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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용]명절 스트레스, 추석 땐 ‘공감대화’ 해 보세요

중앙일보 2017.10.04 06:00
공감 능력이 뛰어난 리더로 평가받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백악관]

공감 능력이 뛰어난 리더로 평가받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백악관]

"대체 너는 누굴 닮아서 그 모양이니?" "그럼 그렇지, 네가 그것 밖에 더하겠니." 
 독자 여러분,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거나 무심코 내뱉었던 말들 아닌가요? 별 생각 없이 던졌던 말이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선 큰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명절처럼 가족과 함께 오래 지내야 하는 긴 연휴엔 이런 말들이 서로에게 더 큰 아픔이 될 수 있어요. 오히려 가족이라서 편하게 생각한다며 했던 말들이 가슴에 더 큰 비수로 꽂히는 경우도 많답니다.  

명절 때 힘든 것 1위 "싫은 말 듣는 것"
강요·비난 등 자신도 모르게 언어폭력

즐거운 추석 보내려면 공감대화 필수
사실과 감정 분리해 말하고 경청하기

뇌는 말보다 빨라 경청하려면 집중해야
너와 나 구분짓기보단 '우리' 표현 많이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 1월 성인남녀 966명을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절반(51.1%)이 명절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로는 '듣기 싫은 말을 들어야 해서'(38.7%)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 '남들과 비교당하는 경우가 많다'(16.2%)는 것이었어요. '전 부치기, 설거지 등 일이 많다'(9.7%)거나  '귀성길이 너무 멀어서'(4.3%) 등은 상대적으로 스트레스가 덜 했죠.
 
 이처럼 명절 스트레스의 요인을 가만 살펴보면 대부분 ‘말’로 인한 것이 많았습니다. 나의 잘못된 표현 방식이 다른 사람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명절처럼 많은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선 더욱 대화를 나누는데 조심해야 하는 이윱니다. 특히 예민한 시기의 청소년들에겐 사소한 표현도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부모와 할아버지·할머니 등 어른 입장에선 대수롭지 않은 말들이 아이들에겐 큰 폭력이 되기도 합니다.
 
 서울시내 중학생 438명을 조사한 광운대 석사논문(2011년)에 따르면 청소년이 느끼는 언어폭력의 유형은 강요(46.5%)가 제일 많았습니다. “똑바로 앉아”, “12시까지 버텨” 등과 같은 표현들도 상황에 따라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거죠. 모욕(13.8%), 비난(13.6%), 비교(8.3%), 협박(7%) 등도 청소년이 주로 느끼는 언어폭력의 유형이었습니다. 꼭 폭언을 퍼붓는 것만이 언어폭력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다른 사람에게 언어폭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긴 명절 연휴 동안, 나아가 일상생활에서도 가족과 친구, 동료 등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대화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공감 대화’에 답이 있습니다. ‘공감 대화’는 사실과 감정을 분리해 이야기 하고 타인의 심정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며 대화를 나누는 방법입니다. 원래는 부모와 자식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사용되는 방법이지만, 어른과 어른 사이에서도 유용한 대화법이니 몇 가지 원칙만 익혀둔다면 훨씬 더 나은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공감 대화의 첫 번째 원칙은 상대가 껄끄럽게 받아들일만한 이야기는 주관적인 판단을 앞세우지 말고 사실만 객관적으로 말하도록 노력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긴 연휴에 매일 같이 게임을 하고 있는 자녀에게 “너 참 한심하다”라고 말하기보다는 “게임한지 3시간이 지났다”고 사실만 말해주는 겁니다. 
 
  그 다음은 잘못된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거죠. “게임을 오래하면 뇌가 빨리 늙는다”는 식으로요. 마지막에는 어떻게 할지 조심스럽게 제안을 해볼 수 있습니다. “한 시간 게임을 한 다음엔 운동이나 공부를 하면 좋겠다”고 말해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설명을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위 사례에서 부모의 말을 계속 어기고 게임만 하는 아들을 보면 나중에는 화가 쌓이기도 합니다. 나중에는 아들이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 땐 버럭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언성을 높이기보단 화가 난 상황을 설명하고 그 이유를 이야기 해주는 것이 더욱 좋습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격의없이 대화 나누는 것을 즐겼다. [백악관]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격의없이 대화 나누는 것을 즐겼다. [백악관]

 또 상대를 설득하거나 나의 주장을 관철하고 싶을 때는 ‘너, 너희, 여러분’ 같은 2인칭 표현을 삼가고 ‘우리’라는 1인칭을 사용하면 효과가 좋습니다. 2인칭 표현은 너와 나라는 구분을 짓고 그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쌓기 때문이죠. 특히 청중이 있는 연설이나 강연 등이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2009년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의 취임 연설문을 분석해보니(박성희 이화여대 교수 논문) 18분의 연설시간 동안 2393개의 단어를 말했는데 이중 빈도수가 가장 높은 단어는 ‘our'(68회)였습니다. 두 번째가 ’we'(62회)였고요. ‘I'는 자신의 딸과 관련한 이야기 등을 할 때만 딱 3번 썼죠. 일방적인 연설이지만 주어를 ’우리‘라고 표현하면서 대화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겁니다.
 
 공감 대화와 함께 꼭 필요한 것은 ‘경청’ 능력입니다.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래리 버커(Lary L. Berker)에 따르면 보통사람은 깨어 있는 시간의 70%를 커뮤니케이션에 쓰는데 그중 가장 많은 것은 듣기(48%)입니다. 그 다음이 말하기(35%), 쓰기(7%), 읽기(1%) 순서였죠. 이처럼 듣기가 커뮤니케이션의 절반을 차지함에도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국리서치가 2015년 시민 1006명을 조사했더니 ‘소통을 잘 못한다’는 응답자가 40%나 됐습니다. ‘소통을 잘한다’는 8%에 그쳤고요. 소통을 잘 못하는 이유로는 ‘경청하지 못해서’(75%, 복수응답)가 가장 많았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는 사람으로는 친구(63%, 복수응답)와 어머니(60%)를 제일 많이 떠올렸죠. 특이점은 경청해 주는 사람으로 아버지를 꼽은 비율(44%)이 ‘업무로 처음 만난 사람’(46%)보다 오히려 적었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경청이 어려운 이유는 뇌의 정보처리 능력이 사람이 말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입니다. 보통 사람은 1분간 150~250개 단어를 말하는데 뇌는 400~800개 단어를 이해하죠. 타인의 말에 집중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다른 생각에 빠지기 쉽다는 얘깁니다. 경청이 잘 안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의 판단을 미리 정해놓고 남의 말을 형식적으로 듣기 때문이죠. 김주환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장은 “처음부터 결론을 내려놓고 들으면 상대방이 아무리 설득력 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해도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경청을 잘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 원장은 “커뮤니케이션의 라틴어 어원인 ‘코뮤니카레’는 ‘공유한다’는 뜻”이라며 “소통의 본질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먼저 상대 이야기에 집중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경청 능력을 체크해볼 수 있는 자가 리스트. [함께하는 경청]

경청 능력을 체크해볼 수 있는 자가 리스트. [함께하는 경청]

 경청 능력을 키우기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김종영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구성적 듣기와 말하기’를 제안합니다. 그림이나 영상 등 자신이 본 것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말하는 훈련법이죠. 반대로 들은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 보며 귀담아 듣는 습관을 들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두 가지 방법은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관찰력과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김 교수는 “한국에선 경청을 배려 정도로 생각하지만 프랑스·독일 등에선 ‘경청은 의무’라고 가르친다. 경청은 모든 인간관계의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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