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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미모맛집] 그렇게 황태가 된다

중앙일보 2017.10.04 00:01
추석 연휴 동안 고향이나 휴가지를 오가는 길, 지방 여행길에 들를 만한 ‘오늘 문 여는 미모맛집(미쉐린가이드도 모르는 맛집)’을 매일 한 곳씩 소개한다. 당연히 그날 문 여는 맛집들이다. 오늘은 연휴 기간 내내 하루도 쉬지 않는 속초 미시령 황태연가다. 
국민생선 명태는 동해 바다에서 자취를 감췄다. 러시아 해역에서 나고 자란 명태가 강원도 산자락으로 넘어와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한국의 맛을 품어 간다. 그렇게 명태는 황태가 된다.

국민생선 명태는 동해 바다에서 자취를 감췄다. 러시아 해역에서 나고 자란 명태가 강원도 산자락으로 넘어와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한국의 맛을 품어 간다. 그렇게 명태는 황태가 된다.

변신할 때마다 이름도 바뀌는 명태, 너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본다. 너는 살아있을 때는 생태, 영하 40도로 얼면 동태, 바닷바람에 바짝 마르면 북어, 내장과 아가미를 빼고 코를 꿰서 말리면 코다리가 된다. 새끼 때는 노가리라는 아명(兒名)으로 불렸고 알은 명란, 내장은 창난이라는 부위별 명칭까지 따로 두고 있다. 
그래도 마음이 가장 달뜨는 너의 이름은 황태다. 전날 밤 술이라도 마신 날에는 네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황태를 우린 국물 한 그릇이면 추위에 얼어붙은 몸도, 술로 쓰라린 속도 사르륵 녹을 것만 같다.
미시령 황태연가

미시령 황태연가

강원도 여행길은 너를 만날 수 있어 즐겁다. 강원도 곳곳에 너를 다루는 음식점이 많지만 황태를 맛보러 일부러 찾아가는 곳은 속초다. 속초 미시령황태연가(033-635-8828) 주인 임성자(57) 사장은 2001년부터 황태로 만든 해장국을 내고 있다. 미시령황태연가는 타지 사람뿐만 아니라 속초 토박이도 불러 모은다.
임 사장은 속초와 바투 붙어 있는 인제 용대리에서 황태를 데려온다. 네가 황태로 변신하려면 덕장에서 겨울을 견뎌야 한다. 눈과 바람을 맞으며 얼었다 녹았다 반복해야 한다. 서너 달 겨울을 견디며 하얗던 살을 노란빛으로 바꿔야 한다. 눈이 많이 오고 일교차가 큰 용대리에서 만든 황태는 명품 취급을 받는단다. 황태가 되면 너는 명태일 때보다 단백질도 두 배 이상 늘고 미네랄도 풍부해진다.
황태해장국은 누렇고 말갛다. 뽀얀 북엇국과 색도 맛도 다르다.

황태해장국은 누렇고 말갛다. 뽀얀 북엇국과 색도 맛도 다르다.

임 사장은 “중국산과 용대리산 황태가 겉보기에는 비슷해보여도 물에 넣으면 딱 티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중국산은 물이 닿자마자 비린내가 올라오는데, 용대리 황태는 끓는 물에 사르륵 풀리면서 노랗고 구수한 국물이 우러나온단다.
임 사장은 황태 국물 맛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잡다한 재료를 넣지 않는다. 두부·콩나물·무를 조금 곁들이고 여기에 간수 뺀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해 황태해장국(8000원)을 만든다. 다른 음식점은 보통 팔팔 끓는 뚝배기에 황태해장국을 담아주지만 임 사장은 술꾼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다. 너무 뜨겁지 않게 해장국을 하얀 그릇에 담아준다. 적당히 따뜻한 국물이 술에 시달린 위장을 부드럽게 어루만질 수 있으니까.
그래서 식당은 이른 아침부터 붐빈다. 가게 주변 스키장을 찾았던 여행객(전날 술을 마신 게 틀림없는 사람들)은 새벽부터 해장국을 찾는다. 식당은 오전 6시 30분이면 문을 연다. 점심보다 오전에 식당이 붐비는 이유다.
밥도둑 황태구이.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하다.

밥도둑 황태구이.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하다.

흔히 황태해장국과 북엇국을 헷갈리기 쉬운데, 국물의 투명함을 보면 두 음식을 금방 구분할 수 있다. 북어는 명태를 건조장에서 단 시간에 바짝 말린 것이다. 국거리로 쓸 때 들기름에 볶는다. 기름이 들어간 북엇국은 국물이 희멀건 하다. 꾸덕꾸덕한 황태는 손으로 찢을 수 있을 정도로 말캉해서 기름에 볶지 않고 바로 국에 넣는다. 그래서 황태해장국은 말갛고 시원하다.
속초 미시령황태연가를 찾은 손님 대부분은 황태해장국과 황태구이가 함께 나오는 황태정식(1인 1만3000원)을 주문한다. 명태는 매콤한 양념하고도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이다. 고추장 양념을 발라 구워낸 황태구이는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하다. 매콤한 황태구이를 반찬 삼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황태해장국을 숭늉마냥 시원하게 들이키면 세상 부러울 게 없어진다. 임 사장 내외가 논 5만㎡, 밭 1만㎡을 경작하면서 쌀과 채소를 자체 조달하는 집이라 밥도 반찬도 꿀맛이다. 어느 정도 속이 풀린 후, 다시 고개를 드는 반주의 유혹만 잘 견디면 되겠다. 강원 속초시 원암학사평길 212, 추석연휴 무휴.
◇오늘(10월4일) 문 여는 또 다른 미모맛집은 어디?  

-화성 백년꽃게장
-강원 강릉 초당면옥, 강릉 서지초가뜰
-대전 더 리스
-충북 괴산 할머니네 맛식당
-전남 구례 부부식당
-경북 영덕 죽도산
-경남 통영 굴향토집, 통영 멸치마을, 통영 멍게가, 창원 오동동 아구할매집(오후 1시 30분부터 영업), 창원 고현체험마을식당, 하동 혜성식당, 진주 하연옥
-부산 거북이횟집
-신라원(정오부터 영업)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다음은 소개순서
10월1일: 화성 백년꽃게장  
10월2일: 전북 군산 일풍식당
10월3일: 전남 담양 덕인관  
10월4일: 강원도 속초 미시령 황태연가  
10월5일: 충북 괴산 할머니네 맛식당  
10월6일: 전북 익산 진미식당  
10월7일: 강원도 강릉 서지초가뜰  
10월8일: 전남 구례 부부식당  
10월9일: 부산 감천아지매 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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