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속으로] 김연수가 이상 문학에 바친 오마주, 입체적 퍼포먼스 통해 원작 허물어

중앙일보 2017.09.30 01:00 종합 25면 지면보기
책으로 읽는 뮤지컬 - 꾿빠이, 이상


꾿빠이, 이상 표지

꾿빠이, 이상 표지

꾿빠이, 이상
김연수 지음, 
문학동네 
 
죽음으로 그의 비밀을 완성하고 영원한 신화가 된 작가 이상(李箱). 김연수는 장편소설 『꾿빠이, 이상』(2001)에서 말한다. “이상 문학의 본질은 바로 이상”이다.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9월 22~30일, 오세혁 각색, 오루피나 연출)은 그 소설을 저본으로 삼았다. 가무극 ‘꾿빠이, 이상’은 원작을 조각조각 해체한다. 서사는 해체되고 무대와 객석의 경계, 음악과 무용과 대사의 경계도 무너지고 뒤섞인다. 이 다원적·입체적 퍼포먼스를 통해 공연은 이상이 남긴 비밀의 핵심을 향해 효과적으로 직진한다. 바로 그 해체, 그리고 그렇게 해체되고 분산된 파편들의 브리콜라주(이질적인 것들을 한데 모아 조합하고 배치하는 작업)가 안겨주는 혼돈과 모호함. 바로 그게 이상 문학의 본질이라는 생각이겠다.
 
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 극작가 오세혁이 각색했다. [사진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 극작가 오세혁이 각색했다. [사진 서울예술단]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이상의 단편소설 ‘실화(失花)’의 첫 문장이다. 김연수의 소설 『꾿빠이, 이상』의 아이디어는 여기서 출발한다. 키워드는 비밀이다. 김해경(이상의 본명)은 가상의 인물 이상을 창조해 그의 삶을 창작했다. 1937년 4월 17일 새벽, 김해경이 죽어 이상의 문학이 남았고 이상은 죽어 데드마스크를 남겼다. 그의 삶과 문학은 그렇게 영원한 비밀로 남겨졌다. 이상의 죽음은 자기의 죽음으로 그 비밀을 창조하는 행위였다. 『꾿빠이, 이상』은 그 거대한 비밀에 자기의 운명을 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비밀이란 대체 무엇인가? 김연수의 소설은 이 물음을 좇아간다.
 
『꾿빠이, 이상』에서 김연수는 그 비밀에 다가가는 단서를 창조했다. 그 하나는 이상이 죽은 그 자리에서 떴다고 기록으로 전해지는, 그러나 지금은 유실되고 없는 이상의 데드마스크다. 다른 하나는 ‘오감도 시 제16호 실화(失花)’라는 위작(僞作)이다.(이상의 ‘오감도’는 실제론 15편까지 발표됐다.) 사라졌던 이상의 데드마스크가 모습을 드러내고 느닷없이 세상에 출현한 이상의 시 ‘오감도 제16호 실화(失花)’의 진위를 놓고 논란이 벌어진다. 그것은 진짜인가 가짜인가? 아무래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진실이란 보이지 않는 것이고 그게 진짜냐 가짜냐의 문제는 논리나 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의 문제일 뿐이니까. 즉 진짜라고 믿는 자에게 그것은 진짜처럼 보이고 가짜라고 믿는 자에겐 가짜처럼 보일 테니까. 이것이 김연수의 대답이다. 비밀이란 그런 것이고 이상의 문학도 그런 것이다. 지나친 신비화가 아니냐고? 그것이 『꾿빠이, 이상』의 김연수가 이상 문학에 보내는 오마주의 방식이다.
 
김영찬 계명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