국무역협회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 8월 22일 열린 1차 공동위에서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 요구에 한국이 협정의 경제적 효과를 먼저 같이 분석하자고 제안하면서 이견만 확인했다. 
 
이후 약 열흘 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를 준비하도록 참모들에게 지시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1차 공동위 결과에 매우 불만을 나타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비록 북한의 도발이 심화하면서 한미 동맹에 금이 가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외교ㆍ안보 진용의 문제 제기 등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 카드를 잠시 접었지만 언제든 다시 꺼낼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판단했다. 
 
김현종 본부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폐기하겠다’는 서한까지 다 작성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폐기 위협이 실제적이고 임박해 있다. 블러핑(엄포)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한미FTA 폐기가 현실화되기 전에 오히려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우리에게 불리한 부분을 이번 기회에 개선하는 게 낫다는 전문가들의 진단도 있었다. 이후 정부는 김현종 본부장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의 통상장관회담에서 2차 공동위 개최를 먼저 제안하는 등 최근 미국과의 대화에 더 적극적으로 돌아섰다. 
수출 기다리는 자동차들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미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공식화하면서 한국 자동차 업계에 시름이 깊어졌다. 13일 현대자동차 수출 선적부두에 자동차 전용선박에 실려 외국으로 수출될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2017.7.13   leey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수출 기다리는 자동차들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미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공식화하면서 한국 자동차 업계에 시름이 깊어졌다. 13일 현대자동차 수출 선적부두에 자동차 전용선박에 실려 외국으로 수출될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2017.7.13 leey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미국은 자동차와 철강 부분 등에 대한 개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지속적으로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문제 삼고 있는데, 자동차 등에서 한국이 흑자를 많이 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 277억 달러 중 188억 달러를 자동차 분야가 차지하고 있다"며 "미국은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판매를 늘리기 위해 한국의 자동차 안전규정을 낮추고, 10년이상 유예기간이 남은 미국산 농산물의 관세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ㆍ미 FTA 발효(2012년) 이전인 2011년 116억3900만 달러였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16년 232억4600만 달러로 늘었다. 미국 상무부가 추정한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277억 달러 수준으로 한국 통계보다 더 많다.
 
한미fta-자동차-수출입추이

한미fta-자동차-수출입추이

또 법률서비스 시장 개방,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투명성과 같이 미국측에서“한국의 FTA 이행이 부진하다”고 지적해온 분야도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김 본부장은 “자동차ㆍ철강ㆍIT 등 미국 무역적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분야에 미국은 관심이 많지만 한국도 강력하게 개정을 원하는 분야가 있다”며 “한국 측 개정 요구사항은 공개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향후 절차는=산업부는 “‘통상조약의 체결 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경제적 타당성 평가ㆍ공청회ㆍ국회보고 등 한미FTA의 개정협상 개시에 필요한 제반 절차를 착실히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양측이 개정에 합의하면 이후 양국은 각각 내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은 통상절차법, 미국은 무역촉진권한법(TPA)이 근거다.

 
한국은 우선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한 뒤 공청회를 개최한다. 이후 통상조약체결 계획을 수립하고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거쳐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후 개정협상 개시를 선언할 수 있다.
  
미국은 두 갈래 길이 있다. 협정의 일부만 개정할 경우 의회와 협의해 진행하면 된다. ‘한미FTA 이행법’ 상 대통령에게 협정 개정 권한이 있으나 이 경우에도 ‘통상 협정 협상 및 체결 권한’은 원칙적으로 의회에 있기 때문이다.
  
다음이 협정 전면 개정이다. 이 경우 협상 개시 90일 전에 의회에 협상 개시 의향을 통보해야 한다. 연방관보 공지, 공청회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협상 개시 30일 전에는 협상 목표도 공개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양측은 개정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하게 된다.
 
한국과 미국이 협정 개정 내용에 합의하게 되면 양측은 다시 국내 절차를 밟게 된다. 이후 양측이 합의한 날에 개정 협정은 발효된다.
  
만약 원만하게 개정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협정을 폐기할 경우에는 한쪽의 서면 통보만으로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다른 쪽의 의사와 상관없이 서면 통보한 날로부터 180일 이후 협정이 자동 종료된다. 협정이 종료되면 양국 간의 특혜관세는 즉시 모두 사라지게 된다.
 
실제 개정협상은 국내 절차를 모두 마친 뒤 이르면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초에 개시될 가능성이 크다. 그 사이에도 양국은 구체적인 개정 협상 시기 및 방법, 상호 개정요구 사항을 조율하는 준비회담을 가질 전망이다. 김현종 본부장과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다음 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간 통상장관 회담을 열어 개정협상 절차와 관련한 추가 논의를 할 예정이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