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더,오래] 유재욱의 심야병원(2) 에너지 넘치는 손자 봐주다 온 몸이 지끈지끈

중앙일보 2017.10.04 08:00

작은 간판이 달린 아담한 병원이 있다. 간판이 너무 작아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릴 정도다. 이 병원의 진료는 오후 7시가 되면 모두 끝나지만, 닥터유의 진료는 이때부터 새롭게 시작된다. 모두가 퇴근한 텅 빈 병원에 홀로 남아 첼로를 켜면서, 오늘 만났던 환자들이 한명한명 떠올린다. ‘내가 과연 그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한 것일까?’ ‘혹시 더 나은 치료법은 없었을까?’ 바둑을 복기하듯이 환자를 진료했던 것 을 하나하나 복기 해 나간다. 셜록홈즈가 미제사건 해결을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영감을 얻었던 것처럼, 닥터유의 심야병원은 첼로 연주와 함께 시작된다. <편집자>

 
오늘의 연주곡은 라흐마니노프의 첼로소나타 3악장 안단테다. 이곡은 첼로가 멜로디 역할을 한다기보다는 첼로와 피아노가 각자의 멜로디 라인을 가지고 서로 동등하게 어우러지면서 황홀한 느낌을 전해준다. 마치 두 물줄기가 만나서 굽이굽이 흘러가는 듯 한 감성은 미국출신 첼리스트 린 하렐(Lynn Harrell)의 정갈한 연주가 그 맛을 더한다.

기력 떨어져 통증생기는 '부신스트레스증후군'
배꼽 위쪽을 손가락으로 맛사지하면 효과

 
 
 
 
오늘 기억나는 환자분은 60대 아주머니인데 따님이 모시고 왔다. 병원에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자식들을 보면 참 재미나다.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자식이 열이라면 그 중 일곱은 딸이다. 딸이 단연많다. 
 
 
부모 생각하는 마음 딸이 최고 
 
본인이 왔다가 병원이 맘에 들면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온다. 역시 부모 생각하는 마음은 딸자식이 최고인 것 같다. 그 다음 두 명 정도가 며느리이고, 아들이나 사위는 한명도 채 안된다.
 
아주머니는 자리에 앉자마자 울분을 터뜨리듯 아픈 곳을 이야기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을 가려고하면 발바닥을 디딜 수가 없어. 그리고 열 손가락이 다 아픈데 아침이면 뻣뻣해서 잘 안 움직여.” “엄마 팔꿈치도 아프다고 그랬잖아.” 옆에서 딸도 거든다. 아프다고 하는 곳을 챠트에 받아 적기도 벅차다. 한마디로 안 아픈데 없이 온몸이 마디마디 쑤시는 상태다.
 
“왜 그렇게 아파지셨을까요? 그럴만한 일이라도 있으셨어요?” 진단을 할 때 아프게 된 원인과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근본 원인을 찾아낼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많은 의사들이 질병의 근본원인보다는 병의 결과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손자를 돌보는 할머니. (내용과 무관한 사진) [중앙포토]

손자를 돌보는 할머니. (내용과 무관한 사진) [중앙포토]

 
“요즘 손자를 봐주는데, 손자가 당체 품에서 떨어질 생각을 해야지 그래서 계속 안아주다 보니까 금세 녹초가 되어버려. 그러다보니 온몸이 안 아픈데 없이 다 아파진거야.” 인과 관계가 명확해졌다. 
 
몸에 기력이 떨어져서 여기저기 통증이 생기는 거다. 아이의 넘치는 에너지를 당해낼 수 있는 할머니는 없다. 아이를 봐주는 것이 좋긴 하지만 몇 시간 봐주다보면 금세 기운이 바닥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이럴 때 아픈 곳을 각각 ‘족저근막염’이니, ‘손가락관절염’이니 진단을 해서 하나 하나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떨어진 기력을 올려주는 치료가 근본적인 치료다.  
 
