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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순근의 간이역(8) 가을에 걷기 좋은 서울 주변 길은?

중앙일보 2017.09.30 08:00
전국에 둘레길이 많지만, 서울 한복판의 성곽길만큼 자연과 역사가 혼합된 좋은 길은 드물다. 서울 성곽은 숭례문(남대문)~광희문~혜화문~창의문(자하문)을 잇는 약 18.5km 거리다.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는 도읍지인 한양을 방어할 목적으로 북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의 능선을 잇는 성곽을 쌓고 통행을 위한 4대문(흥인지문, 돈의문, 숭례문, 숙청문)과 4소문(홍화문, 광희문, 창의문, 소덕문)을 만들었다.
 

청와대 뒤편 백악산 구간 최고의 서울 전망
인왕산 구간, 경사 심해 4구간 중 최대 난코스

 
성곽길에는 ‘한양도성’ 이라고 적힌 안내표시가 잘 되어 있다. 가는 길이 명확하지 않는 곳엔 반드시 이 안내표시가 있다. [사진 김순근]

성곽길에는 ‘한양도성’ 이라고 적힌 안내표시가 잘 되어 있다. 가는 길이 명확하지 않는 곳엔 반드시 이 안내표시가 있다. [사진 김순근]

 
성곽과 성문은 일제 강점기와 6·25동란 등을 거치면서 많이 훼손돼 일부만 남아있는 상태였지만 지속적인 복원과 정비 등을 거치고 소실구간은 골목길, 차도 등 옛 성곽길 동선을 따라 걸을 수 있게 함으로써 성곽을 한 바퀴 도는 서울성곽길이 완성됐다.  
 
 
대한상공회의소 담을 따라 숭례문이 보이는 도로 앞까지 성곽이 복원되어 있다. [사진 김순근]

대한상공회의소 담을 따라 숭례문이 보이는 도로 앞까지 성곽이 복원되어 있다. [사진 김순근]

 
성곽길은 지하철역과 가까운 숭례문(서울역), 광희문(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혜화문(한성대입구역), 창의문(경복궁역+버스)을 중심으로 크게 4구간으로 나누어 걸을 수 있으며, 구간마다 600년 고도를 지켜온 성곽을 사이에 두고 역사와 문화, 자연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숭례문~광희문, 광희문~혜화문 구간은 평이한 반면 혜화문~창의문, 창의문~숭례문 구간은 북악산(342m), 인왕산(338m) 등 산 정상을 지나기 때문에 산행하는 느낌. 이중 인왕산 지역은 경사가 가장 심하고 성곽길 옆으로 아찔한 암릉도 많아 가장 어려운 코스로 꼽힌다.
 
 
인왕산 등산로 역할을 하는 성곽길.[사진 김순근]

인왕산 등산로 역할을 하는 성곽길.[사진 김순근]

 
건강한 사람은 하루 만에 전 구간을 돌아보거나 2개 구간을 묶어 걷기도 하는데, 이젠 빠름보다 느림에 방점을 두고 한 번에 한 구간씩 걷기를 권한다. 여유있게 걷다 보면 빨리 지나갈 때 놓치기 쉬운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다.
 
 
1. 숭례문~광희문(5.2km, 약 3시간 소요)
 
국보 1호인 숭례문(공항철도, 지하철 1·4호선 서울역 4번출구)에서 남산공원~남산타워~국립극장~신라호텔 옆~장충체육관~광희문 코스. 계단 등을 통해 계속 올라가는 남산공원~남산타워를 제외하곤 큰 어려움이 없다.
 
 
숭례문. 오른쪽으로 남산육교를 지나 남산공원으로 성곽길이 이어지며, 왼쪽으로 도로 건너 대한상공회의소 담으로 따라 중앙일보 옆 소덕문터로 이어진다. [사진 김순근]

숭례문. 오른쪽으로 남산육교를 지나 남산공원으로 성곽길이 이어지며, 왼쪽으로 도로 건너 대한상공회의소 담으로 따라 중앙일보 옆 소덕문터로 이어진다. [사진 김순근]

 
관광명소가 많은 곳이라 이들 명소를 여유있게 둘러보면 반나절도 짧다. 숭례문에서는 2008년 2월 방화로 인해 국민적 슬픔을 자아낸뒤 2013년 5월 국보 1호로 다시 당당히 국민 앞에 선 숭례문의 역사를 현장에서 느껴보자. 인근 남대문 시장에는 칼치를 맛있게 조려 내놓는 칼치조림 골목과 칼국수 골목, 족발골목 등 먹거리도 풍부하다.
 
