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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 몰라요…연휴에도 쉴 틈없는 '수출효자' 생산현장

중앙일보 2017.10.04 03:30
‘주주-휴휴-야야-휴휴’.
이번 추석 연휴 기간 포스코 생산직 직원들의 근무표다. 사이사이 휴일(휴)이 있지만, 낮에 12시간씩 근무하는 날(주)과 밤에 12시간씩 근무하는 날(야)이 총 나흘이나 된다. 

9월 수출 63조, 61년만에 최대
반도체 '수퍼호황', 석유화학 정제마진 최대
4조 2~3교대로 '풀가동' 구슬땀

 
 최장 열흘에 달하는 긴 연휴 덕에 명절 해외 여행객만 1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철강·정유·화학·반도체 등 국내 대표적인 생산현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공장을 가동 중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쇳물을 뽑아내는 작업(출선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쇳물을 뽑아내는 작업(출선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이들 수출 효자 종목들은 공정 특성상 생산라인을 멈출 수 없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올해는 세계 경제 회복으로 최대 성수기를 맞은 터라 다른 명절에 비해 ‘신바람 근무’를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551억3000만 달러(약 63조원)로 1956년 무역 통계를 낸 이후 61년 만에 최대 기록을 세웠다. 반도체와 철강 수출이 지난해 9월보다 각각 70%, 107.2% 증가했고 석유화학도 41.5%나 증가하며 실적을 이끌었다.
 
 포스코는 연휴와 상관없이 4조 2교대 근무를 계속한다. 쇳물을 만들기 위해선 철광석을 약 100m 높이의 고로(용광로)에 넣은 뒤 1200℃의 뜨거운 바람을 불어 넣어 철광석을 녹여야 한다. 이때 쇳물은 온도가 1500℃까지 올라가는데 이 온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쇳물이 굳어버리게 된다. 
 
 한번 멈춘 고로를 다시 정상 온도로 끌어올리려면 무려 5개월이 걸리고 에너지 손실도 엄청나기 때문에 고로는 24시간, 365일 불을 끄지 않고 돌려야 한다. 현대제철 역시 고로와 관련한 공정은 모두 정상 가동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통상 여름철이 비수기인데 추석이 지나고 가을철이 되면 본격적으로 판매가 늘기 때문에 미리미리 재고를 충분히 마련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야간근무를 하고 있는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직원들이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롯데케미칼]

야간근무를 하고 있는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직원들이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롯데케미칼]

 
석유화학·정유 업계도 마찬가지다. 고로에 쇳물이 굳으면 안되듯 이들 업종은 정제시설 내 원유 등 원료가 굳으면 안된다. 설비 중단 시 이를 재가동해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한 달 정도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연속적·안정적 공정 운영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 정유사는 이익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제품가격에서 원유 등 비용을 뺀 금액)이 근래 최고 수준인 배럴당 8~10달러까지 치솟을 만큼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GS칼텍스 여수공장 제3중질유분해시설이 한밤중에도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 GS칼텍스]

GS칼텍스 여수공장 제3중질유분해시설이 한밤중에도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 GS칼텍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천재지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공장은 365일 24시간 돌아가고, 이번 추석 연휴도 평소와 같이 4조 3교대로 근무한다”며 “4~5년에 한번 정도 정기 안전점검 기간에만 공장을 멈추고 정비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 여수공장과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GS칼텍스 여수공장, 에쓰오일 울산공장,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직원들은 이번 연휴에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SK종합화학 김형건 사장은 SK그룹 최대 생산거점인 울산CLX를 찾아 명절 연휴에도 구슬땀 흘리는 구성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이 추석 연휴인 2일 SK 울산 콤플렉스(CLX)를 방문해 현장 조정실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이 추석 연휴인 2일 SK 울산 콤플렉스(CLX)를 방문해 현장 조정실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반도체는 이른바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을 타며 공장을 풀가동해도 주문량과 납기를 맞추기가 빠듯할 정도다.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정보기술(IT) 경기 호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빅데이터 저장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고부가가치 품목들이 크게 늘어난 덕이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에서 엔지니어가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에서 엔지니어가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국내 양대 반도체 생산현장인 삼성전자 화성·기흥·평택공장, SK하이닉스의 이천·청주 반도체 공장 직원들도 연휴 기간 동안 4조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삼성전자 화성공장 관계자는 “반도체는 하나의 제품이 나오려면 30일이 소요되는데 공정만 300~500단계를 거친다”며 “각 공정마다 세팅된 결과물값이 나노 단위로 조정되는데 한 공정이라도 틀어지면 결국 한 달 넘게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반도체를 만드는 실리콘웨이퍼 역시 공정이 멈춰 실리콘 원판이 공기 중에 노출되면 실리콘 막이 산화돼 전기가 통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연속 공정’이 필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년 간의 근무표가 나오면 평일이고 명절이고 공휴일이고 별반 다를 것이 없다”며 “반도체는 중국의 사드보복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한국이 우위에 있는 품목인 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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