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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고혜련의 내 사랑 웬수(12) "우리는 남매지간" 아내들의 왁자지껄 성 수다

중앙일보 2017.09.28 04:00
[사진 smart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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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요즘 부부 관계하세요?”

남녀는 성생활 상호 이해 불가한 다른 종족
여성은 성행위 자체보단 사랑받는 느낌 원해

한 저녁 모임을 끝낸 후 음식점 화장실 세면대 앞에서 부닥친 여자 후배가 느닷없이 물었다. 좀 무례하다 싶어 내심 불쾌했지만, 상대 직업이 의사인지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묻는다.

 
“그건 왜?”“아, 얼굴 보면 대충 보여요. 제가 강남에 치료 잘하는 전문의 소개해 드려요?” “아니 그걸 치료한다고? 어떻게?” “네, 숨겨진 성감대를 찾아주는 거예요. 여기 저기 자극해보면서.” “세상에, 누가 누굴 주무른다고?”
 
의사인 그 후배야 서슴없이 한 말이지만 듣기도 거북하고 장소도 장소인지라 대충하고 자리를 떴다. 집으로 돌아와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면서 영 찜찜한 기분을 쉽게 떨칠 수가 없었다.
 
‘후배가 내 원만한 부부생활을 위해 한 애정 어린 조언인데 내가 자격지심에 기분이 이리 꿀꿀한 거야.’ 그렇게 나 자신을 다독여야 했다. 그 후 친구 모임에서 재미 반, 하소연 반 삼아 이 얘기를 털어놓았다. 민망하기도 할 법한데 친구들이 제 얘기인 듯 바짝 관심을 보인다.
 
 
[사진 smart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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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고다 공원의 바카스 아줌마 
 
“얘, 말도 마라, 언제인지 잊어버렸다.” “우린 손만 잡고 살아.”
“우린 부부가 아니고 남매지간이라니까. 하긴 가까이 와도 겁나지만.”  
“남매는 그래도 좋게? 우린 하숙집 아저씨와 다를 바 없지. 밥 먹을 때 빼고는 보기도 힘들단다.” “안 하니 좋지 않니? 얼마나 편해.”
“뭐 정상 아닌가. 이혼 안 하고 사는 게 기특하지. 30대는 포개져서, 40대는 손잡고 자고, 50대는 침대 위 아래서, 60대는 각자 다른 방에서, 70대는 상대가 어디서 자는지도 모른다며. 80대는 한 사람은 북망산에서 한 사람은 집에서 혼자 잔다더구먼.”
 
그러고 서로를 둘러본다. 10여 명이 앉은 자리에 눈만 말똥거리는 2~3명에게 화살이 꽂힌다. “너희는 어떤데?” 친구들의 닦달에 얼굴이 붉어진 한 친구. “그럼 뭐하니, 뭐 술을 좀 걸쳤거나 자신이 뭘 잘못하곤 아양 떠느라 위로차 그러는데. 아주 제멋대로야!” “그러게. 마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로 생각하나 봐. 어떤 땐 불쾌하기 그지없다니까. 당한 것 같다는 기분도 들지. 난 절대로 ‘아니올시다’인데 몰라도 너무 몰라요. 불쌍해서 봐주는 셈 치는 거지.”
 
또 한 친구가 거든다. “말도 마라. 저번 인사동에 갔다가 약속 시간이 일러 탑골공원에 잠시 들러보니 말끔하게 정돈됐더라. 노인들도 별로 없어 벤치에 혼자 앉아있는데 멀쩡하게 생긴 한 60대 초반 남자가 다가와 대뜸 ‘어떠냐’고 하더라고. ‘뭘 말씀이에요?’라고 하니까 ‘저기, 그 박카스 아줌마?’ 말을 더듬으며 그러더라구. 나 원 참, 내가 그렇게 보이냐구?”
 
 
박카스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죽여주는 여자'.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박카스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죽여주는 여자'.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화성에서 온 남자 vs 금성에서 온 여자
 
다들 뒤집어져 한참을 웃었다. 하지만 내심 오랫동안 ‘굶은’ 내 남편이 저러고 다니면 어쩌나 그 생각이 들어 집에 들어와 남편 얼굴을 훔쳐보게 되더란다. 그렇다고 그 허기를 어찌 달래느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그러면서 성생활에 있어서는 ‘화성에서 온 남자’라는 족속들이 절대 ‘금성에서 온 여자’ 같지 않을 거라면서 우리들의 남편도 언제 성폭행범이 될지 모른다고 혀를 찬다. 남편이 개인병원을 하는 친구가 끼어든다.
 
“어느 날부터인가 한 간호사가 고개를 바짝 들고 사모님인 날 대하는 태도가 아주 오만불손해졌더라고. 내가 안 보일 땐 아주 병원 주인 아줌마 역할을 한다는 거야. 감이 잡히는 게 있어서 내보내고 내가 대신 출근하고 있다니까. 너희도 조심해.” “맞아, 맞아.” 또 다른 친구, 남편의 회사 개인비서에게서 비슷한 감을 잡았다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회사에서 지정한 비서니 내가 내보낼 수도 없고…….”
 
요새 성폭행이니 별의별 얘기로 시끄러운데 그거 남의 얘기가 아니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특별한 정신병자는 차치하더라도 성 문제에 있어서는 남자들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데 의견의 일치를 본다. 결론은 성생활에 있어서는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들 사이에 거대한 벽이 놓여있다는 것, 한마디로 상호 완전 이해가 불가능한 전혀 다른 종족이라는 것이다.