 
남산공원에서 남산타워로 가는 성곽길은 다소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이다. [사진 김순근]

남산공원에서 남산타워로 가는 성곽길은 다소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이다. [사진 김순근]

 
남산 지역은 생태계의 보고인 남산의 숲과 하나가 된 성곽을 따라 삼림욕하듯 유유자적 거닐고, 가파른 계단을 오른 뒤 잠시 쉬며 탁트인 서울 전망을 즐기자. 사랑의 자물쇠 등으로 세계적 관광명소가 된 남산타워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  
 
 
남산타워 앞 팔각정에서 남산생태계 경관보존지역으로 접어들면 울창한 숲길이다. 멀리 성곽길이 이어지는 국립극장과 신라호텔이 보인다. [사진 김순근]

남산타워 앞 팔각정에서 남산생태계 경관보존지역으로 접어들면 울창한 숲길이다. 멀리 성곽길이 이어지는 국립극장과 신라호텔이 보인다. [사진 김순근]

 
남산 숲에서 나오면 남산북측순환도로로 이어진다. 순환도로끝 국립극장을 지나 반야트리 리조트~신라호텔 옆~장충체육관 구간은 양반층이 많은 성안과 서민층이 주로 거주하는 성밖 등 대비되는 두 풍경을 떠올릴수 있다(반야트리~신라호텔는 오후 6시~오전 9시까지 통행이 제한된다).
 
 
신라호텔 옆을 돌아 장충체육관까지 이어진 성곽은 광희문까지 도로와 주택가로 끊긴다. [사진 김순근]

신라호텔 옆을 돌아 장충체육관까지 이어진 성곽은 광희문까지 도로와 주택가로 끊긴다. [사진 김순근]

 
 
2. 광희문~혜화문(3.3km, 약 2시간)
 
광희문(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3번출구)에서 흥인지문(동대문)까지는 성곽이 있던 곳을 따라 가는 도시길이다. 가는 길에 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은 세계적인 여류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세계 최대규모의 3차원 비정형건물. 건물 내부, 외부 모두 직선도 벽도 하나 없는 특이한 구조에 우주선이 착륙한 듯한 독특한 형상으로 인해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됐다.

 
 
광희문. [사진 김순근]

광희문. [사진 김순근]

 
옛 동대문 야구장의 성화대, 전광판 등도 일부 남아있어 추억을 되살리기에 좋다. 성화대 옆으로 DDP 공사중 도성의 물을 밖으로 흘러가게 하는 수로인 이간수문이 발견되면서 일부 성곽이 복원돼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공사를 하면서 발견된 이간수문. 도성 안 물을 밖으로 흘려보내기 위한 수로다. [사진 김순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공사를 하면서 발견된 이간수문. 도성 안 물을 밖으로 흘려보내기 위한 수로다. [사진 김순근]

 
흥인지문 전경이 잘 보이는 낙산 초입의 빈공터는 옛 이화여대 부속병원터. 성곽 복원작업으로 인해 목동으로 이전했다.  
 
 
낙산으로 가는 길에서 바라본 흥인지문 전경. [사진 김순근]

낙산으로 가는 길에서 바라본 흥인지문 전경. [사진 김순근]

 
낙산을 지나는 성곽은 양쪽으로 주택가인데다 전망도 좋다. 특히 야경이 멋지다. 낙산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 벽화마을로 유명한 이화벽화마을이 있다. 이곳은 주민들이 관광객들의 소음과 개발문제로 갈등을 빚어 인기 벽화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한 만큼 조용한 관람이 필요하다. 
 
 
낙산 지역의 성곽길. [사진 김순근]

낙산 지역의 성곽길. [사진 김순근]

 
낙산 정상에서 성밖으로 빠져나가면 이 코스의 종점인 혜화문이 바라보이고 멀리 북악산과 인왕산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낙산 정상 부근에서 성밖길로 나오면 혜화문이 보이고, 멀리 왼쪽으로 북악산과 인왕산이 보인다. [사진 김순근]

낙산 정상 부근에서 성밖길로 나오면 혜화문이 보이고, 멀리 왼쪽으로 북악산과 인왕산이 보인다. [사진 김순근]

 
 
3. 혜화문~창의문(4.7km, 약 3시간)
 
혜화문(한성대입구역 5번출구)서 시작된 성곽은 200m정도 이어지다 사라진뒤 850m지점인 와룡공원 진입지점부터 본격적으로 이어져 창의문까지 3.95km 거리를 끊김없이 계속된다.  
 
 
혜화문. [사진 김순근]

혜화문. [사진 김순근]

 
와룡공원에서 백악산(북악산)으로 가기위해 성밖으로 나간뒤 올라가면서 뒤돌아보는 성북동 풍경이 아름답다. 성곽 옆에 다닥다닥 붙은 서민주택과 산아래 고급빌라촌 및 아파트 등이 한데 어우러져 성곽의 곡선미가 잘 드러난다.  
 
 
와룡공원 입구에서부터 성밖으로 성곽길이 나 있다. [사진 김순근]

와룡공원 입구에서부터 성밖으로 성곽길이 나 있다. [사진 김순근]

 
이어 청와대 뒤편에 버티고 있는 백악산(342m)을 지나는 구간은 최고의 서울 전망을 자랑한다. 북악산 정상에 오르고 내려가는 다소 힘든 구간이지만 주변 전망을 감상하며 쉬엄쉬엄 가다보면 힘든줄 모른다.
 
