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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군·경찰·통일부 등…대한민국은 지금 'TF' 전성시대

중앙일보 2017.10.05 06:00
바야흐로 태스크포스(TF) 전성시대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 부처와 수사기관, 군(軍)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만들어진 TF의 ‘활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TF는 특정한 업무(task)를 해결하기 위해 편성되는 임시 조직을 말한다. 주된 업무와 명분은 지난 보수정권의 ‘적폐 청산’과 ‘진상 규명’이다

새 정부 출범후 앞다퉈 TF·개혁위 발족
'적폐 청산' '진상 규명'이 핵심 키워드
헌법·법률 개정, 제도 신설 등 변화 예고

 
적폐 청산은 지난 대선 기간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핵심 슬로건이었다. 정부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TF가 앞다퉈 구성됐다. TF의 위상은 단순 진상조사 혹은 논의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적폐로 지목된 인사들에 대한 수사·처벌은 물론, 헌법·법률 개정, 각종 기구 설치를 통한 제도 개선 등이다. 임시 조직이면서도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9월 26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취재기자단]

지난 9월 26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취재기자단]

 
국가정보원은 지난 6월 19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를 발족하고 적폐청산 TF를 조직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치 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가 주된 임무다. TF가 자체 조사를 한 뒤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거나 수사 의뢰를 하는 식이다. TF는 민간인 댓글부대 사이버 공작, MB 블랙리스트, 정치인·교수 제압활동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잇따라 발표했다. 
 
지금까지 TF가 수사 의뢰한 대상은 원세훈(66) 전 국정원장과 국정원 관계자들이 주를 이룬다. ‘최종 윗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연관성도 주목하고 있다. 법조계에서 "검찰의 칼끝이 곧 이 전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정원 TF는 앞으로 ▶해킹프로그램을 통한 민간인 사찰 ▶세월호 참사 의혹 ▶‘논두렁 시계'로 비하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의 진상 조사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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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8일 공수처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는 법무부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 왼쪽부터 김진 변호사,이윤제 교수,한인섭 위원장, 정한중 교수,임수빈 변호사. 조문규 기자

지난 9월 18일 공수처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는 법무부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 왼쪽부터 김진 변호사,이윤제 교수,한인섭 위원장, 정한중 교수,임수빈 변호사. 조문규 기자

 
법무부엔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검찰 개혁에 대한 정부 권고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8월 9일 발족해 매주 회의를 열고 있다. 지금까지 법무부의 탈(脫)검찰화·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검찰 과거사 조사위원회 설치 등의 안건을 제시했다. 
 
특히 지난 9월 18일 발표한 공수처 권고안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허무는 등 우리나라 수사구조에 대변혁을 예고하는 내용이었다. 개혁위가 권고한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범죄를 전담하는 독립 수사기구로, 수사 인력도 최대 120명 이상이다. 법무부가 이 권고안을 정부안으로 최종 채택하면 국회는 계류 중인 3개의 공수처법안을 한 테이블에 놓고 입법 논의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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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법무부와 비슷한 시기에 별도의 검찰개혁위원회를 꾸렸다. 기소독점주의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을 시정하고 내부 의사결정을 투명화하는 등 검찰 스스로 진행할 수 있는 내부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법부에는 별도의 공식 TF가 없지만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각 법원의 대표 판사 100여명으로 꾸려진 법관회의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규명과 함께 고등법원 부장판사 폐지 등 사법 개혁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원 내 진보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 입지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관회의 대표단은 지난달 28일 김 대법원장을 면담하고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권과 회의 상설화 등을 요청했다.
  
지난 6월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발족한 경찰개혁위원회에서 간담회를 진행 중인 이철성 경찰청장(왼쪽)과 박경서 경찰개혁위원장. 박종근 기자

지난 6월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발족한 경찰개혁위원회에서 간담회를 진행 중인 이철성 경찰청장(왼쪽)과 박경서 경찰개혁위원장. 박종근 기자

 
경찰과 군도 TF를 출범시켰다. 경찰은 지난 6월 16일 경찰개혁위원회를 발족하고 ▶인권친화적 경찰 활동 ▶국민안전 보장 등을 5대 과제로 제시했다. 국방부는 지난 8월 2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강력한 국방개혁’을 요구 받은 뒤 잇따라 TF를 구성했다. 9월에만 군 의문사 조사·제도개선 추진단, 사이버사령부 댓글사건 재조사 TF, 군 적폐청산위원회 등이 조직돼 활동에 돌입했다.
 
이외에도 외교부의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 통일부의 정책혁신위원회,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부조리 근절 TF가 구성돼 활동 중이다.
 
새 정부 출범 후 다양하게 생겨난 TF를 보는 시선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 부처나 수사기관들에 쌓여온 고질적인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활동을 한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산적한 국정 현안을 뒤로 한 채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정치 보복’에 몰두하게 될 우려가 있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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