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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교육단체 FYA가 건네는 미래 설계 조언
급변하는 직업 세계, "직업군 단위로 접근해야"

"15세 청소년, 평생 5개 직업 17곳 직장 전전"
평생 공부한다는 마음가짐이 미래 설계의 기본

알리미·돌보미·디자이너 등 7가지 직업군 제시
"한 직업서 쌓은 역량, 13개 직업서 적용 가능"

추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다들 고향집에 모이셨나요. 오랜만에 만난 친척 아이들이 한뼘쯤 더 자라 있죠. 아이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실 건가요. “그래,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을 던지실 생각은 아니신가요. 조금 엉뚱하지만, “그 질문 던지지 마십시오.”라는 제안을 드리려 합니다. “아이들에게 커서 뭐가 되겠느냐고 묻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호주의 한 교육단체를 소개하겠습니다.
 
 이 비영리 교육단체의 이름은 호주청년재단(FYA·The Foundation for Young Australians)입니다. 이 단체는 2015년부터 미래의 일자리 시장과 관련한 여러 보고서를 내놓고 있어요. ‘새로운 일의 질서(The New Work Order)’, ‘새로운 일에 대한 마음가짐(The New Work Mindset)’ 같은 제목입니다.
 
 이들 보고서는 일자리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를 소개합니다. 호주의 경제 상황을 기반으로 분석했지만, 우리 사정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최근 일어나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으니까요.  
 
브로닌 리 FYA 부대표 [사진 FYA]

브로닌 리 FYA 부대표 [사진 FYA]

 이메일로 인터뷰한 FYA 브로닌 리 부대표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평생 직업의 시대는 끝났다. 로봇과 인공지능 때문에 일자리 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변한다.” 얼마나 빠르게 변한다는 걸까요. 리 부대표는 “지금 15살인 호주의 학생들은 평생 동안 평균 5가지의 직업, 17곳의 직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싱가포르와 시드니에 사무실을 둔 전략 자문사 '알파베타'의 분석이 근거입니다.  
 
 아이들에게 “뭐가 될 거냐”고 묻지 말라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리 부대표는 “아이들에게 미래의 직업을 묻는 건 자연적으로 ‘직업을 선택하면 평생 그 일을 하는 것’이라는 기존의 사고방식을 주입하게 되는 것”이라며 “미래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함께 고민하고, 아이가 ‘직업’이 아닌 ‘일’과 ‘역량’을 고민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 해도 평생 5개의 직업, 17곳의 직장이라니. 얼마나 고단한 삶이란 말입니까. 리 부대표는 “지금의 아이들은 평생 배우고 변화하는 게 당연하다는 마음가짐으로 미래 설계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쁘게 보면 피곤한 삶이요, 좋게 보면 매일 발전하는 삶이라 봐야겠죠.  
 
 그럼 어떻게 그런 설계를 도울 수 있을까요. FYA는 “직업(Job)이 아니라 직업군(Job Cluster)을 염두에 두고 미래를 꿈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직업군은 비슷한 업무 역량을 필요로 하는 직업 꾸러미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 단체에 따르면 한 가지 직업을 위해 훈련된 사람은 평균 13개의 다른 직업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비슷한 역량을 요구하는 직업들을 묶은 것이 직업군인 거죠.  
 
 예를 들어 설명해볼까요. 저의 직업은 ‘기자’이지만, 기자가 포함된 직업군은 ‘알리미(The Informers)’입니다.  교사나 경제학자, 정책 분석가, 변호사, 미술관 큐레이터처럼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직업들이 알림이에 속합니다. 이들은 모두 데이터를 잘 분석하고, 글쓰기에 능해야 하며 사회가 나아갈 방향의 큰 그림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자를 하다 말고 정책 분석가나 큐레이터를 한다면, 적응이 크게 어렵지는 않을 거란 얘기입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세상에는 이런 직업 꾸러미가 얼마나 될까요. FYA가 호주의 상황에 근거해 제시하는 직업군은 모두 7가지입니다. 알리미 외에 돌보미(The Carers)와 코디네이터(The Coordinators)ㆍ제너레이터(The Generators)ㆍ기술자(The Technologists)ㆍ디자이너(The Designers)ㆍ장인(The Artisans) 입니다.
 
 돌보미는 의사나 사회복지사, 피트니스 강사 등이 포함된 직업군으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돌봐줍니다. 코디네이터는 회계 장부를 작성하거나 버스를 몰거나 이삿짐을 나르는 식으로 반복적인 관리, 서비스 업무를 하는 이들이 포함됩니다. 제너레이터는 대인관계 역량이 매우 좋아야 하는 영업사원이나 호텔 매니저, 연예인 등이 해당되고요, 디자이너는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제품을 구성하는 건축가, 의류 패턴 제작자 등입니다. 장인은 정원사, 목수 같이 직접 몸을 움직여 뭔가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기술자는 프로그래머처럼 디지털 기술에 능숙한 사람을 가리킵니다.
 
 직업이 아니라 직업군을 기준으로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은 어떻게 사고하게 될까요. “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 될 거야. 선생님이나 기자, 정책 분석가 같은 거 말이야.” 이런 꿈을 꾸는 아이들은 훨씬 더 유연하게 직업 세계에 접근하겠죠. 단순히 무슨 학교, 무슨 과를 나오겠다는 것을 넘어,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할지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을 겁니다.  
 
 FYA는 직업군마다 미래 성장 가능성과 기계로 인한 자동화 가능성이 다르다는 점을 덧붙입니다. 자신이 키우고 싶은 역량의 시장 상황을 참고해 미래를 설계하라는 거죠. 참고로 앞으로 기계에 의한 자동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직업군은 장인(50%), 가장 낮은 직업군은 돌보미(26%)입니다.
 
 이 기사가 올 명절, 조카와의 대화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무조건 “공부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꼭 명심하시구요. 그럼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로봇과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은 어떻게 일하고 어떤 꿈을 꾸게 될까요. 중앙일보 퓨처앤잡 페이지(http://news.joins.com/futurejob)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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