“이런 증상은 너무 과로해서 생기는 병이에요. 몸에 무리가 올 정도로 과로를 너무 오랫동안 지속하면 부신에서 나오는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고갈되서 여기저기 아픈거에요. 이런 병을 ‘부신스트레스 증후군’이라 불러요.”
 
“부신 어쩌구는 나는 모르겠고, 일단 안 아프게 해줘야지.”
 
 
하루 30분 정도 동네를 걸어보세요. [중앙포토]

하루 30분 정도 동네를 걸어보세요. [중앙포토]

 
“일단 잠은 8시간 이상 주무시구요, 생수를 하루에 2리터 정도 드세요. 그리고 하루에 30분정도 동네를 천천히 산책하듯이 돌아보세요” “이 세 가지만 3개월간 지키면 반드시 좋아지실꺼에요”
 
 
닥터유의 한줄처방 : ‘온몸이 아플때는 무위도식(無爲徒食)하자’
사람이 과로를 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이라고 부르는 신장위에 작게 붙어있는 호르몬저장고에서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해서 스트레스를 이겨내게 도와준다. 아드레날린은 몸이 비상 상황일 때 분비 되서 몸 전체의 컨디션을 올려주는 역할을 하는 고마운 호르몬이다. 
 
그런데 문제는 스트레스를 너무 오랫동안 받으면 아드레날린이 나오는 부신의 호르몬 우물이 말라버려서 스트레스를 받아도 더 이상 호르몬이 나오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통증이 나타나는데, 이런 병을 ‘부신스트레스증후군’이라 부른다.

 
부신스트레스 증후군. [중앙포토]

부신스트레스 증후군. [중앙포토]

 
부신스트레스 증후군의 여러 가지 증상 중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통증’이 있다. 양쪽 팔꿈치, 양쪽 발바닥 등 양측성으로 통증이 있다. 이런 경우에 아픈 곳을 하나하나 찾아가서 치료하려 들면 의외로 치료가 까다로워진다. 치료해야 할 부위가 너무 많을뿐더러, 통증부위가 도망 다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오히려 전신적인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좀 더 유리하다.
 
‘부신스트레스증후군’을 극복하려면 요즘 유행하는 무위도식(無爲徒食)이 특효약이다. 일정기간동안 몸을 쉬어주어서 스스로 회복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하루에 8시간을 자되 가능하면 10시에는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해라. 
 
하루 30분정도 산책을 하듯 천천히 걷는다. 무리한운동은 오히려 부상위험이 있으므로 컨디션이 회복된 후에 차차 강도를 늘려가는 것이 좋다. 하루 물 2리터를 마시되 조금씩 자주마시는 것이 좋다. 나는 보통 생수를 소주잔으로 마시라고 한다.
 

 
집에서 하는 부신 자극 팁


 
부신자극 포인트를 손가락으로 마사지 해 보자. [사진 pixabay]

부신자극 포인트를 손가락으로 마사지 해 보자. [사진 pixabay]



무위도식(無爲徒食)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너무 피곤하고 여기저기 아프다면 집에서 부신을 자극하는 포인트를 마사지해보자. 부신자극 포인트는 배꼽에서 양쪽으로 바깥쪽 1인치 위쪽으로 2인치에 위치한다. 이 부분은 손가락으로 마사지 하면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artsmed@naver.com 
 
  

[제작 현예슬]

관련기사
공유하기
유재욱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필진

[유재욱의 심야병원] 작은 간판이 달린 아담한 병원이 있다. 간판이 너무 작아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릴 정도다. 이 병원의 진료는 오후 7시가 되면 모두 끝나지만, 닥터 유의 진료는 이때부터 새롭게 시작된다. 모두가 퇴근한 텅 빈 병원에 홀로 남아 첼로를 켜면서, 오늘 만났던 환자들이 한 명 한 명 떠올린다. ‘내가 과연 그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한 것일까?’ ‘혹시 더 나은 치료법은 없었을까?’ 바둑을 복기하듯 환자에게 했던 진료를 하나하나 복기해 나간다. 셜록 홈스가 미제사건 해결을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영감을 얻었던 것처럼, 닥터 유의 심야병원은 첼로 연주와 함께 시작된다.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