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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 36 카레 말고 진짜 인도 음식?

중앙일보 2017.10.05 00:01
“줄레(Julley·라타크식 인사말)!” 
이곳은 인도 북부 라다크의 중심도시 레(Leh)에요. 인도 정부 아래에 있지만 문화적 역사적으로는 티베트에 가까운 인도 속의 작은 티베트, 라다크. 육로가 닫히기 직전인 9월 중순 우리 부부는 인도의 수도 델리에서 차로 무려 35시간 걸려 라다크 레에 도착했어요. 

인도 먹방 여행지는 히말라야의 지붕 레
살구·시벅톤·양꼬치·화덕 빵 등
이국적인 먹거리의 천국

작은 티베트인 라다크, 그리고 여기서 가장 큰 도시인 레.

작은 티베트인 라다크, 그리고 여기서 가장 큰 도시인 레.

라다크는 인도 잠무 카슈미르 지역에서 가장 높은 고원지대에요. 레의 고도는 해발 3500m. 새로운 여행지에 도착한 설렘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고도가 높아서인지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어요.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이국적인 티베트 사원들과 흙빛의 독특한 건축 양식들. 특히 시내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레 왕궁(Leh Palace)은 포탈라 궁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레를 대표하는 건축물이에요. 관광도시가 되면서『오래된 미래』에서 언급한 공동체적인 삶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져가는 듯했지만 여전히 현지인들의 ‘줄레!’라는 인사말에는 정감이 묻어났어요.  
레의 골목들.

레의 골목들.

레의 중심지인 메인 바자르를 걷는데 특별한 행사를 하고 있었어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마라톤’이라는 대회였어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로인 카르둥라(5600m)를 질주하는 경기에요. 걷기만 해도 숨이 차는 이곳에서 마라톤이라니! 잠시 기다려보니 결승선으로 완주자가 들어오고 있었어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에요. 완주를 축하하는 박수에 동참했어요. 라다크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마라톤이었어요.
라다크 마라톤. 세계에서 가장 해발이 높은 도로를 달리는 대회다.

라다크 마라톤. 세계에서 가장 해발이 높은 도로를 달리는 대회다.

레의 메인 바자르 풍경.

레의 메인 바자르 풍경.

평소 과일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레에 오면 꼭 먹어보고 싶은 과일이 있었는데 바로 살구에요. 살구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데 라다크 지역의 특산품이기도 해요. 말린 살구부터 살구로 만든 각종 제품까지, 레는 살구 마을로 불려도 될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팔던 살구 맛 아이스바를 좋아했는데, 생각해보니 진짜 살구는 한 번도 먹어본 기억이 없어요. 그래서 ‘이번엔 기필코 살구의 고장에서 생살구를 먹어보겠다!’ 는 결심을 했는데, 레에서 생살구를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았어요. 메인 바자르를 따라 아주머니들이 살구를 비롯한 과일을 팔고 있었거든요. 가격을 물어보니 1kg에 200루피(3400원). 인도 물가치고는 너무 비싼 것 같아서 옆집에 물어봤는데 모두 입을 맞춘건지 같은 가격을 불러요. 평균 밥값보다 비싼 가격이라 고민하다가 결국 생살구 대신 빵집에서 살구 파이를 먹기로 했어요. 생살구는 아니지만 살구 생산지라 그런지 살구 과육이 살아있는 큼직한 살구 파이를 맛볼 수 있었어요. 살구 파이 한 조각 100루피. 
레의 메인바자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살구 장수.

레의 메인바자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살구 장수.

생살구를 대신한 살구 파이.

생살구를 대신한 살구 파이.

살구 파이를 먹고 잠시 숙소에 들어왔어요. 그런데 마침 주인 아주머니가 마당에 있는 살구나무에서 살구를 따고 있는 거예요! 살구를 사고 싶다고 했더니 웃으며 원하는 만큼 주워 가라고 했어요. 게다가 집에서 키우는 살구나무라서 농약도 치지 않은 유기농 살구라고 해요. 한 움큼 쥐어온 살구를 맛보니 약간 푸석한 복숭아 같은 식감에 달콤한 과즙이 살아있는 진정한 꿀맛이었어요. 
숙소 주인 아주머니가 준 유기농 살구.

숙소 주인 아주머니가 준 유기농 살구.

살구 말고도 레에서 유명한 열매가 시벅톤(Seabuckton)이에요. 레 근교를 돌아다니다 보면 길에 완두콩만 한 주황색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는데, 이게 바로 시벅톤이에요. 사과의 1000배가 넘는 비타민이 함유되어 있어 비타민 나무라고도 불리는 씨벅톤은 고대 티베트와 중국에서 약용으로 쓰이기도 했다고 해요. 이런 효능 때문에 한국에서는 건강식품으로 비싸게 팔리지만, 이곳 라다크에서는 흔한 열매이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어요. 특히 슈퍼마켓에서 파는 씨벅톤 주스 한 잔은 여행 중 마시면 피로가 말끔히 풀리는 영양 음료수에요. 시벅톤 주스 작은 병 25루피. 
레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시벅톤

레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시벅톤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는 시벅톤 주스.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는 시벅톤 주스.

과일 말고도 레에는 먹을 것이 많아요. 파키스탄·티베트·인도 문화가 섞여 있어 여행자의 침샘을 자극하는 다양한 레스토랑이 즐비해요. 메인 바자르 뒷골목으로 들어가니 이슬람 풍의 빵집 골목이 나왔어요. 화덕 속에 밀가루 반죽이 동글동글 붙어 있는데 빵 만드는 모습을 구경만 해도 재미있어요. 팬케이크처럼 넙죽한 카브라마(Kablama)와, 스콘처럼 생긴 동그란 쿨차(Kulcha)를 팔고 있었어요. 하나씩 사서 맛을 비교해 보니 식감은 넙죽한 카브라마(Kablama)의 승! 화덕에 바로 구워서 따뜻하고 바삭한 게 맛이 일품이었어요. 빵의 가격은 개당 6루피부터.
이슬람 사원 근처의 빵집.

이슬람 사원 근처의 빵집.

쿨차 빵이 화덕에서 구워지고 있다.

쿨차 빵이 화덕에서 구워지고 있다.

레 먹방 여행의 마무리로는 길에서 먹는 양꼬치를 빼놓을 수 없어요. 저녁이면 시내에 양꼬치 노점이 하나둘 들어서는데, 꼬치 가격은 개 당 50~60루피. 숯불에 바로 구워주는데 맛이 아주 좋아요. 꼬치를 시키면 조그마한 짜파티(팬케이크)에 샐러드와 함께 얹어 주는데 가성비 최고의 저녁 간식이에요.  
양꼬치 노점에서 먹은 양꼬치 케밥.

양꼬치 노점에서 먹은 양꼬치 케밥.

레에서 에너지를 충분히 비축하고, 우리 부부는 라다크 바이크(모터사이클) 여행을 떠나기로 했어요. 라다크는 바이크 여행으로 유명한 지역이라서 레에서는 바이크 여행자를 쉽게 마주칠 수 있어요. 다들 쉽게 타고 다니길래 쉬울 줄 알고 도전했던 초보의 라다크 바이크 여행 이야기! 다음 편부터 들려드릴게요.  
라다크 바이크 여행.

라다크 바이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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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양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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