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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 美 비행기 잔해 연구해 만든 ‘中 자존심’

중앙일보 2017.10.04 09:00
항공구국(航空救國)

중국 항공발전은 ‘중궈멍(中國夢)’의 중요한 부분이다. ‘윈(運)-10’부터 쌓은 경험과 조직이 있었기에 오늘날 C919를 만나게 됐다.

2017년 5월 5일 중국 원로 항공기 설계자 청부스가 중국이 독자개발한 중대형 여객기 C919 시범비행을 보면서 한 말이다. ‘윈-10’은 마오쩌둥(毛澤東)이 1970년 상하이 시찰 때 지시해 중국 문화대혁명 때 개발에 나선 100인승 여객기다.  

中 1950년대부터 항공구국(航空救國) 꿈가져
문화대혁명 때 美 보잉 707 베낀 ‘윈-10’ 내놔
1994년 김영삼·장쩌민 항공기 개발 협력 약속
결국 무산됐지만, 韓·中 항공개발사 같이 했을 수도...

중국이 2008년부터 독자로 개발한 중대형 상업용 여객기 C919의 출고식이 지난 2015년 11월 상하이 푸둥공장에서 열렸다. 6월부터 이 비행기에 대한 엔진·랜딩기어 등의 탑재 작업과 안전 점검이 진행됐다. C919는 168석과 158석이 기본형이고, 항속거리는 4075㎞다. [사진 중앙포토]

중국이 2008년부터 독자로 개발한 중대형 상업용 여객기 C919의 출고식이 지난 2015년 11월 상하이 푸둥공장에서 열렸다. 6월부터 이 비행기에 대한 엔진·랜딩기어 등의 탑재 작업과 안전 점검이 진행됐다. C919는 168석과 158석이 기본형이고, 항속거리는 4075㎞다. [사진 중앙포토]

개발 과정은 더 치열하다. 1971년 파키스탄 항공이 보유한 보잉 707기가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사고가 나자 수백 명의 중국 엔지니어를 급파해 잔해를 하나하나 조사했다. 보잉 707 항공기도 10대나 사서 리버스 엔지니어링(제품을 분해해 기술을 습득하는 방법)까지 시도했다. 그 정도로 독자 개발 항공기를 향한 열의는 대단했다.  
미국 보잉사가 1957년 제작한 보잉 707기 [사진 중앙포토]

미국 보잉사가 1957년 제작한 보잉 707기 [사진 중앙포토]

사실 중국 항공구국의 꿈은 이보다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전쟁 발발하기 10여 년 전부터 중국에선 항공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1938년 칭화대에 중국 최초로 항공공정과(현재 베이징항공우주대학)가 만들었고, 1951년 중국 정부가 항공공업국을 설립해 중국 항공산업의 출발을 알렸다. 제조공장과 수리공장을 연달아 짓고, 국방력 강화로 전투기 연구개발에도 힘을 쏟는다. 모든 것이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항공기 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던 힘이었다.  
 
독자개발을 위해서라면 자존심도 버렸다. 미국과 수교한 지 6년 후인 1985년 중국은 미국 맥도널드 더글라스와 합작 여객기 개발 프로젝트 ‘MD82’에 뛰어든다. 1987년 7월 시험비행에 성공했고, 이후 프로젝트인 ‘MD90’ 개발에도 동참한다.  
중국이 문화대혁명 시기 개발한 100인승 여객기 ‘윈(運)-10’ [사진 위키피디아]

중국이 문화대혁명 시기 개발한 100인승 여객기 ‘윈(運)-10’ [사진 위키피디아]

정체기도 있었다. 그러다 2002년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중소형 여객기 개발 사업인 ‘ARJ21’ 프로젝트를 승인하면서 다시금 발동이 걸렸다. 2007년 8월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도 정치국 상무위원회의에서 중대형 여객기 프로젝트팀 결성을 결정했고, 다음해 5월 자본금 190억 위안의 코맥이 탄생했다. 그로부터 8년 후인 2015년 11월 코맥 상하이 공장에서 중국산 첫 중대형 여객기 C919 출고식을 가졌다.  
 
중국은 분명 알고 있었다. 항공 산업은 기술, 자본 그리고 산업적 역량이 집약된 첨단 제조업이라는 점을 말이다. 항공기 하나를 개발하면 산업 전반의 수준이 한층 업그레이드되는 것은 물론 전통 제조업까지 신성장 동력을 얻게 된다. ‘짝퉁대국’이란 오명을 벗고, ‘기술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기회도 맞게 한다.  
[자료 중앙포토]

[자료 중앙포토]

물론 C919의 심장 격인 ‘엔진’과 신경망인 ‘전자시스템’은 아직 해외 기술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중국은 조급하지 않다. 한 해 항공 이용객 5억 명을 기반으로 기술, 생산력 등 기초체력을 탄탄히 다질 계획이다. 엔진과 전자 시스템의 독자 개발도 이에 포함돼 있다.  
 
항공 산업은 중국 산업구조 개혁의 첨병이 되고 있다. 저임금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기술집약형 산업 구조로 가는 핵심 키인 셈이다. 게다가 항공산업은 기술집약형이면서 수백만 개의 부품을 다뤄야 하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매년 고급 인력이 쏟아지는 중국에서 항공 산업은 나라를 구하는 핵심 산업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 KAI가 독자 개발한 고등훈련기 T-50을 조립하는 모습 [사진 중앙포토]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 KAI가 독자 개발한 고등훈련기 T-50을 조립하는 모습 [사진 중앙포토]

한국도 중국과 항공 분야에서 손잡을 기회가 있었다.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방중 때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2000년까지 100인승 급 여객기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최종 단계에서 지분 등 여러 갈등으로 무산됐고, 1999년 10월 한국에선 삼성항공·대우중공업·현대우주항공의 항공부문을 합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출범시켰다. 중국을 보면 여객기 사업은 수십 년을 갈고닦아도 힘든 사업임이 분명한데 한국은 아직 검토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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