 
백악구간에서 바라본 성북동 전망. 바로 앞에 삼청각이 보인다. [사진 김순근]

백악구간에서 바라본 성북동 전망. 바로 앞에 삼청각이 보인다. [사진 김순근]

 
현재 보수공사중인(2018년 1월13일 종료) 숙정문을 지나면 오르막이 시작되면서 송림지대가 나오고 정상이 보인다. 정상에서 창의문까지는 경사가 제법 있는 내리막이지만 오른쪽으로 북한산, 정면으로는 인왕산 성곽길이 한눈에 펼쳐지는 등 전망이 일품이다.  
 
 
백악구간 성곽길에서 바라본 북한산. [사진 김순근]

백악구간 성곽길에서 바라본 북한산. [사진 김순근]

 
이 구간탐방시 반드시 알아야할 정보가 있다. 청와대 뒤편  북악산(백악산) 성곽길 초입에 있는 말머리안내소부터 숙정문을 거쳐 창의문까지의 일명 백악구간은 반드시 신분증(주민증, 운전면허증)을 지참해야 탐방이 가능하다. 또 하계(3~10월, 09:00~16:00)와 동계(11~2월, 10:00~15:00)기간에 따라 탐방시간이 다르고 매주 월요일에는 입장할수 없다.
 
 
4. 창의문~숭례문(5.3km, 약 3시간30분)
 
자하문으로 더 알려진 창의문은 경복궁역에서 제법 멀어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경복궁역 4번 출구서 7112, 1020 7022 승차후 자하문고개 윤동주문학관 하차).
 
 
창의문. [사진 김순근]

창의문. [사진 김순근]

 
창의문에서 도로를 끊긴 성곽은 윤동주시인의 언덕에서부터 다시 시작된다. 이후 끊어졌다가 도로를 건너 산으로 올라가면서 본격적인 성곽산행이 시작된다.

 
 
창의문에서 도로 건너 시작되는 성곽길에 있는 윤동주 시인의 언덕. [사진 김순근]

창의문에서 도로 건너 시작되는 성곽길에 있는 윤동주 시인의 언덕. [사진 김순근]

 
인왕산(338m)으로 오르는 성곽길은 상당히 가팔라 연신 가쁜 숨을 몰아쉬게 된다. 대신 전망이 좋은 만큼 마음껏 전망을 즐기며 천천히 걷고 자주 뒤돌아 북악산쪽 능선을 감상하자. 가파른 북악산 능선을 따라 이어진 성곽 뒤로 북한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장관이다.
 
 
암릉을 따라 이어진 성곽. [사진 김순근]

암릉을 따라 이어진 성곽. [사진 김순근]

 
인왕산 정상을 넘어서면 서울 성곽의 곡선미에 반하게 된다.  능선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져 아래로 달려가는 성곽이 도심 고층빌딩숲과 어우려져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능선을 따라 경희궁 옆 돈의문터 쪽으로 뻗어내려가는 성곽. [사진 김순근]

능선을 따라 경희궁 옆 돈의문터 쪽으로 뻗어내려가는 성곽. [사진 김순근]

 
산을 따라 내려온 성곽은 돈의문터(강북삼성병원앞)를 500여m를 앞두고 사라진뒤 돈의문터(강북삼성병원앞)를 거쳐 소덕문터(중앙일보 옆)까지 흔적이 없다.  
때문에 성곽길과 비슷하게 안내해놓은 순성길이 월암공원~서울시교육청~돈의문터~경향신문~창덕여중~이화여고~정동교회~배재공원~소덕문터까지 안내되어 있다.
 
 
서소문 중앙일보 건물 옆에 있는 소덕문터 표지석. [사진 김순근]

서소문 중앙일보 건물 옆에 있는 소덕문터 표지석. [사진 김순근]

 
한양도성의 서소문인 소덕문은 JTBC⋅중앙일보건물 왼쪽 도로쪽에 있는데, 현재 주차장 등의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소덕문터 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소덕문터에서 대한상공회의소쪽으로 가다보면 상공회의소 담에 성곽이 복원되어 숭례문이 보이는 정문까지 이어져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담으로 활용되는 성곽 끝 지점에서 바라본 숭례문. [사진 김순근]

대한상공회의소 담으로 활용되는 성곽 끝 지점에서 바라본 숭례문. [사진 김순근]

 
김순근 여행작가 sk4340s@hanmail.net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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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근 김순근 여행작가 필진

[김순근의 간이역] 은퇴는 끝이 아니다. 새로운 도전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걱정과 두려움도 있겠지만, 성공의 성취감은 무엇보다 값질 것이다. ‘간이역’은 도전에 나서기 전 잠시 쉬어가는 곳이다. 처음 가는 길은 먼저 간 사람들이 겪은 시행착오 등 경험들이 큰 힘이 된다. 성공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한 이들의 경험담과 조언을 공유하고, 좋은 힐링 여행지를 통해 도전에 앞서 갑자기 많아진 시간을 알차게 보내며 막연한 두려움을 씻어내고 새 출발의 의지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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