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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문 여는 맛집] 고향 그리운 마음 위로해주는 전주청국장

중앙일보 2017.10.04 00:01

추석 연휴 동안 어디론가 떠나지 못하고 서울에만 머문다고 아쉬워할 필요 없다. 해외나 지방 휴가지로 떠나는 이들이 부럽지 않을 만큼 프랑스·일본·이탈리안·한식 등 다양한 맛집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긴 연휴에 웬만한 식당은 다 쉴 것 같지만 소문난 맛집 중 의외로 문을 여는 곳이 꽤 많다. 연휴 기간 동안 매일 한 곳씩 '오늘 문 여는 맛집'을 소개한다. 오늘(10월 4일)은 전주청국장이다.  

직접 띄운 청국장으로 만든 전주청국장의 청국장. 김경록 기자

직접 띄운 청국장으로 만든 전주청국장의 청국장. 김경록 기자

32년 늘 그 자리
해외로, 고향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명절, 서울에 남은 사람들이 한번쯤 가봄직한 곳이 바로 전주청국장이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신사역 인근에 영동설렁탕과 더불어 3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맛집이다. 그야말로 1년 365일 추석과 설 같은 명절 당일에도 문을 여는데, 이게 알려져 이젠 명절이면 사람이 더 몰린다. 가족이 함께 오는 경우도 있고 고향에 안 가고 혼자 서울에 남은 사람들이 오기도 한다.
전주청국장은 큰 냄비에서 먼저 청국장을 끓여 놓았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뚝배기에 담아 다시 끓여 손님상에 낸다. 김경록 기자

전주청국장은 큰 냄비에서 먼저 청국장을 끓여 놓았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뚝배기에 담아 다시 끓여 손님상에 낸다. 김경록 기자

전주청국장이 처음 문을 연 건 1985년이다. 전북 순창이 고향인 김종필(69) 사장이 전주 출신 아내와 함께 서울에 올라와 작은 가게를 여고 청국장을 팔기 시작했다. 김 사장은 "당시엔 가게 건너편에 있는 영동설렁탕을 비롯해 식당이 몇몇 있었지만 지금처럼 번화하진 않았다"고 회상했다. 김 사장 부부에게 청국장은 고향에서 즐겨 먹던 메뉴라 자신이 있었다. 

"청국장 맛내기 어려워 쉽게 못따라해"
청국장 한 그릇 7000원
배달비 만원 내고 시켜먹는 사람 많아
추석 연휴 내내 문 열어

김 사장은 "청국장은 메뉴 자체로 다른 식당과 차별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집 특유의 개운한 맛은 다른 가게가 쉽게 따라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식당이 맛있다고 소문나면 금세 같은 메뉴를 파는 식당이 우후죽순 생기기 마련인데 청국장은 초보자가 맛을 제대로 내기 어려우니 쉽게 따라하지 못할 거로 생각한 거다. 김 사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식당 주변엔 간장게장·아귀찜 파는 식당이 하나둘 들어서며 거리를 채웠다. 하지만 지금도 동네에서 청국장 파는 가게는 전주청국장뿐이다. 
해장 청국장 파느라 24시간 영업  
청국장 맛보러 찾아오는 사람들로 늘 가게는 붐볐다. 식사 때면 가게 밖에 줄이 길게 늘어서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18년 전엔 옆에 있던 치킨가게를 인수해 식당을 확장했다. 보통 밥집은 점심·저녁 식사 때만 붐비지만 전주청국장은 하루 종일 사람들이 들락거린다. 점심 시간엔 직장인, 늦은 밤엔 영업을 마친 주변 상인이나 인근 유흥업소 직원이 주로 찾는다. 
김 사장은 상권을 감안해 처음부터 24시간 영업을 해왔다. 나이트클럽과 술집이 많은 지리적 특징 말이다. 실제로 영업 초기부터 술 마시고 속 달래러 온 손님이 많았다. 해장용으로 청국장을 먹는 게 생소하지만 한 번 먹어본 사람은 그 효과를 알게 된단다. 김 사장은 "해장국이라고 하면 다들 콩나물국이나 선지국을 떠올리는데 사실 청국장만큼 좋은 게 없다"며 "우리 집에서 청국장 먹고 가면 다들 속이 편하다고 한다"며 말했다.  
배달비 비싼데도 주문 많아 
18년 전 리모델링한 전주청국장 내부. 김경록 기자

18년 전 리모델링한 전주청국장 내부. 김경록 기자

포장 손님도 많다. 전에는 가게 앞에 차를 대고 기다렸다가 받아갔지만 10여 년 전부터 퀵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었다. 최근엔 아예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다. 이집 청국장 한그릇의 가격이 7000원인데 배달비는 1만원이 넘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데도 배달 서비스 이용하는 사람이 계속 는다.
청국장이 냄새가 심해 젊은 사람들은 싫어할 것이라는 건 오해다. 오히려 전주청국장엔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다 찾는다. 가끔 공항에 내리자마자 자기 집보다 전주청국장에 먼저 오는 사람도 있다. 낯선 타지에서 여행하며 그리웠던 음식으로 배를 채우기 위해서다. 가게 한쪽 벽엔 이 집을 다녀간 연예인들 사인이 빽빽하게 붙어있다. 최민수·강수연·김흥국·지상렬 등이 단골이다. 유명 정치인들도 즐겨온다. 18년 전 가게를 확장하며 방을 하나 만든 것도 점심시간 여의도에서부터 차 타고 오는 국회의원들 때문이란다.   
전주 콩으로 청국장 직접 띄워
30년 넘게 한결같이 사랑받는 비결은 뭘까. 단골 손님들의 말에 정답이 숨어있다. "여긴 정말 안 변했다"는 말 말이다. 일단 콩·고추·배추 같은 기본재료는 어머니가 계신 전주에서 가져온다. 예전엔 어머니가 직접 농사를 지었지만 요즘은 형수가 농사를 지어 보내준다. 청국장 만드는 방법도 그대로다. 요즘도 가게 주변의 작업실에서 직접 콩을 씻고 불려 청국장을 띄운다. 청국장 끓일 땐 양파를 많이 넣어 단맛을 낸다. 손님상에 나갈 땐 큰 그릇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담아 함께 준다. 밥·반찬·청국장을 한데 넣고 비벼 먹으라는 거다.  
전주청국장은 멸치로 국물을 내고 양파를 많이 넣어 개운하고 단 맛이 난다. 김경록 기자

전주청국장은 멸치로 국물을 내고 양파를 많이 넣어 개운하고 단 맛이 난다. 김경록 기자

직원도 그대로다. 직원 절반이 20~30년 함께 손발 맞춘 사람들이라 다들 가족같은 분위기다. 재료와 만드는 사람이 그대로니 청국장 맛도 30년째 한결같은 것이다. 김 사장은 "패션은 변해도 입맛은 변하지 않는다"며 "한국 사람이라면 수수하고 토속적인 우리 음식을 찾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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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메뉴: 청국장 7000원, 오징어볶음 14000원, 간장게장 3만원 ·개점:1985년 ·주소: 서울시 서초구 나루터로 70(잠원동 19-6) ·전화번호: 02-541-3579 좌석수:120석(룸 1개) ·영업시간 24시간(연중무휴) ·주차: 무료(가게 옆 전용 주차타워)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다음은 소개순서  
10월 1일 동경전통육개장  
10월 2일 순희네빈대떡  
10월 3일 남경막국수  
10월 4일 전주청국장  
 
10월 5일 동원민물장어  
10월 6일 논현동 고향집  
10월 7일 야래향  
10월 8일 닭한마리감자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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