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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고혜련의 내사랑웬수(13) 결혼, 최악만 피해도 다행아닌가

중앙일보 2017.10.04 04:00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다. [사진 shutterstock]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다. [사진 shutterstock]

 
누가 말했던가. “결혼은 흔히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고. 또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라고.

낭만적 사랑이 좋은 결혼생활 보장 못해
고단한 인생여정 합심해 헤쳐나가는 현실

 
수십 년간 지지고 볶으면서 결혼 생활을 유지해 온 많은 이들은 누구나 이런 촌철살인의 표현을 한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게 되리라.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남녀의 인체 [사진 pixabay]

남녀의 인체 [사진 pixabay]

 
나는 무엇보다 인간이라는 동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인간 그들에 내재한,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속성에 너무 높은 기대를 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인간은 자신의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 즉 그 자신의 개체 유지를 위해, 더 나아가 종족유지를 위해 조물주가 그의 생존에 유리하고 이기적인 심리적·육체적 알고리즘을 장착하게 한 아주 매우 섬세하고 불가사의한 생명체가 아닌가?  
 
인체와 그에 담긴 마음의 신비를 절감하면서 ‘도대체!’를 연호해 본 사람이라면 이해하고도 남을 것이다. 피 한 방울 만들지 못하는 인간이 일생을 입고 다니는 그 불가사의한 육체의 불수의(不隨意) 작동, 기막힌 초정밀성을 보라. 게다가 남녀 두 인간 동물은 다르게 설계되고 만들어졌다. 그 안에 담긴 마음도 다르다.  
 
 
남녀의 DNA는 태생적으로 다르다. [사진 pixabay]

남녀의 DNA는 태생적으로 다르다. [사진 pixabay]

 
태고 적부터 변화무쌍한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해 지금까지 살아남은 인간 남녀의 몸에 흐르는 유전적 DNA의 차이를 잠시도 잊지 말자. 그 오래전 광활한 들판을 누비며 맹수와 겨루면서 먹을 것을 쟁취한 수렵채취형 DNA를 전수한 남자와 그들이 가져온 것으로 먹고 입을 것을 안전한 집안에서 준비하는 일을 맡아온 가내수공업형 DNA를 기본 엔진으로 가진 여자의 동거, ‘화성에서 온 여자와 금성에서 온 남자’의 결합.  
 
 
남자사람 vs 여자사람 
 
오랜 환경의 결정물이기도 한 남자사람과 여자사람은 다르고 다르다는 것을 기필코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남자, 그 여자는 그래서 그토록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오랜 친구같은 부부. [사진 smartimages]

오랜 친구같은 부부. [사진 smartimages]

 
“결혼에 충실하겠다는 이유로 배우자를 지배하려 하지 말고 독립성을 인정하라. 지나친 의존은 지배와 복종을 낳고 궁극적으로는 부부관계를 와해시킨다.” 남이 보기에는 미적지근하지만 아주 오랜 친구같은 좋은 관계를 유지해 만족도가 높은 부부들이 결혼생활의 금과옥조인양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하는 것’(서머셋 모옴)이며 ‘사랑한다는 것은 관심을 갖는 것이며 존중하는 것, 사랑한다는 것은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며 이해하는 것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주는 것’(에리히 프롬)이 결혼으로 새 삶을 열어가야 할 남녀의 ‘사랑의 기술’임을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 해법이다.
 
 
사랑은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사랑은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이와 함께 ‘세상에 완벽한 사랑과 결혼은 없다’ ‘같음이 아니라 다름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생각과 각오로 임하면 그 결혼, 한 반쯤은 성공할 확률이 있다. 어느 한 순간 사랑에 눈 멀어 결혼의 문지방을 넘는 남녀가 그들에게만은 완벽한 사랑과 결혼이 가능할거라고 믿는 그날부터 문제는 시작된다.  
 
백번을 잘 해줘도 그건 별로 기억하지 않고 단 한번의 섭섭함을 이유로 떠나버리는게 인간이다. 애초부터 그렇게 만들어져 세상에 던져졌으니 그들 자신도 어찌 할 수 없는 것이리라.  
 
 
낭만적인 사랑이 좋은 결혼생활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사진 pixabay]

낭만적인 사랑이 좋은 결혼생활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사진 pixabay]

 
결혼을 깊이 통찰한 심리학자 아놀드 라자루스는 저서『결혼의 신화』에서 “결혼은 서로의 삶에 돌진하지 않고 신뢰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 이라며 “한때의 낭만적인 사랑이 좋은 결혼생활을 보장하리라는 환상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사랑의 기술 
 
결혼은 신데렐라의 꿈을 실현시키는 환상적 이상 세계가 아니다. 그건 고단한 인생여정이니 두 사람이 힘을 합해 그럭저럭 헤쳐가라고 마련된 현실 생활의 한 제도며 방편인 것이다.  
 
 
결혼에 대해 환상을 가지지 말자. [사진 pixabay]

결혼에 대해 환상을 가지지 말자. [사진 pixabay]

 
너무 기대하지 마시라. 결혼은 최선이 아니고 차선이거나 최악을 피하는 방법이다. 세상에 최선만이 유용한 것은 아니고 그렇게 완벽한 최선은 이 세상에 없다. 기필코! 최악을 피할 수 만 있어도 쓸만한 거 아닌가.
 
고혜련 (주)제이커뮤니케이션 대표 hrko3217@hotmail.com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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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련 고혜련 (주)제이커뮤니케이션대표 필진

[고혜련의 내 사랑 웬수] 기자로 은퇴한 출판인. 결혼이 흔들리고 있다. 인륜지대사의 필수과목에서 요즘 들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과목으로 주저앉았다. 결혼 한 사람들은 ‘졸혼(卒婚)’과 ‘황혼 이혼’도 서슴지 않는다. 결혼은 과연 쓸 만한가, 아니면 애당초 폐기해야 할 최악의 방편인가? 한 세상 울고 웃으며 결혼의 명줄을 힘들게 지켜가는 선험자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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