 
 
성폭력. [중앙포토]

성폭력. [중앙포토]

 
《제2의 성》을 쓴 시몬느 드 보봐르의 얘기도 넘나든다. “사랑이라는 말은 남자와 여자에게는 전혀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남녀의 사이를 갈라놓는 중대한 오해의 원천이 되어왔다”는 말이 실감 난다면서.
 
남자들이 사랑과 무관하게 얼마든지 성행위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은 여성들과 180도 다른 면이라는 것에 합의를 본다. 여자들은 좋아하지 않는 남자와 성행위는커녕 때론 손끝만 맞닿아도 불결한 느낌이 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러고 보니 회사 다닐 때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평소 멀쩡한 남성으로 보이지만 그들 안에 감춰진 또 다른 얼굴이.
 
1980~90년대에는 해외 출장을 다녀와선 동료들 선물로 야한 성행위 사진이 만화경처럼 들어있는 볼펜이나 음란서적을 돌리고는 종일 좋아들 하지 않던가. 다른 부서로 배치된 남자 후배가 남기고 간 책상 서랍에서 콘돔 뭉치를 발견해 돌려주지도 못하고 버린 일도 있다.
회식자리에선 술에 취한 척하며 제 직장 동료도 ‘속풀이’ 대상으로 삼아보려 안간힘을 쓰는 병적인 친구들도 있다.
 
 
보험아줌마가 폭로한 선후배 명단 
 
주기적으로 각 직장을 돌아다니는 보험아줌마가 내가 보험을 들어준 후 재미 반, 하소연 반 삼아 들려준 얘기도 떠오른다. 보험을 들어준다며 유혹의 손길을 뻗친다는 회사 남자 선후배들의 명단을 전해 듣고 “세상에, 그 점잖은 친구까지도……”하며 입을 못 다문 적도 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오죽하면 세상이 다 아는 고위층 인사도 제 목 달아나는지도 모르고 갖은 추태를 부려 한 여성 큐레이터 자서전을 통해 세상에 떠들썩하게 회자되지 않았던가.
 
이 나이쯤 되니 “그러니 이걸 어쩌냐”에서 시작해 “남자들이란 다 거기서 거기라니까” “내놓고 나쁜 짓을 하지 않으면 가정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눈감아줘야지 뭐!”라고 하면서 다들 남의 얘기 같지 않다며 분개하며 씁쓸해한다.
 
그날 우리들이 분기탱천해 내린 결론은 여성들 대부분은 갱년기 훨씬 전부터 성생활이 고역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남자들은 지푸라기 들 힘이라도 있으면 끊임없이 성행위를 모색한다는 것이다. 
 
아내들은 남편이 배설하듯 하는 성급한 성행위에서 애정을 느끼기보다는 모욕감을 느낀다는 것, 그래서 진정 어린 마음으로 어깨를 두드려주고 가벼운 입맞춤이나 꽃 한 송이 건네는 것이 훨씬 더 자신이 존중과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게 다른데 이를 어쩌냐, 이 나이에.” “남녀가 태생이 다른데 그렇다 치고 넘기면서 살아야지 어쩌긴 뭘 어째.” “근데 말이다. 문제는 그렇다 치고 그냥 넘기면 건강하게 오래 못산다네.” 한 친구, 수첩에서 신문기사 오려낸 쪽지를 꺼내 읽어준다. 성생활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바늘과 실’로 묘사한 이 기사에 따르면 성생활은 아드레날린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켜 심폐 기능이 좋아지는 운동 효과가 있고 부부생활이 활발할 경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심장질환도 예방한단다.
또 전립선을 보호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오래 살려면 부부생활을 즐기라고 강권하는 기사였다.  
 
 
조선 21대 왕 영조 어진. [제공=문화재청]

조선 21대 왕 영조 어진. [제공=문화재청]

 
조선 시대 영조 임금은 60대 중반에 10대인 정순왕후를 맞아 몇백 년 전인데도 83세까지 산 최장수 임금으로 기록됐다는 예까지 들어있다. 친구들은 ‘건강과 장수에 직결된다니…… 어쩜 좋아, 할 말이 없어지네’하는 듯 난감한 표정이다. 이 침묵을 못 견디겠다는 듯 누군가 한마디 던진다.
 
“거 무슨 기사가 그러냐. 오로지 남자 입장만 쓰여있네. 아내들은 항상 대기 완료 상태여야 하고 전혀 문제가 없다는 거야 뭐야. 여자들을 위한 배려나 대안은 왜 제시하지 않는 거니.”
“그런 기사는 맨날 남자들이 써서 문제야. 우리 같은 중년 여기자가 써야 뭘 알고 제대로 쓰지.”
 
“성행위와 건강의 상관관계 제대로 조사나 해보고 하는 소리야? 영조가 그래서 오래 살았는지 어떻게 아냐고. 순 추측성 기사 아냐?”
“맞다, 맞아. 여자들은 남성들을 위한 한낱 배설장치에 불과한가 말이다. 한국의 남녀 성(性) 평등은 세계 108위라던데 부부생활에 관한 한 아마 세계 꼴찌일 걸.”
 
고혜련 (주)제이커뮤니케이션 대표 hrko3217@hotmail.com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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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련 고혜련 (주)제이커뮤니케이션대표 필진

[고혜련의 내 사랑 웬수] 기자로 은퇴한 출판인. 결혼이 흔들리고 있다. 인륜지대사의 필수과목에서 요즘 들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과목으로 주저앉았다. 결혼 한 사람들은 ‘졸혼(卒婚)’과 ‘황혼 이혼’도 서슴지 않는다. 결혼은 과연 쓸 만한가, 아니면 애당초 폐기해야 할 최악의 방편인가? 한 세상 울고 웃으며 결혼의 명줄을 힘들게 지켜가는 선험자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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