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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과목 보충 기회” 연휴 내내 학원 특강 듣는 수험생들

중앙일보 2017.10.03 00:01 종합 19면 지면보기
삽화=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삽화=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서울 강남의 일반고 3학년 윤모(18·도곡동)군은 임시공휴일인 2일 학원 3곳을 갔다. 우선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에서 오전 9시30분부터 3시간30분 동안 ‘기하와 벡터’ 추석 특강을 들었다. 
 

고3 학생 추석 당일에도 학원행
이달 말 중간고사 치르는 곳 많아

고1·2, 중학생도 학원·독서실로
학부모들은 귀성 않고 뒷바라지

수업이 끝난 뒤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로 ‘혼밥(혼자 하는 식사)’을 하며 잠시 쉬었다. 오후 2시엔 또 다른 종합학원으로 가서 오후 5시까지 ‘생명과학Ⅰ’ 단기 특강을 받았다. 이어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제3의 학원에서 ‘수리논술’을 들었다.
 
윤군은 추석 당일인 4일, 그리고 9일까지 연속해 학원에 간다. 이들 학원의 ‘추석 연휴 단기 특강’을 신청했다.
 
고3·재수생 등 대입 수험생들에게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11월 16일)이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수험생과 그 가족들에겐 최장 10일인 이번 연휴가 휴식기간이 되지 못한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9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에 맞춰 단기 특강을 광고하는 대치동 학원의 홍보물. ‘합격을 위한 마지막 도약’ ‘등급 역전 절호의 찬스’ 같은 문구가 눈에 띈다.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9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에 맞춰 단기 특강을 광고하는 대치동 학원의 홍보물. ‘합격을 위한 마지막 도약’ ‘등급 역전 절호의 찬스’ 같은 문구가 눈에 띈다. [홈페이지 캡처]

윤군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달 대학 수시모집에서 대학 5곳에 원서를 냈다. 이 가운데 두 곳에선 논술전형에 지원했다. 수능 준비도 해야 하지만 수능 직후에 볼 대학 2곳의 논술시험에도 대비해야 한다. 
 
윤군은 “긴 연휴를 잘 활용하면 두세 과목은 복습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연휴에 아무 데도 안 가고 학원·집·독서실에만 있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등의 학원가는 윤군 같은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일찌감치 지난달 ‘추석 연휴 특강’ 등록을 받았다. 학생들은 연휴를 반납하고 그동안 부족했던 과목에 집중하고 있다.
 
수험생뿐 아니라 가족들도 연휴에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재수생 딸을 둔 학부모 김은정(51·목동)씨 가족도 ‘귀성’은 하지 않는 것으로 일찌감치 결정했다. 딸이 고3이던 지난해에도 귀성은 하지 않았다. 김씨는 “경남 마산의 시댁에서도 ‘애가 공부할 게 많을 텐데 올 것 없다’고 하셨다. 어른들이 먼저 ‘오지 말라’고 하시니 마음이 차라리 편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9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에 맞춰 단기 특강을 광고하는 대치동 학원의 홈페이지 홍보물. 연휴 뒤 중간고사를 보는 학교가 많아 고1,2나 중학생 대상 강의도 있다.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9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에 맞춰 단기 특강을 광고하는 대치동 학원의 홈페이지 홍보물. 연휴 뒤 중간고사를 보는 학교가 많아 고1,2나 중학생 대상 강의도 있다. [홈페이지 캡처]

고3이 아닌 중고생도 상당수가 이번 연휴에 학원에 나간다. 이달 말 중간고사를 치르는 학교가 많은데 여기에 대비한 학원 특강도 개설됐다. 서울 강남의 한 자사고 2학년 김모(17·대치동)군은 연휴 중 9일간 하는 수학 ‘기하와 벡터’ 특강 등에 등록했다. 평소 다니던 수학·물리학원도 추석 당일을 빼곤 평소대로 수업한다. 
 
김군은 “추석 당일에 경기도 분당의 큰집에 다녀오는 걸 빼면 평소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김군은 “부모님은 ‘모처럼 연휴인데 며칠 쉬자’고 하시지만 나만 혹시 뒤처질까 봐 추석 특강 두 과목을 신청했다”고 했다.
 
연휴를 학원에 ‘반납’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선 학부모들과 학원 측 인식이 엇갈린다. 학부모들은 ‘(학원 측) 공급이 수요를 부른다’, 학원 측은 ‘(학부모와 학생들) 수요 때문에 공급이 생겼다’고 본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9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에 맞춰 단기 특강을 광고하는 대치동 학원의 홈페이지 홍보물. 연휴 뒤 중간고사를 보는 학교가 많아 고1,2나 중학생 대상 강의도 있다.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9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에 맞춰 단기 특강을 광고하는 대치동 학원의 홈페이지 홍보물. 연휴 뒤 중간고사를 보는 학교가 많아 고1,2나 중학생 대상 강의도 있다. [홈페이지 캡처]

학부모들은 “학원의 추석 특강 마케팅이 학부모들의 불안을 자극한다”고 말한다. 중3·초6 자녀를 둔 학부모 이유정(48·대치동)씨는 “이번 연휴에 2박3일 일정으로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학원에서 보내온 휴대전화 문자를 받고서 불안감에 포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 받은 문자엔 ‘이때가 역전의 기회’ ‘등급을 올릴 최고의 찬스’ 등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씨는 “문자를 받으니 여행 갈 마음이 싹 가셨다. ‘공포 마케팅’이란 걸 알면서도 그냥 지나칠 수 없더라”고 설명했다.
 
학원들의 설명은 다르다. 연휴 중에도 학원을 열어 달라는 부모가 오히려 많다는 것이다. 강남에서 10여 년간 수학학원을 하고 있는 김모(50) 원장은 5년 전 명절 연휴에 휴강하려 했다가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고 포기한 적이 있다. 
 
김 원장은 “학부모들 중에는 연휴를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기회’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연휴 시작 한 달 전부터 ‘무슨 특강이 개설되느냐’는 문의가 오는데 어떻게 학원 문을 닫을 수 있겠느냐. 원장과 강사들도 쉬고 싶지만 쉴 수 없는 구조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전민희·정현진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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