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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한화·현대차 등 대기업에 ‘금융그룹 통합감독’ 내년 도입

중앙일보 2017.09.27 14:08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를 겨냥한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도입된다. 삼성·한화·현대차·동부·롯데·미래에셋·교보생명 등 총 17개의 복합금융그룹이 유력한 감독대상으로 꼽힌다. 삼성생명처럼 비금융계열사 주식을 많이 보유한 금융회사는 자본 확충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위, 2년 만에 통합감독 체계 도입 공청회 개최
감독대상 금융그룹 범위는 7곳 또는 17곳 제시
삼성생명, 삼성전자 보유 지분만큼 자본 더 쌓아야할 수도

한국금융연구원은 27일 열린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 공청회에서 이러한 내용을 발제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이란 은행·보험·증권 등 업권별 감독체계를 금융그룹 차원으로 확장하는 것을 뜻한다. KB·신한·하나금융그룹 같은 금융지주회사와 달리,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는 그룹 차원의 금융감독 규제가 따로 없다.  
 
2013년 동양증권의 기업어음(CP) 불완전 판매 사태를 계기로 한국도 통합감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어졌다. 비금융계열사의 부실이 금융계열사로 번질 위험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2015년 금융위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도입을 위해 공청회를 한차례 열기도 했다. 당시엔 ‘옥상옥 규제’라는 업계 반발이 거세게 일면서 유야무야 됐다.
 
2013년 동양사태 당시 시위에 나섰던 동양증권 개인투자자. [중앙포토]

2013년 동양사태 당시 시위에 나섰던 동양증권 개인투자자. [중앙포토]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면서 통합감독체계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어떤 금융그룹이 감독대상에 포함되느냐다. 이날 공청회에서 금융연구원은 감독대상 선정 기준과 관련해 세가지 안을 제시했다. ▶총자산 20조원 이상으로, 최소 2개 권역에서 자산 규모 각 5조원 이상인 복합금융그룹(1안) ▶은행·비은행·보험·금투업 중 최소 2개 이상 업종을 영위하는 모든 복합금융그룹(2안) ▶모든 금융그룹(은행모회사 그룹만 제외, 3안)이다.  
 
1안의 기준대로 하면 2016년 말 기준으로 총 7개 금융그룹이 감독대상에 해당한다. 삼성(총자산 366조원), 한화(126조원), 현대차(61조원), 동부(51조원), 롯데(28조원)와 교보생명(97조원), 미래에셋(88조원)이다. 자산이 보험업권에만 치중된 태광(37조원)·동양생명(44조원)·현대해상(37조원)은 대상에서 빠진다. 1안은 한국 상황에 맞게 유럽연합(EU) 선정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효율적 감독이 가능한 대신 금융그룹 간의 형평성 시비가 불거질 우려는 있다. 
 
2안은 유럽연합(EU)·호주·일본이 채택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2안 대로 하면 총 17개의 금융그룹이 감독대상이 된다. 대상이 가장 넓은 3안은 총 28개 금융그룹을 포괄하는데 지나치게 범위가 넓어서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금융그룹통합감독 대상 기준 [자료:금융연구원]

금융그룹통합감독 대상 기준 [자료:금융연구원]

 
감독의 핵심은 자본적정성 규제다. 금융연구원은 ‘금융그룹의 연결 적격 자기자본이 총 필요자산의 100% 이상이 되도록 관리한다’는 것을 감독 지표로 삼는다는 방안을 밝혔다. 그리고 ‘필요자산’을 계산할 때 금융그룹사의 비금융그룹사 출자금액 전액을 더하도록 하는 안을 1안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비금융계열사의 지분을 대량으로 보유한 금융계열사 경우엔 자본확충 부담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급증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55%를 보유 중이다. 금융연구원의 1안 대로 하면 새로 감독대상이 되는 '삼성 금융그룹'은 이 20조원 어치의 삼성전자 주식 전액이 필요자본에 가산된다. 따라서 그만큼 자본을 추가로 더 쌓아야 한다는 뜻이 된다. 그런 거액의 자본을 추가로 쌓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 팔아야만 한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비금융계열사의 재무 상황이 악화되면 출자한 금융회사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부분 지배를 위한 장기보유 목적이어서 즉시 처분도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을 감독해야 한다”고 제도의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미 보험업권 감독규제에 따라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에 대해 위험가중치를 반영하고 있다”며 “지주사가 아닌데도 그룹으로 묶어서 또다시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도 이런 논란을 예상하고 비금융그룹사 출자금액의 일정 비율(예, 출자금액이 자기자본 15% 이하이면 출자금액의 8~12%)에 해당하는 금액만 필요자본에 더하는 2안도 제시했다. 2안은 감독대상 그룹의 추가 부담이 거의 없다는 점이 오히려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축사에서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그룹이기 때문에 연쇄효과가 큰 ‘회색 코뿔소’ 같은 위험을 미리 관리해 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하고 소비자 보호 수준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날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수렴해 올해 안에 최종안을 확정한 뒤 내년 시행을 목표로 모범규준안과 법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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